**잡동사니/여행

[스크랩] 여기어때? 한번가볼까 (6)

영규니 2009. 8. 24. 10:25

 

 

 

 

[여기 어때!] 제천, 바람에 더위 씻고··· 달빛에 마음 씻고···

입력: 2006년 08월 23일 21:58:46
충북 제천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본향(本鄕)’이다. 맑은 바람은 마음속까지 씻어주고 밝은 달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제천의 청풍(淸風)면은 옛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지명. 조선조 때까지만 해도 당대의 석학들은 한벽루에 모여 국정을 논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밝은 달을 시로 노래했다. 굳이 선조들의 기록을 들추지 않더라도 남제천IC를 빠져나와 청풍호를 낀 호반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단양까지 이어지는 호반도로 끝에 자리한 능강솟대문화공간과 산야초마을, 상천민속마을은 제천의 웰빙 명소.

폭염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이 심신을 위로받는 곳이다. 이즈음 몸을 추스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천의 웰빙 명소는 청풍호(충주호) 호반도로를 따라간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를 빠져나와 금성면사무소를 지나 20번 국도 끝자락 단양 못미처에 자리잡고 있다. 쪽빛 물결과 기암괴석을 양쪽에 둔 호반도로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까닭에 가다 서기를 여러 차례.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곳이 제법 많다. 능강솟대문화공간과 산야초마을, 상천민속마을은 금수산 자락에 옹기종기 몰려 있다. 때문에 청풍대교를 건너기 전 좌회전해 상천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당일 또는 1박2일이면 족하지만 내친 김에 주변 명소까지 둘러본다면 2박3일 일정을 잡는 게 좋다.

- 나무솟대 수백점 야생화와 이색화음 -

▲능강솟대문화공간=수산면 능강리 야생화단지 내에 조성된 국내 유일의 솟대테마공원이다. 솟대전문 조각가 윤영호씨(61)가 자신의 작품 수백여점을 이곳에 들여와 지난해 8월 오픈했다. 솟대는 기러기나 오리 등의 새를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 고조선시대에서부터 이어져온 희망의 매개체다.

전시관 입구 나무계단 양쪽에서부터 세워진 각양각색의 솟대는 전시관 내부에도 있고, 뒤뜰과 야생화 산책로, 원두막에도 앙증맞은 모습으로 서 있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것은 다른 지역의 솟대와 달리 모양이 특이하다.

새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나무에 바이러스가 전염돼 부어오른 부분을 사용한 것이 이채롭다. 일명 ‘부엉이 방구통’으로 불리는 자연 그대로의 나무는 그 모양새가 특이하고 제각각이라 작품마다 독특한 향기가 묻어난다. 윤씨는 “죽어가는 나무에 혼을 불어넣어 새로운 조형물로 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솟대 조각”이라고 설명했다.

금수산·청풍호와 함께 어우러진 능강솟대문화공간은 수백여점의 솟대와 야생화, 기타 조형물이 관람객에게 꿈과 낭만을 심어주는 희망의 동산이다. 청풍호를 코앞에 둔 전시관 파라솔에서 전통차를 즐기며 솟대를 감상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043)653-6160

- 천연염색·약초체험…농촌정취 흠뻑 -

▲산야초마을=수산면 하천리 산야초마을은 농촌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테마마을이다. 조선시대에는 신선들이 사는 지역이라 해서 ‘천상리’라 불렸던 이곳은 2004년 농촌진흥청이 전통테마마을로 지정했고, 농업기술센터가 2억여원을 들여 농촌체험시설을 보완했다. 천연염색, 사상체질 산책로 등은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체험프로그램.

금수산 자락에 기댄 이 마을의 3만여평 산비탈 밭에서는 당귀·황귀·곤달비 등의 약초가 난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체험은 이제마의 사상의학에 따른다. 이른바 ‘웰빙건강체험’이다. 산야초마을 길 건너 약초생활건강에서는 현재 쌈채뜯기, 더덕캐기 등과 함께 천연약초염색, 짚풀공예, 떡메치기, 한방 족욕, 약초주머니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산야초비빔밥, 약초백숙으로 농촌체험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맛 또한 일품이다.

황토벽돌로 지어진 7개의 민박동이 마련돼 있어 1인당 1만원이면 민박과 함께 약초캐기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043)651-1357

- 끈적임없는 숯가마찜질 피로까지 싹~ -

▲상천민속마을=수산면 상천리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산수유로 유명하지만 제천시에서 숯가마를 주제로 한 테마민속마을로 새롭게 조성했다. 금수산과 가은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속세를 떠난 듯 주변 풍광이 뛰어난 이곳에는 7기의 숯가마 중 3기에서 숯가마 찜질을 체험할 수 있다. 1기당 11톤의 참나무를 넣는 숯가마는 마른 나무는 4일, 젖은 나무는 5~6일간 불을 땐다. 숯을 꺼낸 가마는 4~5일 후부터 찜질이 가능하고, 저·중·고온 등 3개로 분류돼 있어 자신의 체질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가마에 들어가 앉아 있으며 이내 온몸에 땀이 맺히는데 전혀 끈적거림이 없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선 때문이다. 찜질 후에는 샤워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쾌적하다. 퇴계 이황 선생이 감탄한 금수산 등 주변 볼거리가 다양해 서울·경기지역은 물론 부산에서도 이곳을 찾는 이가 주말이면 100여명 정도. 3개의 민박동은 평일 8만원, 주말 10만에 대여해 주는데, 숯가마 이용(6,000원)은 무료다.

금수산과 가은산 산행 후 숯가마 찜질은 피로를 말끔히 풀어줘 하루를 상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또 계곡 산책로는 가족이나 연인의 대화코스로 안성맞춤. 숯가마 앞 간이식당에는 바비큐 화덕을 갖춰 돼지목살을 숯불에 구워먹을 수 있고, 산채비빔밥 등 토속음식도 즐길 수 있다. (043)653-5501

〈제천|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신안군 증도, 여름이 새하얀 ‘보물섬’
입력: 2006년 08월 16일 22:07:30

섬으로 간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曾島). 33.54㎢의 면적에 주민 수는 2,000여명. 신안군에 속한 73개의 유인도 중 규모로 따지면 중간급이다. 다소 이름이 낯설지만 ‘신안의 보물섬’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75년 송(宋)·원(元)대 유물 2만3천여점이 이곳 앞바다에서 발견된 까닭에 별칭이 붙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증도의 또 다른 ‘보물’이 뭍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개펄과 금빛 해변, 갯벌휴양타운과 염전이 바로 그것. 연도교 개통으로 가는 길이 한층 편해진 증도는 한적한 섬 여행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30년 전 ‘보물섬’으로 한 차례 유명세를 탔던 증도는 이후 세인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섬이 됐던 게 사실. 당시만 해도 워낙 교통이 불편했던 까닭에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지도와 송도, 사옥도 사이에 연륙교와 연도교가 이미 개통됐고, 2010년 사옥도와 증도 사이에 연도교가 개통되면 앞으로는 배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통이 편리해진다.

증도의 대표적 명소는 우전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갯벌생태공원과 갯벌생태전시관, 북쪽으로 짱뚱어다리, 해저유물발굴기념관, 독살체험장 등. 때묻지 않은 청정해역의 한적한 섬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태평염전=증도 버지선착장에서 차를 타고 우전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염전이다. 단일 염전회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은 1백4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소금밭이 지평선과 맞닿을 정도.

염전을 따라 길게 늘어선 60여채의 소금창고에는 눈꽃처럼 새하얀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육지의 평야를 보는 듯한 소금밭과 어우러진 소금창고는 지난 세월을 증거하듯 낡고 헐겁지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련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연간 1만6천톤. 전국 생산량의 5~7%를 차지한다. 염분을 머금은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는 20여일. 최고 24단계를 거치는 이곳 천일염은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최상품으로 쳐준다.

염전은 기다림의 작업이다. 고무래로 바닥을 훑어 시간이 만들어낸 앙금을 건지는 염부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염전 바닥을 고무래로 긁는 염부들의 손끝에서 무릇 소금의 으뜸이 만들어진다.

▲우전해수욕장&짱뚱어다리=염전 샛길로 20여분을 가다보면 순간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 우전해수욕장. 뻘과 모래가 섞인 국내 유일의 해수욕장이다.

9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해수욕장 앞바다에 알알이 떠있는 이곳은 길이 4㎞, 폭 100m의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모래의 질이 곱고 썰물 때 개펄이 드러나 해수욕뿐 아니라 개펄마사지를 즐길 수 있어 매년 게르마늄갯벌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해수욕장 북쪽 끝에 위치한 송림은 50여년 전 바람막이를 위해 조성된 인공숲.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한반도 해송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전해수욕장 북쪽 끝은 1백30여만평의 갯벌과 조우하는 곳. 이곳에는 우전해수욕장과 면소재지인 증동리를 잇는 나무와 철재로 만들어진 예쁜 다리가 있다. 일명 ‘짱뚱어다리’. 갯벌을 가로지르는 470m의 짱뚱어다리는 다리 아래에 짱뚱어가 많이 서식해 붙여진 이름이다.

관광객들의 갯벌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짱뚱어다리 아래는 말 그대로 짱뚱어와 농게가 지천이다. 짱뚱어는 뻘 바닥에서 미끄러지듯 민첩하게 움직였다가 제 키보다도 높게 펄쩍 뛰는 ‘해괴한’ 물고기. 생긴 모양새나 움직임은 ‘쌩뚱’맞지만 여름철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8시께 다리를 장식하는 조명이 불을 밝혀 운치를 더해주는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갯벌휴양타운=우전리 해변 남쪽에 조성 중인 증도갯벌휴양타운은 전국 최대 갯벌을 보유한 신안군이 ‘갯벌’을 테마로 한 섬 휴양관광지 조성 프로젝트. 2003년 착공해 총 386억원의 공공 및 민자 사업비를 투입, 현재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문을 연 증도갯벌생태전시관은 1층에 갯벌 전시관과 영상실, 2층에 갯벌체험학습실로 구성됐다. 갯벌의 탄생에서부터 세계의 갯벌, 한국의 갯벌, 갯벌생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갯벌전문전시관이다.

한백R&C가 총 2백50억원 들여 지난달 오픈한 엘도라도리조트는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남해안관광벨트 민자유치 사업의 첫 성공사례. 15~83평형까지 21개 동 121개 객실을 보유한 리조트는 해수 온천스파, 야외수영장,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과 요트 크루즈, 제트스키, 바나나 보트, 땅콩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양레포츠 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엘도라도가 자랑하는 명소 중 명소인 골든힐은 서해안 낙조로 가득한 레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최고의 휴식과 안락함을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다.

〈증도(신안)|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전남 무안 회산 백련지, 순백의 연꽃바다 낭만이 넘실넘실
입력: 2006년 08월 09일 22:04:03

진흙탕에서 꽃을 피워 청결하고 고귀하게 살다 지는 꽃. 연꽃이다. ‘순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연꽃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고,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는 ‘꽃 중의 군자’라 칭했다. 7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는 연꽃의 절정은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순백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다. 분홍빛 홍련, 오전에 꽃피워 오후에 봉오리를 닫는 수련, 가시가 독특한 가시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중에 으뜸은 백련(白蓮)이다. 전라남도 무안군 회산 백련지는 백련의 집단 서식지. 절집 인근에서도 보기 힘든 백련이 지천이다. 무릇 깨달음을 얻기 위함일까, 한여름 뙤약볕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꽃은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도 재배한다. 7월부터 피고지기를 시작해 9월 첫 서리를 맞고서야 마지막 꽃잎을 떨구는 연꽃은 붉은 빛의 홍련이 대부분. 그만큼 백련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일로읍 복용리 회산(回山)마을은 아시아 최대의 백련 자생지다. 회산은 ‘온 세상의 기운이 돌고 돌아서 다시 이곳에 모인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 매년 8월, 백련축제가 열리는 이곳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조상의 안목 때문일까.

회산 백련지는 일제 강점기 때 마을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저수지다. 이곳에 백련이 뿌리를 내린 것은 70여년 전. 저수지 인근에 살던 한 노인이 백련 12주를 구해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었고, 마을 사람들이 정성과 노력으로 가꿨다.

이후 영산강에 둑이 건설되면서 저수지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자 수면이 점차 낮아지면서 백련이 서식하기에 딱 좋은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연꽃은 진흙에서 맑은 꽃을 피워 불교에서는 깨달음·극락정토·생명의 근원으로 상징된다. 특히 불교국가인 인도·스리랑카·베트남은 연꽃을 국화로, 이집트·카메룬·캄보디아·태국에서는 수련이 국화다.

백련지의 총 면적은 10만여평. 3㎞의 둘레에 탐방로 길이는 3.8㎞. 천천히 둘러보면 족히 1시간 이상 걸린다.

김선옥 시인은 ‘연꽃예찬’에서 ‘연꽃은 연꽃끼리 모여 산다. 운명의 연줄, 그 인연으로 뒤엉켜 산다….’고 했다. 백련지의 연꽃은 ‘모여 산다’는 표현보단 ‘떼를 지어 산다’는 것이 더 어울릴 듯싶다.

연꽃 감상의 출발점은 ‘연풍연가’. 백련지 초입에 조성된 목조 탐방로다. 연인들이 연꽃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란다. 멸종 위기의 희귀종인 ‘가시연꽃’의 집단군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백련만 있는 게 아니다. 홍련, 수련, 어리연, 왜개연…. 여기에 부래옥잠, 물배추, 물창포, 물아카시아 등 50여종의 수생식물 감상은 덤이다.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은 홍련과 달리 한꺼번에 피지 않는다. 7월부터 9월까지 차례로 핀다. 때문에 10만평에 달하는 백련지에서 순백의 물결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짙푸른 백련 잎이 무성한 연못 탐방로를 걷다보면 마치 전설 속의 선경을 대하듯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최근 문을 연 500평 규모의 수상유리온실은 백련지의 또 다른 볼거리. 연꽃모양의 온실 1층에는 연꽃을 바라보며 차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어와 수련전시관이 있고, 2층은 열대식물과 기타 수생식물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이곳에서 짙푸른 연밭을 감상하며 즐기는 연향차(蓮香茶)의 맛 또한 일품.

야간에는 수상유리온실의 조명과 연꽃 탐방로의 환상적인 야간조명이 관광객의 발길을 묶어 놓는다.

탐방로 끝에 조성된 보트탐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4인승 배를 타고 직접 노를 저어 연꽃 사이를 헤치며 지나가는데, 정글탐험에 나선 듯 코앞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오래 전 이곳을 둘러본 법정스님은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 두근거림을 느끼고 살아있는 기쁨을 누렸다”고 예찬했다. 수줍은 듯 한 마리 학처럼 고아하게 꽃을 피우는 백련, 범부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꽃이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홍천강&검룡소, 물살 헤치고 ‘은빛 여름’ 낚아볼까
입력: 2006년 08월 02일 22:02:41
장마가 걷힌 8월,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여름휴가는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생활의 재충전의 이미가 크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여행만한 것도 없다.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과 함께 더위를 식히고, 원기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강원도는 산 좋고 물 좋은 청정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홍천군과 태백시에 위치한 홍천강과 검룡소는 강원도 내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하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맑은 물이 삼박자를 이뤄 해마다 이곳을 찾는 피서객이 적지 않다. 다행히 수해를 피해간 홍천과 태백을 다녀왔다.

- 홍천강 -

총 길이 143㎞. 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해 홍천시내를 거쳐 청평호로 흘러든다. 수심이 낮고 수온이 따뜻해 매년 피서객으로 붐비는 곳이 바로 홍천강이다.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가 지천인 까닭에 강태공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때문에 홍천강 줄기는 어느 곳에서나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맛이 짭짤하다. 그중에서도 마곡에서 모곡, 개야리, 팔봉산, 화양강 등이 낚시 포인트다.

유원지 또한 강줄기를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어 맘 내키는 곳에 피서지를 정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굴지리유원지는 홍천강 상류에 위치한 까닭에 한적하고, 팔봉산유원지는 수심이 얕고 팔봉산이 코앞에 있어 산행까지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또 밤벌유원지는 자갈과 모래가 강변에 드넓게 펼쳐져 풍광이 아름답고, 청평호로 이어지는 마곡유원지는 수심이 깊어 수상스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자연을 벗삼아 유원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홍천강의 백미는 역시 견지낚시다.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연줄 풀 듯 낚싯줄을 강물에 드리우면 피서가 따로 없다. 한여름 땡볕에 몸이 뜨거워졌다 싶으면 강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으면 된다.

천년고찰 수타사를 코앞에 둔 홍천군 동면 덕치리 단봉교 아래는 홍천강 상류다. 하류에 비해 한적하고 물살도 부드럽다. 게다가 수심이 얕고 자갈밭이 운동장처럼 넓어 낚시와 물놀이,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서울에서 견지낚시를 즐기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김성환씨(38) 일행이 물 속에 허리까지 몸을 담근 채 견지낚시에 한창이다. 낚싯대를 물 속에 드리운 지 채 10분이 지났을까, 손가락만한 피라미가 낚싯줄에 매달려 파닥거린다.

이어 동행한 김유영씨(23)도 낚싯줄을 풀기가 무섭게 짜릿한 손맛을 봤다. 이번엔 모래무지다. 오늘 저녁에는 얼큰한 민물매운탕을 먹을 수 있겠다며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다.

견지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할 것이 많지 않다. 3,000원짜리 견지채와 깻묵을 담는 설망, 이를 물 속에 매다는 수장대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짙게 푸른 강변 나무들, 소박한 시골풍경을 벗삼아 어른들은 낚시를 즐기고, 아이들은 다슬기를 잡으며 휴가를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주변 볼거리 : 공작산, 수타사, 팔봉산, 가리산자연휴양림,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용소계곡, 살둔계곡, 가칠봉삼봉약수, 비발디파크 등. 홍천군 경제관광과 (033)430-2544

- 검룡소 -

백두대간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싼 태백은 해발 800m의 고원도시다.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19℃를 넘지 않아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피서에 성공한 셈.

검룡소는 514.4㎞에 이르는 한강의 발원지. 금대봉 기슭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한강 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태백역을 지나 노인회관 앞에서 좌회전한 후 하장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지나 안내판에서 좌회전하면 검룡소. 물이 솟아오르는 굴 속에 검룡이 살고 있다 해서 ‘검룡소(儉龍沼)’라 이름 붙였다.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는 20여분 거리. 검룡소에 이르는 금대봉 끝자락 오솔길에는 형형색색의 여름꽃이 외지인을 반긴다. 비비추, 개망초, 동기꽃, 노루오줌, 꿀풀, 벌개미취….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초도 지천이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꽃 이름을 하나 둘씩 읊조리다보니 나무터널이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전나무가 터널을 만들었다. 높고 짙게 푸른 나무터널은 햇볕조차 쉽사리 들어오지 못해 한기가 느껴진다.

200여m에 이르는 나무터널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집채만한 거대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 위쪽 자그만 폭포 아래가 검룡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소(沼)에서는 사계절 9℃를 유지하는 지하수가 하루 2,000t씩 석회암반을 뚫고 나와 폭포를 이룬다. 억겁의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가 만들어낸 깊이 1∼1.5m, 넓이 1m 내외의 구불구불한 암반의 모습이 장관이다. 용트림폭포다.

비스듬히 경사진 골을 따라 흐르는 폭포소리는 세상의 근심이 털어질 정도로 장쾌하고, 발밑에 흐르는 폭포수는 속세에서 묻어온 티끌까지 씻겨져 내려가는 느낌이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란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려 손을 담그니 순간 얼음을 만지는 듯 온몸이 시려온다.

금대봉 일대는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계보호구역이다.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물놀이나 야영 등을 금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숲 해설가를 운영하며, 숲 해설가와 함께 4시간 동안 생태탐방에 나설 수 있다.

▲주변 볼거리 : 태백석탄박물관, 태백체험공원, 금대봉, 황지연못, 용연동굴, 고원자생식물원 등.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550-2081

〈홍천·태백 글·사진 윤대헌기자〉
 
 
 
[여기 어때!] 산은 여름 품고, 섬은 사람 품고
입력: 2006년 07월 26일 21:20:43

한국관광공사는 ‘8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경남 산청을 비롯해 전북 위도, 전남 비금도, 충남 태안 등 4곳을 선정, 발표했다.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기는 피서지’가 이달의 주제다.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경남 산청=지리산을 비롯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까닭에 곳곳에 때묻지 않은 계곡이 많다. 이중 백운동계곡은 조선시대 은거 처사였던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너른 바위와 기암, 낙류와 연못 등이 끝없이 이어져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계곡 입구 바위에는 남명 조식 선생이 썼다는 ‘백운동(白雲洞)’, ‘용문동천(龍門洞天)’이라는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고, 계곡 곳곳에는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등 10여 개가 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이 사망할 때까지 후학을 양성했던 산청은 덕천서원, 산천재, 남명기념관, 남명선생 묘소 등 역사유적지가 많다. 특히 남명이 61세 이후 후학을 지도했던 산천재에는 현판 위에 선비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 소가 쟁기를 끄는 모습 등 3개의 벽화가 남아 있어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산청의 또 다른 인물은 삼우당 문익점 선생. 백운동계곡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10여분 정도 가다 우회전하면 목면시배지다. 이곳에서는 목화를 재배하는 모습뿐 아니라 목화재배 및 목면 제조과정 등을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의 체험장소로 유익하다.

이 외에 드라마 ‘주몽’ 촬영지인 황매산 정상 인근 평원을 비롯해 남사예담촌, 대원사계곡, 돌무지무덤, 전 구형왕릉 등이 산청의 대표적 관광지다.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0-6422

▲전북 위도=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항까지는 여객선으로 40분 거리. 위도에는 7년여에 걸쳐 완성했다는 해안도로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여객선에 차를 실으면 운전자 뱃삯을 포함해 2만4천원.

자동차로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넉넉잡아 1시간 정도 걸린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해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경관이 천차만별인 위도는 해안선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뛰어나지만 낚싯배를 타고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맛도 쏠쏠하다.

고슴도치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위도해수욕장은 밀물 때면 해수욕을, 썰물 때면 개펄체험을 할 수 있다. 샤워장과 화장실 등은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깨끗하고, 이곳 사용료가 모두 무료라는 데 솔깃해진다.

파장금항에서 섬을 반 바퀴쯤 돌다보면 눈에 띄는 것이 위도띠뱃놀이 전수관. 위도의 대리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사흗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고, 이 염원들을 지푸라기로 만든 배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내는 풍어제를 지낸다. 이 풍어제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위도띠뱃놀이’라 부르게 됐다.

위도는 팔도의 강태공들에게 꽤 유명한 섬이다. 그 유명한 영광굴비도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데, 이는 과거 위도가 영광군에 속해 있었기 때문.

위도는 섬 크기에 비해 낚시, 등산, 개펄체험, 해수욕 등 가족단위로 피서를 즐길만한 곳이 지천이라 민박집만 130여개가 넘는다. 위도 면사무소 (063)583-3804

▲전남 비금도=목포항에서 비금도는 2시간 거리. 쾌속선을 타면 50분 걸린다. ‘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띄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비금도는 남북으로 긴 모양을 하고 있으며, 수대선착장은 섬 동남쪽에, 가산선착장은 북쪽에 위치해 있다. 특히 수대선착장은 바로 이웃한 도초도의 화도선착장과 마주하고 있고, 서남문대교가 두 섬을 이어준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비금도는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경관이 뛰어나다. 특히 밝은 모래(明沙)가 십리(十里)나 펼쳐져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유명하다. 서해를 바라보며 해수욕과 백사장을 즐기는 것도 괜찮지만 배를 빌려 인근 무인도를 찾아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비금도의 대표적인 산은 그림산과 선왕산(255m). 두 산 모두 안전하고 깔끔하게 잘 정비돼 있고, 높거나 험하지 않아 절경을 감상하며 오르기에 더없이 좋다. 선왕산 하산길에 서산사에 들러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산 아래 나지막한 돌담길로 둘러싸인 서산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60

▲충남 태안=태안의 작은 어촌마을인 ‘노을지는 갯마을’은 풍수지리학자들이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 곳.

소근만 해협에서는 트랙터를 개조해 만든 ‘개펄버스’를 타고 20여분 정도 들어가 조개와 낙지를 잡을 수 있다. 1시간이면 바구니 하나를 조개로 가득 채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낙지도 잡을 수 있다.

개펄 마사지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고, 한밤 중 랜턴을 이용해 칠게를 잡는 체험도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채소심기, 감자·고구마 수확 등 농촌체험과 염전·소금창고도 견학할 수 있다.

태안은 해수욕장공화국. 북쪽 만대부터 남쪽 안면도 영목항까지 1,300리 해안을 따라 30여개가 넘는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꾸지나무해수욕장과 청포대해수욕장에서는 전통어로 방식인 독살체험을 할 수 있고, 신두리에서는 60여만평의 사막에 자라고 있는 사구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파도리해수욕장에서는 멋진 해안풍경과 돌에 원색을 입힌 해옥을 감상할 수 있고, 소나무가 빼곡한 몽산포는 텐트 야영장으로 좋다.

한적한 해변에서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구름포와 방주골해수욕장을 권한다. 갈음이해수욕장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지. 의항해수욕장 인근 세트장에서는 현재 드라마 ‘연개소문’을 촬영 중이다.

이 외에 오키드타운 식물원을 비롯해 팜카밀레, 청산수목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433, 노을지는 갯마을 (041)672-5947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고성 ‘건봉사’, ‘길없는 길’ 끝에도 석가모니 숨결이···
입력: 2006년 07월 19일 21:29:46

속초를 지나 7번 국도를 따라간다. 짙푸른 녹음, 쪽빛 바다가 출렁이는 길 끝은 북동쪽 최북단 마을 고성이다.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이곳에 사찰이 있다. 금강산 건봉사(乾鳳寺). 금강산 자락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한 까닭에 한국전쟁 이후 통행이 제한되다 1989년부터 출입이 자유로워졌다. 35년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다 보니 세속의 때가 덜 묻었다. 인적이 뜸해 한적하기가 그지없는 이곳은 사명대사의 사리와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를 모셔 의미가 특별하다.

간성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거집읍 냉천리에 위치한 건봉사는 국내 4대 사찰 중 하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 연꽃을 닮은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5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해 원각사라 이름 붙였다.

이후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중수해 서봉사라 개칭했고, 공민왕 7년(1358년) 나옹화상이 중수하면서 다시 건봉사란 이름을 되찾았다. 세조 10년(1464년)에는 어실각(御室閣)을 짓고 역대 임금의 원당(願堂)으로 삼았다.

규모나 사찰의 내력으로 보아 건봉사는 한국불교의 대성지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당시엔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등 강원도 일대 대부분의 사찰들을 말사로 거느린 3,183칸의 대찰이었다. 하지만 1878년 산불에 사찰은 전소됐고, 이후 복원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또다시 폐허가 돼 현재는 신흥사의 말사가 된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다.

교동천 제방도로를 따라 홍예교를 건너면 고승들의 영혼이 봉안된 부도밭이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건봉사 관문인 불이문. 사찰 입구에 ‘금강산 건봉사’라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시작되는 금강산자락 초입에 자리잡은 까닭에 금강산이란 이름이 덤으로 붙었다.

1920년에 세운 불이문은 한국전쟁 당시 피해를 입지 않아 온전한 형태다. 불이문 현판은 해강 김규진의 글씨. 금강산 구룡폭포 암벽에 새져진 ‘미륵불’을 쓴 주인공이다.

‘두 마음을 가지지 말고 오직 불심 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의 이곳 불이문은 타 불이문과 달리 기둥이 4개다. 기둥에는 전쟁 때 맞은 총탄 자국이 선명하고, 앞 기둥 두 개에는 금강저가 새겨져 있다. ‘예리한 지혜의 칼’로 불리는 금강저는 사찰 수호를 의미한다.

건봉사가 과거 번창했던 대찰이었다는 중거는 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승병을 일으켰고, 일제 때인 1906년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이곳에 봉명학교를 세워 항일운동과 계몽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불이문 앞 사명당승병기념관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비는 이를 기념한 것이다.

불이문을 뒤로하고 개울을 따라 걷다보면 길은 두 갈래. 맞은 편 길은 적멸보궁으로 통하고, 오른쪽 능파교를 건너면 대웅전이다.

보물 제1336호인 능파교는 건봉사 대웅전과 극락전 지역을 연결하는 무지개 모양의 다리. 숙종 30~33년(1704~1707년)에 축조됐으나 영조 21년(1745년)과 고종 17년(1880년)에 무너진 것을 최근에야 복원했다.

속세의 번뇌를 계곡물에 씻어버리고 다리를 건넌다. 대웅전에 이르려면 십바라밀을 거쳐야 한다. 두 개의 돌기둥에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방편, 원, 력, 지 등 피안의 세계로 가기 위한 수행법이 담겨 있다.

십바라밀과 봉서루를 지나면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오른쪽이 염불원이 있다. 염불원에는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가 봉안돼 있다.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인 건봉사는 한국전쟁 당시 건물과 국보급 보물들이 모두 소실돼 안타깝지만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오던 길을 되돌아 능파교를 건너 적멸보궁으로 간다. 건봉사의 옛 절터였던 이곳에는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 3과가 보관돼 있다.

건봉사에 들러 꼭 가볼 곳은 등공대. 건봉사 대웅전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간다. 왕복 50분 거리다. 굳게 잠겨진 두 곳의 철문을 통과하는 길은 사람의 발길을 타지 않은 전형적인 오솔길. 길 양쪽은 지뢰밭이다.

이곳은 과거 민통선 지역으로 묶였으나 10여년 전부터 건봉사 종무실에 사전 통보하면(10명 이상) 안내를 받아 갈 수 있다.

등공대는 신라 경덕왕 17년(758년) 발징화상이 신도 정신·양순 등과 함께 최초로 염불만일회를 개설한 곳. 기도결사에는 31명의 승려와 1,820명의 신도들이 참여했다. 당시 기도에 참여한 염불승 31명은 극락왕생했다. 1920년 돌무덤이었던 이곳에 한 신도가 100원을 보시해 탑을 세웠다.

탑 표면에는 무수한 총탄자국이 남아 한국전쟁 당시 이곳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짐작케 해준다.

지금은 주춧돌만이 옛 번창했던 시절을 증거하고 있지만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면 금강산 남쪽 너른 자락에 대가람을 이루었을 당시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고성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전남 신안 무공해섬 비금도&우이도
입력: 2006년 07월 05일 14:23:33
휴가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에 빠지기 마련. 북적이는 피서인파와 바가지요금,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길을 나서기가 두렵다. 하지만 매년 이렇게 시달릴 수는 없는 법. 올해는 좀더 색다르고 여유로운 휴가를 계획했다면 남도의 섬 비금도와 우이도를 찾아보자.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은 기본.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까닭에 드넓은 모래사장을 가진 청정 해수욕장이 널려있다. 저렴한 가격에 자연산 해산물도 맘껏 즐길 수 있고, 마을 주민들의 푸근한 인심 또한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한반도 서남부 끄트머리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827개의 섬을 거느린 ‘섬의 왕국’. 섬 곳곳에 숨겨진 수려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모래 해변은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이중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 무공해 섬인 비금도와 우이도의 비경은 신안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 비금도 ‘봄의 왈츠’ 촬영 하트해변 장관 -

섬의 형세가 날아가는 새의 형국과 같아 ‘비금(飛禽)’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목포에서 54.5㎞ 거리. 쾌속정으로 50분, 페리호를 타면 2시간~2시간30분 걸린다. 사방을 둘러싼 크고 작은 섬이 마치 산맥을 이룬 것처럼 보여 ‘섬 속의 섬’인 셈.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만큼 해안뿐 아니라 내륙의 산들도 절경이다. 비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원평해수욕장. 백사장 길이가 4.3㎞, 폭이 30m(간조 때는 100m).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십리쯤 펼쳐졌다고 해서 ‘명사십리’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모래는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곱고 단단해 차가 지나가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행여 점토가 아닌가 싶어 만져보니 부드럽기가 실크와 같다. 곳곳에 만개한 붉은 해당화가 하얀 모래사장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이곳은 해넘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선착장에서 오른쪽 2번 국도를 따라가면 하누넘해수욕장. 서남쪽 해안의 절경을 끼고 있는 이곳은 드라마 ‘봄의 왈츠’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산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임도 위에서 내려다 본 해변이 꼭 하트모양이다. 이른바 ‘하트해변’. 사랑을 고백하기에 딱 좋다. ‘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 산과 섬들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비금도의 대표적 특산물은 천일염과 섬초(시금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일염이 나온 곳이다. 섬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10~11월 파종한 후 3월까지 수확하는 섬초는 잎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전국에서도 특품으로 쳐준다.

이 외에 선왕산(해발 255m)과 용이 승천하기 전 살았다는 용소마을, 바둑천재 이세돌의 고향인 도고마을이 유명하다. 예까지 왔으니 서남문대교로 이어진 도초도도 들러봄직하다. 1996년 비금~도초간 연도교가 개통돼 비금도와는 하나의 생활권이다. 모래사장이 반원형으로 둥글게 펼쳐진 시목해수욕장이 유명하다.

- 우이도, 은빛조개·80m 모래산 탄성 절로 -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에 좋을 만큼 아담한 섬이다. 몇몇 사진작가에게나 알려졌을 뿐 일반인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곳이다. 그러나 한 번 가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는 ‘신비의 섬’이다.

우이도는 도초도에서 배로 1시간, 목포에서 3시간30분 거리다. 섬의 모양이 소의 귀처럼 생긴 이곳에서 여행객을 가장 먼저 놀라게 하는 것이 섬 냄새. 산 정상에 빼꼭히 들어선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에서 풍기는 은은한 나무향은 뭍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이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우이도에는 모래가 많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사구(모래언덕). 섬 서쪽 돈목마을에 있다. 80여m 높이로 우뚝 솟은 모래산이다. 바닷바람에 조금씩 그 모양을 달리해 신비롭기 그지없고, 억겁의 세월동안 자연이 빚어낸 신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모래산 아래는 비단결 같은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돈목해수욕장. 이곳에는 ‘은빛조개’가 산다. 전국에서 은빛조개가 사는 곳은 이곳 뿐. 갈고리로 해변 모래사장을 긁어대면 은빛조개가 지천이라 아이들과 함께 조개체험을 하기에 좋다.

껍질 표면에 은빛이 돌아 이름 붙여진 은빛조개는 국물을 내거나 조려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우이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체험은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건지는 것. 이곳 박화진 면장이 앞바다 제일 좋은 목에 그물을 놔 배를 타고 나가 자연산 농어, 우럭, 광어, 줄돔 등 고급어종을 건져 올리는 맛이 쏠쏠하다. 자연산 활어회 한 접시가 4만원. 여기에는 맑은탕과 은빛조개, 고사리, 바닷물에 우려낸 두부가 밥상에 올라온다.

우이도는 정약전 선생이 9년간 유배살이를 했던 곳. ‘자산어보(玆山魚譜)’ 초고를 이곳에서 만들었고, 가장 높은 상상봉(358.6m)에 오르면 최치원 선생이 바둑을 즐겼다는 바둑판 흔적을 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서울→서해안고속도로→목포/서울→호남고속도로→광주→1번 도로→목포. (KTX)서울↔목포 1일 8회. (고속버스)서울↔목포 1일 24회. 목포에서 비금도와 우이도는 목포항여객터미널(061-240-6060)에서 배편으로 이동.

▲배편 : 목포 북항→비금 가산(07:00, 11:00/비금농협카페리호/차량 2만7천~3만2천원/1시간50분), 목포→비금 가산(07:20, 13:20, 15:00/대헝페리/승객 7,200원/2시간30분), 목포→비금 수대(07:50, 13:20/남해 프린스 쾌속선/승객 1만4천900원/50분). 목포→우이(12:10/섬사랑호/승객 1만3천100원/3시간)

특산품&먹을거리 : 비금도는 천일염과 섬초가 유명하고, 우이도에서는 자연산 활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숙박 : 오란다민박(비금도, 061-275-4620), 다모아민박(우이도, 061-261-4455)

▲여행상품 : 솔항공여행사(02-2279-5959)는 우이도 2박3일 상품을 판매 중이다. 목포항에 집합해 우이도에서 각종 체험을 즐기고 함평으로 이동한다. 13만9천원.

▲문의 :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7

〈신안|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자연 휴양림 4곳, 숲처럼 짙구나, 여름의 속눈썹은
입력: 2006년 06월 28일 22:36:07

한국관광공사는 ‘7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강원 태백 고원자연휴양림을 비롯해 전북 완주 고산자연휴양림, 경남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제주 절물자연휴양림 등 4곳을 선정했다. ‘숲속에서 빗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7월의 주제다. 휴양림은 각종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친구끼리 삼림욕을 즐기며 오붓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 고원자연휴양림 -

철암동 금광골 골짜기 깊숙하게 자리잡은 고원자연휴양림은 태백시가 총사업비 45억6천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6월 개장했다. 매표소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길은 양 갈래. 곧바로 직진하면 13개의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을 비롯해 숙박시설인 숲속의 집(10평형) 8동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이 외에 야영장, 취사장, 매점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이곳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시설을 자랑한다. 휴양림이 조성된 금광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에 이르는 청정지역으로, 산막 앞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계곡에서는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토산령(950m)을 잇는 3.5㎞의 트레킹 코스도 즐겨봄직하고, 여울과 소가 연이어진 계곡에서는 울창한 낙엽송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용요금은 5만~10만원선.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으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입장객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다. (033)550-2849

- 고산자연휴양림 -

1998년 문을 연 고산자연휴양림은 안수산(553.6m)과 서방산(671.7m) 등이 빚어낸 청정계곡 내 시랑천을 따라 조성돼 있다. 계곡물은 상류에 민가나 오염원이 없어 맑은 편. 계곡물을 막아 조성한 물놀이장만 7개나 되고, 120m 길이의 물썰매장을 운영해 아이들과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다양한 평형대의 숙박시설(40실)과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으며, 하루 최대 5,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숙박시설은 산막권(7평형)을 비롯해 산림문화휴양관권, 기타 평형권 등. 2층으로 지어진 산림문화휴양관에는 14평형 객실이 6개 들어서 있다.

숲속에는 7평형 18실, 10평형 12실, 14평형 3실, 18평형 1실 등이 있으며, 각 객실의 난방은 전기온돌을 사용한다. 또 각 실에는 TV(10평형은 TV 없음), 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가 구비돼 있고, 수도에서 나오는 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

숙박시설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오토캠핑장을 이용해 볼만하다. 주차공간 바로 옆에 야영데크가 40개 마련돼 있고, 휴양림에서 텐트를 설치해 준다. 인근에 2동의 취사장과 화장실을 갖춰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휴양림 계곡 최상류는 저수지가 조성돼 통행을 제한한다. 물썰매장은 유료로 운영되며, 현재 전화로만 신청을 받는다. (063)263-8680

- 절물자연휴양림 -

제주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절물자연휴양림은 산책로, 놀이시설, 약수터, 등산로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크고 작은 숲속의 집은 총 16실. 가장 작은 6평형은 2개실이 한 건물에 있어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식기류, 취사도구, 전자기기, 수건 등은 넉넉하게 준비돼 있다. 가족단위로 머무를 수 있는 숲속의 집 외에 20~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숲속수련장과 강의동이 마련돼 있어 단체방문도 가능하다.

휴양림 곳곳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과 놀이시설, 휴식공간이 조성돼 있고,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조성된 삼나무숲에 들어서면 숲향기에 취해 피로가 절로 풀린다.

건강산책로 위쪽에는 연못이 있고, 이곳을 지나 갈림길 왼편으로 접어들면 약수터 가는 길과 절물오름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곳 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절물오름 정상에선 맑은 날이면 성산일출봉, 제주시가지, 한라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휴양림 밖 볼거리도 풍부하다. 백사장이 완만한 이호해수욕장을 비롯해 용두암, 신비의 도로, 산굼부리, 김녕미로공원까지 둘러보고 한화리조트 테라피센터에서 피로를 풀면 여행이 더욱 알차진다. (064)721-7421

- 편백자연휴양림 -

삼동면 금산 동쪽에 위치한 편백자연휴양림은 현재 1가족동으로 구성된 20개의 숲속의 집과 2가족동인 4개의 숲속의 집이 있다.

복층형으로 만들어진 1가족동 숲속의 집은 다락방이 있어 8평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책로, 전망대, 야영장의 편의시설을 갖춰 조용한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안성맞춤.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푸른 바다와 함께 시원하게 펼쳐지고, 편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온몸을 정화시켜 준다. 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휴양림 인근 내산저수지를 찾으면 된다.

남해는 ‘보물섬’이라 불릴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휴양림에서 나와 ‘봉화마을’이라고 적힌 돌비석 왼편은 영화 ‘밀애’를 촬영했던 곳. 이곳을 거치면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드렸다는 보리암이다. 눈여겨볼 곳은 쌍홍문과 장군암. 쌍홍문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일주문으로 2개의 굴이 뚫려 있고, 그 굴을 통과해서 들어갈 때는 자연히 허리가 굽어져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이 외에 해오름예술촌과 독일마을, 원시어업죽방렴,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 용문사 등도 욕심내볼 만하다. (055)867-7881

〈윤대헌기자〉
 
 
 
[여기 어때!] 6월 가볼만한곳, 푸른 숲 마시고, 푸른 숨 내쉬고
입력: 2006년 05월 31일 20:57:12

여름의 길목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신록을 맞으러 길을 나서기에

좋은 때다. 한국관광공사는 6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경기 가평 대금산과 강원 횡성 치악산, 충북 제천 금수산, 경남 울산 신불산 등 4곳을 선정, 발표했다. ‘신록과 계곡 속을 걷는 야생화 트래킹’이 이달의 여행 주제다. 산과 계곡에 널려 있는 신록에 취해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 대금폭포수에 산행피로가 싹~ -

▲경기 가평/대금산 대금이골

대금산(704m)은 가평군 하면 대보리와 가평읍 두밀리의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수도권 당일 등반코스로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

대금산 등반코스는 두밀리와 대보리에서 올라가는 두 가지. 두밀리 코스는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고 등산로가 짧아 등반객이 많이 이용하는 반면 대보리 코스는 등산로가 긴(3km) 까닭에 인적이 드물다.

이 때문에 대보리의 대금이골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계곡을 잘 간직하고 있다. 아홉 개의 깊은 못을 거느리고 있는 대금이골은 맑은 물이 끊이지 않는 시원한 계곡과 울창한 숲 속에서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대금이골 입구에서 40여분을 오르면 오른쪽 계곡에 대금이골의 으뜸 비경인 대금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5m의 높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시원함은 당연 산행인의 몫.

산행 후 대금산 자락에 위치한 ‘꽃무지 풀무지 야생수목’원이나 대보리에서 서울 방향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아침고요 원예수목원’에도 들러봄직하다.

가평군청 문화관광과 (031)580-2065

- 인적 뜸한 비경 ‘호젓한 낭만’ -

▲강원도 횡성/치악산 부곡지구

원주시 치악산에 비해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횡성군 동치악산 부곡지구는 치악산 여느 코스보다 경사도가 낮아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이곳은 특히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하얀 속살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새색시처럼 천혜의 비경을 도처에 품고 있다.

안흥찐빵촌과 강림을 지나 부곡지구 마을로 가는 초입 도로변에는 ‘노고소’라는 팻말이 있다. 이 노고소는 태종 이방원과 그의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 사이에 얽힌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

수달래를 보면서 조금 더 오르면 부곡마을이고, 마을길을 비껴 오르면 매표소다. 매표소부터 곧은재까지는 4.1km 거리다. 등반 초입은 두 사람이 어깨를 비비며 걷는 작은 길이지만 울창한 숲 그늘과 계곡의 물줄기가 더위를 잊게 해준다.

10여분 정도 걸으면 계곡 왼쪽에 부곡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숲에 가려져 있어 놓치기 쉬운 부곡폭포는 기암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다.

횡성에는 도예방을 비롯해 천문대, 나비체험 생태학교, 허브농원, 휴양림, 온천, 숯가마 등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거리도 풍부하다. 치악산국립공원 부곡관리사무소 (033)342-7640

- 여름에도 얼음 자연신비 만끽 -

▲충북 제천/금수산 용담폭포

제천시 수산면에 위치한 금수산은 청풍호반을 끼고 올라가는 산길도로와 전망대, 그리고 정상에서 펼쳐지는 전경까지 그 풍경 하나하나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금수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비경 중 하나가 바로 용담폭포다. ‘세수를 하다가 그릇에 비친 폭포를 본 옛날 주나라 왕이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고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선녀탕과 용담폭포였다.

금수산은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로 유명하다. 30m 높이의 용담폭포에서 쏟아지는 폭포소리와 더불어 얼음같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한여름 더위도 잊어버릴 정도다. 용담폭포 왼쪽 뒤로 이어진 암릉을 지나 쪽두리 바위에 오르면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한눈에 들어온다.

망덕봉에서 금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얼음골재다. 얼음골재부터는 철계단과 가파른 암봉이 이어진다.

금수산 정상에서는 청풍호반과 호반 위의 유람선, 청풍문화재단지, 월악산, 대미산 등과 금수산의 지봉인 신성봉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30분.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043)640-5681

- 천연林·기암괴석 한폭의 그림 -

▲경남 울산/신불산 자연휴양림

신불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산들 중에서 두 번째(1,209m)로 높은 산이다.

배내고개를 넘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곳이 석남사다. 석남사는 신라 때 도의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조계종 산하 80여개의 선원 중 문경 봉암사와 더불어 종립특별선원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의 도의국사 부도(보물 369호)와 삼층석탑(824년)이 유명한 이곳은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석남사를 지나 영남 알프스를 감상할 수 있는 배내고개를 넘으면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상·하단으로 나뉘어진 신불산 자연휴양림은 상단에는 파래소 폭포가 있고, 하단은 백련계곡과 청석골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울산 12경 중 하나인 파래소 폭포는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하얀 물보라가 장관이다. 폭포 중심에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깊고 푸르다.

울산시청 문화체육국 관광과 (052)229-3853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불교성지’ 미얀마…2500년 佛밝힌 ‘신비탐험’
입력: 2006년 06월 07일 18:02:59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서북부에 위치한 미얀마(구 버마)는 인도, 중국 등 5개국과 국경을 접한 불교국가다. 지난 50여년간 국문을 닫아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까닭에 동남아시아에 남아 있는 유일한 오지다. 미얀마의 불교는 부처의 계율을 원칙대로 고수하는 ‘테라바다’. 흔히 남방불교 또는 상좌부불교라 부른다. 이곳 국민에게 불교는 이미 종교를 뛰어넘어 생활이 된 지 오래다. 때문에 미얀마에서 불심의 흔적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베일에 숨겨져 더욱 신비롭고,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미얀마는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여행자나 성지순례를 위한 불신자에겐 더없이 매력적이다. 찬란했던 옛 불교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수천년의 숨결을 이어온 양곤과 바간을 찾아봤다.

- ‘동방의 정원’ 양곤 -

미얀마의 수도 양곤은 도시의 40%가 공원과 호수, 파고다(불탑) 등으로 조성돼 ‘동방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양곤은 ‘전쟁의 종결’이라는 뜻. 1755년 버마족의 알라웅파야왕이 몬족의 다곤을 정복한 후 더 이상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 붙였다.

양곤 시내는 1960년대 서울의 모습과 흡사하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미얀마 전통의상인 ‘론지’(치마)를 둘러 입은 모습이 낯설지 않고, 밥통을 하나씩 꿰차고 탁발나온 스님들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양곤의 대표적 불교유적지는 시가지 북쪽 언덕에 자리한 쉐다곤파고다. 99.6m 높이의 황금탑이다. 2,500년 전 타부사·발리카란 두 상인이 부처의 머리카락 8개를 가져와 오칼라파왕에게 전했고, 이를 모시기 위해 탑을 세웠다. 최초의 탑 높이는 27m. 그러나 지진으로 형태가 없어진 것을 15세기에 들어서 신소부 여왕이 자신의 몸무게만큼 금을 보시해 중건했다. 이후 이를 계기로 역대 왕과 국민이 오늘날까지 금을 보시해 증축되면서 지금의 높이가 됐다. 현재 탑에 덧칠된 금의 양은 70t. 4년에 한 번씩 덧칠한다.

탑의 일산(탑 꼭대기의 우산 모양)에는 보시받은 각종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이 매달려 있고, 중앙에는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7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1901년 조성된 차욱탓지파고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이곳에는 길이 67m, 높이 18m의 2,000년 된 와불상이 모셔져 있다. 발바닥에 욕계, 무색계, 색계를 뜻하는 108개의 문양이 새겨진 것이 이채롭다.

이 외에 6차 경정결집이 열렸던 칠엽굴과 동굴사원 마하파사나, 세계 평화의 탑인 카바에파고다, 민속마을, 세계에서 가장 큰 옥불을 모신 로카찬다사원 등이 놓치기 아까운 불교유적지다.


- ‘불탑의 도시’ 바간 -

‘불탑의 도시’라 불리는 바간은 미얀마 남북을 종단하는 이라와디강 중부에 위치한 미얀마 최대의 성지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르보드르와 더불어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꼽히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곳에 불교문화가 싹튼 것은 11세기 아노라타왕이 타톤국을 점령, 마누하왕과 왕비를 포로로 데려온 후부터다. 당시 이곳에는 5,000여개의 파고다가 있었으나 지진과 전쟁 등으로 훼손돼 현재는 42㎢에 2,500여개의 파고다와 사원이 남아 지난 세월을 증거하고 있다.

바간의 크고 작은 파고다를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쉐간도파고다. 특히 해질 무렵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황금빛 파노라마의 출렁임은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감동에 흥분을 감출 수 없다.

바간 내 2,500여개의 파고다와 사원 중 상징적인 것은 이곳에서 제일 높은(61m) 탑빈뉴사원을 비롯해 가장 아름다운 아난다사원, 유일한 미완성 파고다인 담마양지, 제일 먼저 만들어진 쉐산도파고다 등.

이중 1059~1090년 사이에 만들어진 쉐지곤파고다는 부처의 앞머리뼈와 앞니를 봉안해 참배객이 끊이질 않는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파고다와 사원답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도 많다. 유일하게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담마양지는 1163년 나라투왕이 조성한 파고다로, 슬픈 사연이 전해진다.

나라투왕은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아버지와 동생, 아내까지 살해한 후 왕위에 올랐고, 이를 참회하기 위해 파고다를 만들었다. 파고다를 조성할 당시에도 나라투왕의 잔혹함이 엿보인다.

나라투왕은 당시 벽돌과 벽돌 사이에 바늘이 들어가면 노역자의 팔을 잘랐으니, 기우는 달빛 아래서 고뇌하며 벽돌을 다듬었을 노역자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나라투왕은 인도의 왕이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당했고, 결국 파고다는 미완성으로 남게 됐다. 이곳에서 가장 웅장함을 자랑하는 담마양지의 실내에 박쥐가 많고, 악취가 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일까.

미얀마 전체에서 가장 강수량이 적은 곳이 바간. 메마른 땅이 한눈에 봐도 고단한 살림살이를 짐작케 해주지만 이곳 주민들의 맑고 순수한 눈빛은 미얀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항공 : 대한항공에서는 현재 미얀마(양곤) 직항노선 전세기를 주2회 운항중이며, 오는 11월부터는 주4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비행시간은 6시간10분.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30분 늦다.

▲환전 및 환율 : 환전은 국내에서 달러로 바꿔가는 게 좋다. 환율은 1,000원이 1,260차트 정도.

▲기후 및 옷차림 : 열대성 몬순기후로 연평균 섭씨 30도 내외. 5월 하순~10월까지가 우기이며, 7~8월에 강수량이 가장 많다. 최적의 날씨는 11월부터 2월까지. 긴팔 옷과 선크림, 선글라스, 슬리퍼나 샌들은 꼭 챙겨갈 것.

▲치안 : 외국인이 택시를 이용해도 괜찮을 만큼 양호하다.

▲출입국관련 : 서울 주재 미얀마대사관(02-792-3341) 또는 제3국 주재 미얀마대사관에서 사전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상용비자는 10주, 관광비자는 4주간 체류가 가능하다.

▲가볼만한 곳 : 천년고도 만달레이, 물의 도시 혜호, 몬족의 수도 바고 등.

▲숙박 : 트래더스호텔(95-1-242-828, 양곤), 트래저리조트(95-1-513-300, 바간)

▲여행상품 : 하나투어(02-2127-1000)에서는 ‘미얀마 문화탐방’ 상품을 판매 중이다. 양곤과 바간 등지를 둘러보고, 쉐다곤파고다 야간관람과 이라와디 강변 레스토랑에서 특식을 즐긴다. 공항세, 여행자보험, 전 일정 호텔(식사 포함) 투숙 등을 포함해 74만9천원부터. 혜호까지 방문하는 코스는 94만9천원부터다.

〈미얀마|글·사진 윤대헌기자〉
 
 
 
 
[여기 어때!] 돌담길 3곳, 주름진 돌담사이 추억이 뚜벅뚜벅
입력: 2006년 05월 24일 21:14:47

돌담길은 추억이다. 한적한 산골 풍치와 어우러진 돌담길 한편으로 물동이를 이고 나르는 아낙네, 마실가는 촌로, 자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정감어린 모습이 아련하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시멘트와 벽돌에 밀려 이제는 그 흔적만이 옛 자취를 증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의 흔적을 송두리째 지울 수는 없는 법. 고택과 감나무, 담쟁이 넝쿨이 어우러져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돌담길이 ‘추억의 명소’로 되살아나고 있다. 문화재청이 최근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기 때문이다. 옛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돌담이 이제서나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경북지역 돌담길 3곳을 찾아가 봤다. 돌담길. 오랜 세월 풍화로 깎이고 패였건만 보는 것만으로도 잊혀진 고향을 떠올리게 만든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마을 담장들은 대부분 자연석을 이용한 돌담이나 토석담이다. 짧게는 700m에서 길게는 10㎞에 이르기까지 길이와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마을의 오랜 역사와 함께 고택과 어우러진 돌담길은 한 가닥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다.

- 군위 한밤마을 -

한밤마을은 예부터 밤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 마을에는 최초로 신천 강씨가 살았는데, 신라시대 950년께 홍란이 이 마을에 이주해 부계 홍씨 일족이 번창했다. 팔공산을 등진 마을은 사방으로 경치가 수려하고, 마을 전체의 집들이 북향으로 배치된 것이 특이하다.

마을의 주택은 대부분 전통 한옥구조로, 대부분 초가지붕으로 돼 있던 것을 70년대에 슬레이트지붕으로 개량했지만 군위대율리대청 등의 지정문화재가 남아 있어 전통마을로서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마을의 담장은 여느 마을과 달리 대부분 둥글둥글한 돌담이다. 마을 전체를 감싼 돌담은 모두 냇돌을 사용했고, 원형을 잘 지녔다.

그 많은 냇돌을 과연 어디서 구했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대율리대청에 마실 나온 촌로에게 물으니 경오년(1930년) 대홍수로 떠내려 온 돌들을 주워다 담장을 쌓았다고 말했다. 슬픈 역사를 지닌 채 주변 경관을 거스르지 않은 담장은 아름다운 돌담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 담장의 축조방법은 막돌허튼층쌓기. 하부가 넓고 상부가 좁은 모양새다. 넓은 곳은 1m가 넘는 곳도 있다. 담장은 냇돌을 촘촘히 쌓아올려 마치 성벽과 같다.

둥글둥글한 냇돌처럼 곡선형으로 이어진 돌담길은 전통가옥과 조화를 이뤄 예스러움을 더해준다.

-찾아가는 길 : 대구시내→팔공산순환도로→한티재→삼존석굴→부계면 남산리→대율리

-주변 가볼만한 곳 : 삼존석굴(제2석굴암), 팔공산도립공원, 동화사

-문의 : 군위군 새마을과 (054)380-6062

- 성주 한개마을 -

한개마을은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가 처음 입향해 개척했다. 현재는 이정현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66호가 남아 있다.

마을은 북쪽 영취산(335m)을 주산으로 동남쪽으로 뻗어 내린 청룡등과 서남쪽으로 뻗어 내린 백호등 중앙 구릉지에 포근하게 들어섰다.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가옥은 ‘북비고택’을 비롯해 총 9동. 대부분 원형이 잘 보존돼 돌담길과 더불어 둘러보기에 좋다.

이곳 담장은 대부분은 토석담이다. 크게 외곽담과 내곽담으로 나뉘는데, 그 규모와 동선이 남부지역의 특색에 맞게 전통가옥과 잘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담장은 아래위 색깔이 다른 것이 많다. 아래쪽은 지난 세월을 증거하듯 이끼가 가득하고, 그 위쪽은 새로 얹은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의 돌담은 마을 공간을 그물처럼 나눠주고, 이어준다. 무엇보다 담을 맞대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따사로운 햇볕과 푸른 신록이 어우러진 돌담길은 걷는 동안 시간을 초월해 조선시대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왜관IC→33번 국도 성주군→월항면→한개마을

-주변 가볼만한 곳 : 세종대왕자태실, 독용산성, 회연서원, 가야산국립공원

-문의 : 성주군 새마을과 (054)930-6063

- 대구 옻골마을 -

태동공 최계의 아들 대암 최동집이 광해군 8년(1616년)에 이곳에 터를 잡은 이래 400여년간 경주 최씨 집성촌이 됐다. 현재 경주 최씨 20가구 이 외에 타 성을 가진 10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에는 67명이 산다. 마을 뒤 주산인 능천산(357m)이 병풍처럼 둘러싼 옻골마을은 마을 남쪽에 옻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마을 초입 느티나무를 지나면 360년 된 회화나무가 마을 입구에 버티고 서있다. 그 오른편이 정려각. 돌담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옻골은 상징적으로 숲안과 숲밖의 두 공간으로 분할된다. 숲안은 동계와 서계의 합류지점 밖에 조성된 숲을 경계로 그 안을 말한다.

마을의 가옥은 대부분 전통한옥이다. 대도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시골냄새를 물씬 풍길 정도로 예스러움을 잘 간직하고 있어 전통마을로서 손색이 없다. 특히 둔산동 경주최씨 종가와 보본당 사당은 꼭 들러봄직하다.

종가로 이르는 안길은 정려각을 지나 두 번 직각으로 꺾인 후 두 번 더 방향을 튼다. 때문에 안길에서는 대문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곳의 모든 가옥이 다 그렇다.

담장은 대부분 돌과 흙이 섞인 토석담이다. 전통가옥들과 어울려 자연스런 동선을 만들어 내고 있는 돌담길은 전형적인 반촌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열십자형으로 만나는 길은 찾아볼 수 없고, 모두 ‘T’자형으로 조성된 것이 눈길을 끈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동대구IC→대구공항→방촌역 지나 우회전→옻골마을

-주변관광지 : 팔공산도립공원

-문의 : 대구시 문화예술과 (053)803-3758

〈경북|글·사진 윤대헌기자〉
 
 
[여기 어때!] 경남 하동 야생차밭, 차 한잎에 지리산·섬진강이 담겼네
입력: 2006년 05월 17일 20:56:41

경남 하동군 ‘화개(花開)’는 꽃피는 마을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10리길은 봄이면 동백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이 피고진다. 목련이 꽃을 떨구면 봄은 다 간 것. 지천으로 피어난 봄꽃은 간데없고, 골짜기마다 연둣빛 새순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신록의 5월, 녹차의 계절이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 시배지. 쌍계사에 이르는 골짜기마다 차밭이 빼곡하다. 섬진강 한줄기 바람에 실린 햇차의 그윽한 향기가 하동의 산야를 뒤덮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하동은 전남 보성, 구례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차 생산지이자 차 시배지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천태산자생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이곳에 심었고, 830년 진감선사가 차를 번식시켰다고 삼국사기는 전하고 있다.

차 시배지 기념비 바로 옆 ‘도심다원’에는 수령 1,000년이 넘는 야생 차나무가 아직도 연둣빛 새순을 돋아내고 있다. 그 새순으로 만든 ‘천년차’가 이번 야생차축제기간(18~21일) 중 경매에 붙여진다. 최저 경매가가 무려 1천만원이란다.

하동의 차생산 농가는 2,000여 가구. 악양과 화개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차밭만 836ha에 이르고, 70여개의 다원이 있다. 전국 녹차의 1/4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하동이 차 시배지가 된 것은 타고난 기후 덕분. 야생차밭이 늘어선 화개면 일대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13.8도, 강수량은 1,400㎜다. 땅심이 깊고 자갈이 섞인 하동땅은 차나무가 땅속으로 깊게 뿌리를 내려 온갖 좋은 성분을 빨아들이기에 좋다.

게다가 섬진강과 지리산에 인접한 까닭에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것도 좋은 차를 내는 데 한몫을 거든다.

하동의 녹차는 대부분 야생차다. 치약을 길게 짜놓은 듯 가지런한 보성차밭과 달리 하동 차밭은 경사진 골짜기와 바위틈에 뭉게구름 피어나듯 낮게 깔려 있다.

봄볕에 깨어난 여린 새잎이 산야를 온통 엽록소로 물들이는 요즘 찻잎을 따는 작업이 한창이다. 찻잎은 곡우(올해는 4월20일)를 전후해 따기 시작해 여름까지 이어진다. 마대를 하나씩 꿰차고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이렇게 딴 찻잎을 말리는 과정이 ‘덖음’. 차의 독성을 제거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건조하는 과정이다. 차맛은 이 덖음과정이 좌우한다. 그날 딴 차는 그날 덖음질해야 제맛이 난다. 덖음질 뒤에는 멍석에서 비비는 작업이 이어진다. 볶아진 찻잎에 상처를 내는 이 작업은 찻물로 우려낼 때 더욱 진한 향을 얻을 수 있다.

‘구증구포(九蒸九曝)’. 덖고 비비는 과정이 9차례 반복된다. 이 과정을 거친 차는 수제차 중 으뜸으로 친다.

차는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뉘고, 녹차는 기계로 채취해서 기계로 찌는 증제차와, 손으로 따서 가마솥에 덖는 수제차 두 가지다. 하동의 야생차는 손으로 덖는 수제차다.

하동 차의 맛과 향의 뛰어남은 예부터 인정받고 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는 그의 저서 ‘동다송(東茶頌)’에서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50리에 걸쳐 자란다. 차는 골짜기의 난석에서 자란 것이 으뜸인데 화개의 차밭은 모두 골짜기이며 난석”이라고 말했다.

또 추사 김정희는 “화개차는 중국 제일의 용정이나 두강보다 질이 좋고, 인도 유마거사의 주방에도 없을 것”이라고 화개차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하동은 밤낮의 기온차가 심한 까닭에 이슬이 많고 대나무도 많다. 차나무는 대나무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란다. 여기서 나온 차가 ‘죽로차(竹露茶)’다. 일명 ‘작설차’로도 불리는 이 차는 하동의 명품으로, 화개에서 신흥까지 12km에 걸쳐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화개면 운수리 차 시배지에도 차밭을 삥 둘러 대나무밭이다. 대나무는 차밭에 있고, 대문 밖에도 들에도 절에도 널려 있다.

죽로차와 더불어 으뜸으로 치는 차가 우전차다. 곡우를 전후해 돋은 첫잎으로 만든다. 맛과 향, 효능이 뛰어나 명차로 불린다.

매년 이맘때면 하동군에서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연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화개면 운수리 차 시배지 일원과 진교면 백련리 찻사발 도요지에서 열린다. 차 재배지 다례식, 시대별 다례시범 및 찻잎 따기, 차 만들기, 녹차 시음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돼 있다.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식품인 차를 제대로 맛보고 경험하는 기회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공주 공산성, 어둠도 눈부시구나, 백제의 밤은
입력: 2006년 05월 10일 21:32:50

공산성(公山城). 백제의 도읍지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산성(山城)이다. 1,5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다 보니 그 세월만큼이나 사연도 많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잠시 거쳐간 이곳은 나당 연합군에 대항한 거점이었고, 김헌창의 난(822년)을 이곳에서 평정했다. 1623년 이괄의 난 때는 인조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산성이 지닌 역사는 애닯프고 강건하다. 그러나 피고 지는 수많은 왕조 속에서 무심한 세월의 격변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마다 새잎으로 피어나는 산성의 숲은 여전히 푸르다. 1,500년 전 백제의 신비를 엿보기 위해 녹음 우거진 공산성을 찾았다.

충청남도 공주시 산성동을 마주하고 금강을 따라 이어진 공산성은 안팎으로 숲이다. 연둣빛 새순이 눈이 시리도록 푸른 날 오후에도, 별들이 비오듯 떨어지는 해저문 저녁에도 산성의 숲은 높고 푸르다.

공산성은 백제 문주왕 원년(475)에 서울 한산에서 웅진으로 천도한 후 성왕16년(538) 부여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5대 64년간 웅진시대의 방어거점 역할을 담당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렸던 이름도 다양하다. 웅진성이란 백제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 공주가 웅진으로 불릴 때의 이름이고, 고려 초기 때는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가 공주에 파천한 이후 왕에게 쌍수의 이름을 받아 쌍수산성이라 불렸다.

공산성은 원래 토성이었으나 조선 초기에 석성으로 개축됐다. 하지만 토축 부분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토석혼축(土石混築)인 셈이다. 표고 85m와 110m 두 개의 산봉우리를 품은 공산성은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00m에 성곽의 길이가 2,660m인 포곡식 산성이다. 산성을 둘러보는 데는 방식에 따라 30분에서 3시간까지 걸리지만 굳이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주차장과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금서루. 산책로와 성곽을 따라 걷는 흙길 두 갈래로 나뉜다. 숲은 산책로가 좋고, 조망하기에는 산성 위가 제격이다. 길이 어둠에 묻혀 흩어지는 저녁 무렵, 야경을 감상하며 걷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백제의 옛 향기를 맡기는 매한가지다. 금서루 왼쪽 전망대를 향해 성곽 위에 올랐다. 능선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 길은 밀림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길이다.

전망대를 지나 급하게 내려서는 길 끝에 공북루가 있다. 공산성의 북문으로, 금강을 바로 통하는 문이다. 만하루와 더불어 금강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곳은 조선시대 대표적 문루(門樓)로 꼽힌다.

금강을 발 아래 두고 만하루로 간다. 공주사람들이 공산성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꼽는 곳이다. 만하루와 연지, 영은사가 금강을 바라보며 일직선상에 놓였다.

조선 세조대왕의 사액으로 국가에서 창건한 영은사는 광해조 7년 승장(僧將)을 두고 전도사찰을 통관했다고 공산지에 기록돼 있다. 산새소리와 어우러진 영은사 불경소리가 아득하다.

만하루를 지나 명국삼장비부터는 토성을 밟는다. 옛 흙냄새를 맡으며 걷는 산책길이다. 명국삼장비는 선조31년(1598) 가을 공주에 주둔하면서 공주민을 왜로부터 보호해준 명나라의 장수 제독 이공, 위관 임제, 유격장 남방위의 업적을 기린 사은 송덕비다. 본래는 공주 금강변 남안에 세워졌던 것을 공산성으로 옮겨왔다.

광복루를 지나 동문루, 진남루, 금서루까지 돌아오는 길은 호젓한 산책길이다. 상록수의 숲은 짙게 푸르고 차분해 옛 선조들을 생각하며 사색에 빠지기에 좋은 길이다.

금서루에서 시작하는 산책길은 쌍수교까지 꼬불꼬불한 오솔길이다. 공산성 최고봉인 쌍수정에서 그 옛날 이괄의 난을 걱정했던 인조대왕을 생각해 볼만하고, 추정왕궁지도 상상해봄직하다.

공산성에는 조선 인조에 얽힌 얘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괄의 난을 피해 이곳에 온 인조에게 성안 마을사람 임씨가 떡을 해 바쳤는데, 그 맛이 하도 좋아 임금이 ‘임절미’로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인절미가 됐다고 한다.

공산성은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예쁜 길이 앞에 펼쳐져 계절마다 또 다른 느낌이고, 매일매일 올라도 새롭다. 산책길 코스도 발길 닿는 대로라 공주토박이들조차도 모든 코스를 다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금서루에서 주말에 열리는 수문병 근무교대식도 볼만하다. 백제군사 분장을 한 사람들이 1,500년 전 교대식을 재현하고, 기념품만들기·문화체험 등의 행사가 열린다.

〈공주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전남 함평, 엄마는 해수찜···나는 조개잡이!
입력: 2006년 05월 03일 21:29:04
대지의 푸른 때깔이 하루가 다르다. 한창 무르익은 늦봄의 정취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 엉덩이가 들썩인다. 5월은 가정의 달. 부모자식간 정을 나누기에 여행만한 것도 없다. 전라남도 함평은 ‘나비’의 고장. 하지만 이곳에는 나비만 있는 게 아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지가 다양하다. 1년 중 나들이하기에 가장 좋은 5월,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남도를 찾아보자. 자연을 벗삼아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가는 봄이 아쉽지 않다.

- 궁산리 해수찜 -

돌머리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인 손불면 궁산리 일대는 정통 해수찜 원조마을이다. 해수찜은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유황석을 쑥, 삼못초, 뱀딸기풀 등의 약초가 담긴 해수탕에 넣어 데워진 물로 찜질하는 것.

뒤뜰 아궁이에서 갓 구워낸 유황석을 넣은 탕의 온도는 70~80도. 때문에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수건에 물을 적셔 찜질한다.

이곳의 돌은 유황과 알칼리 장석이 많이 함유된 산성암맥이다. 불에 구우면 서로 엉겨붙을 정도로 유황성분이 많고, 가열된 돌은 알칼리염을 생성하고 게르마늄 용출을 도와 살균작용, 피부질환, 신경통, 당뇨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피부가 끈적해지게 마련. 하지만 해수찜 후에는 오히려 피부가 매끈해진다. 찜질 후에는 샤워를 하지 말아야 효과가 오래간다. 4인 기준 2만5천원. 신흥해수찜(061-322-9900)

- 민예학당 -

함평군 신남리에 폐교된 학교를 개조해 만든 시골체험공간이다.

‘사랑해’ ‘꽃반지 끼고’ 등 70년대 초 통기타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가수 은희(55)가 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아 지난달 오픈했다. 뉴욕에서 패션과 메이크업, 특수미용술 등을 공부한 그는 디자이너로 변신, 고향인 제주도에서 천연염색과 인연을 맺었다.

민예는 ‘민초들의 예술’이란 뜻. 천연염색을 비롯해 공예, 도예, 농예, 대체의학 등을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다. 천연염색은 8~9월에 열리는 땡감을 원료로 만든 갈색 염료 등을 사용한다. 감물에서 우러난 갈천색을 그는 ‘코리아브라운’이라 이름 붙였다.

천연염색은 바람, 햇볕, 달빛, 이슬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작업. 특히 바닷가에서 1km 이내가 최고의 장소라고 한다. 건물 뒤편은 새싹밭. 점심으로 나오는 무공해 새싹비빔밥이 일품이다. (061)323-4745

- 자연생태공원 -

함평읍에서 영광방면 10km 지점에 위치한 공원은 12만평의 공간에 8개의 온실, 야외식물원, 반달곰사육장, 산삼밭, 전망대 등을 갖췄다.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전망대. 팔각정 모양의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공원은 물론 ‘함평천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전망대 뒤편에는 산 전체를 벌겋게 물들인 안연홍이 지천이다. 반대편 내려오는 길에는 무궁화동산과 수목원을 만난다. 산책로 양쪽을 가득 채운 야생초와 봄꽃은 길동무다. 공원 오른쪽에 자리잡은 반달가슴곰관찰원에서는 지리산반달곰 7마리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만들어진 수변데크 주변은 수련재배장이다. 재배장을 따라 연둣빛 잎새를 물 위로 올린 꽃창포가 가지런하다.

물 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군락도 장관이다. 연중 나비를 볼 수 있는 이곳은 6월 정식 개장되기까지 주말에만 개방한다. (061)320-3514

- 돌머리해수욕장 -

함평읍 서쪽 바닷가 끝자락 석두마을에 자리잡은 해수욕장이다.

서해안을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스럽다. 깨끗한 바닷물과 백사장, 수천 평의 솔숲을 자랑하는 이곳은 타 지역에 비해 간만의 차가 심하다. 그래서 생긴 것이 해수풀.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둑을 쌓아 만들었다. 2,500평에 달하는 해수풀은 밀물 때 받아낸 물을 썰물 때 내보내 항상 물이 맑아 ‘청정호수’ 같다.

마을을 넉넉하게 품은 갯벌은 살아있는 것들의 터전. 3km를 훌쩍 넘는 갯벌에는 게·조개·해초류가 많고, 요즘엔 막바지 석화(石花) 채취가 한창이다. 석화 채취장 바로 옆은 갯벌생태체험장. 물 빠진 갯벌 위에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까지 나무다리를 놨다. 650m에 이르는 다리는 기찻길 모양새다. 다리 위를 건너며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이곳에서 갯벌생태를 체험한다. 석두어촌계 (061)322-9339

〈함평|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문경 봉암사, 하루 열린 山門 사이로 천년을 엿본다
입력: 2006년 04월 26일 21:34:01

봉암사(鳳巖寺). 1년 중 사월초파일 딱 하루만 개방하는 사찰이다. 1982년 조계종에서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한 까닭에 산문(山門)을 닫았다. 이곳 선원은 수행자들이 법맥을 이어가고 참선하는 곳. 해탈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외지인은 불심을 흐트러뜨리는 대상이다. 하지만 ‘득도’하지 못한 속인들은 감춰진 곳에 더욱 미련이 남고 마음이 가게 마련. 때마침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니 사찰을 엿볼 기회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문경 나들이를 핑계 삼아 산사의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이날만큼은 외지인의 산사체험이 불경스럽지 않을 듯 싶다.

경북 문경의 희양산을 등지고 골짜기에 터를 잡은 봉암사는 조계종 8교구의 말사다.

헌강왕 5년(879년)에 지증대사는 “이 땅을 얻었다는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다. 이곳은 승려들이 살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다”며 절을 세우니, 이것이 봉암사 창건의 유래다.

1,0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몇 번의 소실 끝에 중건을 거듭한 봉암사는 보물 5점을 비롯해 유형문화재 2점, 문화재자료 3점 등이 잘 보존돼 둘러볼 유적이 적지 않다.

봉암사로 향하는 길은 일주문을 코앞에 두고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일주문으로 곧장 이어지는 구길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만든 포장도로다. 구길로 간다.

사월초파일이 코앞이라 연등을 달아놓은 길은 도열해 있는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고, 물소리가 끊이지 않아 발걸음이 가볍다. 일주문을 지나 200여m를 오르면 침류교. 봉암사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다리 위로 탐스럽게 핀 벚꽃이 가지를 내려 외지인을 반긴다.

계곡물 위에 놓인 다리는 부처의 세계와 속세를 갈라준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음이 새롭다.

침류교를 지나 남훈루를 거치면 대웅보전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위엄이 느껴진다. 대웅보전을 뒤로하고 극락전으로 간다.

봉암사 1,0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극락전은 기단이 탑과 같은 모양새다. 기단 바닥에 장방형 판석을 깔았고, 그 위에 중층목탑을 만들었다. 법주사 팔상전과 더불어 유존하는 목탑이다. 원형을 잘 지닌 건물의 자태가 반듯하다.

극락전에서 금색전으로 가다보면 지증대사적조탑과 지증대사적조탑비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지증대사적조탑은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부도다. 여러장의 판석으로 짜여진 방형의 지대석 위에 각 부의 장신 조각이 섬세하다.

지증대사적조탑비는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공적을 찬양한 부도탑비. 신라 경애왕 원년(924년)에 세운 석비다. 비문은 신라시대 대문호인 고운 최치원이 글을 지었고, 분황사의 혜강 노스님이 글을 쓰고 새겼다.

희양산을 배경으로 마당 한가운데 들어앉은 3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석탑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륜부가 완전하게 보존돼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하고, 단조로우면서도 세련미가 넘쳐 보는 이의 발걸음을 한동안 붙잡아 놓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침류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700m를 오르면 백운대다. 마애보살좌상을 만난다. 두 사람이 간신히 오갈 수 있는 계곡길은 세상과 절연한 길이다. 혼자 걸으면 외롭고 호젓해 지난날을 되씹어보게 된다.

계곡을 따라 10여분을 오르자 순간 가슴이 확 트인다. 집채만한 바위 한쪽 면에 마애보살좌상이 조각돼 있고, 그 앞 너럭바위 위로는 얼음보다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른다.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문경 찻사발축제에 즈음해 이곳에선 차공양이 열리는데, 올해는 사월초파일에도 개방하지 않아 아쉽다.

고려 말기 또는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보살좌상은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가슴에 얹어 두 손으로 연꽃을 든 형상이다. 봉암사를 굽어보듯 희양산을 쳐다보듯 미소 지으며 그렇게 수백년을 앉아 있다.

돌아오는 길, 봉암사가 왜 그토록 산문을 개방하지 않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경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3층석탑 뒤 금색전은 대웅보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봉암사 대웅전이었으나 지금은 건물 뒤편에 ‘대웅전’ 편액만 걸어놓은 채 ‘새집’에 자리를 내줬다.

경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석종형부도와 정진대사의 사리탑인 정진대사원오탑, 정진대사원오탑비 등.
 

 

 

 

[여기 어때!] 여주 해여림식물원, 花르르 타는 꽃···스르르 지는 봄
입력: 2006년 04월 19일 21:41:15

여름을 재촉하는 입하(立夏)가 머지않았다. 올봄은 유독 더디게 왔기에 가는 봄이 더욱 아쉽다. 여름에 떠밀려 가는 봄은 봄꽃을 데려가기 마련. 산수유, 벚꽃, 개나리, 진달래, 철쭉, 목련 등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하지만 봄꽃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올해 꽃구경에 소홀했다면 경기도 여주를 찾아보자. 산북면 상품리 흙석이골(방축골) 산자락에 터를 잡은 해여림식물원은 4월 말부터 봄꽃이 절정이다. 이곳의 봄꽃은 개화시기가 늦은 반면 개화기간이 길고, 때깔도 곱다. 한자리에서 수천 종의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더 늦기 전에 꽃향기에 취해 보자.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흙석이골 산자락에 복수초가 꽃을 피웠다. ‘꽃의 여왕’ 튤립을 컨셉트로 한 4월의 축제가 시작된 셈이다. 튤립은 지혜연과 산수유길을 따라 적색, 백색, 진분홍색, 적백색, 핑크색, 적황색, 노랑색, 분홍색, 진자주색의 스펙트럼을 펼친다.

야외에 조성된 해여림식물원은 앵자봉 산줄기에 둘러싸여 산만하지 않고, 잘 손질된 정원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온종일 해가 머무는 여주의 아름다운 숲’이란 뜻의 해여림은 33년간 아동출판에 몸담았던 예림당 나춘호 회장이 일권낸 ‘식물나라’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지난해 오픈했다.

6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식물원은 관람평수만 5만평. 국내 최대 규모다. 어른 걸음으로 3시간 걸리는 관람거리 10㎞에는 2,700여종의 초본류와 1,300여종의 목본류 등 모두 4,000여종이 생태별·주제별로 조성돼 있다.

식물원은 ‘풀꽃나무’ ‘자연환경’ ‘참살이’ 등 3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꿈, 희망, 미래, 행복, 보람 등 5개의 테마동산이 골을 따라 이어진다.

꿈의 동산은 3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한 수생식물이 주요 테마다. 만남의 광장 오른쪽에 자리잡은 천연지·지혜연·사랑연에는 봄볕을 받은 연둣빛 수련이 출렁인다. 연못 주위에는 창포, 부들, 꽃창포, 물싸리, 무늬미나리, 자운영 등이 자리를 잡아 수생식물의 아름다움이 한결 돋보인다.

해여림의 상징적 연못인 천연지에는 오작교를 연상시키는 나무 데크가 운치를 더하고, 실개천을 따라 군락을 이룬 벌개미취와 원추리도 장관이다.

희망의 동산엔 휴식이 있다. 미로숲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측백나무미로숲이 있고, 달빛정원에는 히어리·댕강나무·철쭉 등이 있다. 태극원 위에 조성된 찰흙놀이터는 동심의 세상이다. 맨발로 밟고 손으로 빚고 미끄럼도 탄다. 바닥 전체가 여주와 이천에서 생산되는 도자기용 흙이다.

미래의 동산 나라꽃 정원에선 재래종에서부터 신품종까지 다양한 무궁화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무궁화는 소박하고 은은한 것도 있고, 화려하고 우아한 것도 있다.

연못가 실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두 줄기의 개울이 하나로 포개진다. 애기폭포 물놀이터다. 세차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가 계곡을 아득히 채운다.

계곡 중턱에 자리잡은 행복의 동산은 건강이 숨쉬는 곳이다.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모란과 작약 군락지가 있고, 작약원을 둘러싼 개나리는 이곳에서 개발한 ‘해여림개나리’다.

약초를 테마로 한 동의보감 정원에는 약용식물 1,000가지 품종이 식재돼 있다.

식물원 제일 꼭대기에 조성된 보람의 동산에는 80여 품종 1,000그루의 장미가 여름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운다.

이곳 습지원에는 말, 마름, 부들, 부레옥잠, 연, 수련 등 40여종의 수생식물과 수생생물이 공생한다. 습지원과 장미원 위쪽은 자연생태림이다. 각각의 동산에 조성된 잔디광장은 ‘보는 식물원’에서 ‘쉬어 가는 식물원’으로 차별화한 공간이다.

해여림은 규모 면에서도 놀랍지만 과학적인 동선배치 등 관람객 배려에 더욱 감동받는 식물원이다.

〈여주|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청산도, 정겨워라! 아리랑 흐르던 황톳길
입력: 2006년 04월 12일 21:29:20

섬여행은 늘 가슴 설렌다. 쉽게 닿지 않는 곳에 대한 선망 때문일까, 섬만이 가진 신비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섬마을 주민들의 순박한 인심과 태곳적 자연을 간직한 비경 때문일까. ‘청산도(靑山島)’는 이런 모든 이유 때문에 발길이 가는 섬이다. 청산도로 향하는 뱃전에 오르면 일상에 찌든 때가 해풍에 쓸려 가고, 섬으로 들어서면 유채꽃 너머로 넘실대는 파도가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청산도는 ‘마음의 고향’ 같은 섬이다.

청산도는 한반도 서남쪽 끄트머리 전남 완도에서 뱃길로 50분을 더 가야 한다. 영화 ‘서편제’가 촬영되면서 한차례 유명세를 탔던 섬이다.

소리꾼 유봉이 의붓딸 송화, 아들 봉호와 함께 진도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며 걸었던 황톳길이 이곳에 있다. 13년이 지난 지금 이곳이 드라마 ‘봄의 왈츠’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4월의 청산도는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다. 옥빛 바다와 보리밭, 청명한 하늘과 산이 그렇다. 예부터 자연경관이 뛰어나 ‘청산여수(靑山麗水)’라 불렀던 이름이 아깝지 않다.

청산도 관광의 첫 코스는 당리 돌담길. ‘서편제’ 최고 명장면을 담아낸 돌담길이다. 도청항에서 우측 도로를 따라 10분 거리다. 이 길은 10년 전 콘크리트로 포장했다가 관광객들의 ‘항의’로 다시 황토흙으로 덧씌웠다. 황톳길 삼거리에는 ‘서편제기념관’이 새로 들어서 있다.

야트막한 돌담길을 따라 우측에는 유채꽃이 군락을 이루고, 그 아래가 도락리다. 길 왼편에는 청보리와 마늘밭이 늘어서 있다. 산등성이에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은 바람에 꽃향기를 날려 산으로 바다로 뭍으로 보낸다.

여기서 돌담길을 따라 50여m를 더 가면 드라마 ‘봄의 왈츠’에서 화제가 됐던 삼거리다. 이곳에서 아역 분량의 85%를 촬영했다.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야산 최고의 명당자리에는 2층짜리 유럽풍 농가가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다. 8억원을 넘게 들여 만든 세트장이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성인이 된 후 돌아와 살 집이란다.

언덕 바로 아래 당리마을에는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이 송화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초가가 있다.

청산도의 이름난 해수욕장은 지리해수욕장과 신흥리해수욕장.

도청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지리해수욕장은 모래가 고운 드넓은 백사장이 좋다. 1.2㎞의 백사장을 따라 수령 200년이 넘은 해송 800여그루가 병풍처럼 둘러싸 운치를 더해준다. 지리해수욕장 반대편 신흥리해수욕장은 섬 동쪽에 자리한 일출 명소다. 사리 때 간조가 되면 상산포로부터 목섬까지 2㎞에 걸쳐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부흥리로 간다. 백련사로 가는 길목에서는 구들장논을 볼 수 있다. 4개의 산이 섬을 포위하듯 원형으로 자리잡은 까닭에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생긴 계단식 논이다. 1~2m에 이르는 축대 위에 구들장을 놓고 물빠짐을 방지하기 위해 진흙으로 덮어씌운 다음 그 위에 다시 흙을 쌓은 논이다.

남도의 작은 섬 청산도에는 뭍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많다. 그중 하나가 무덤이다.

이곳의 무덤들은 밭 한가운데 들어앉아 있다. 무덤은 구들장논에 있고, 보리밭에도 있다. 살아서 밭을 갈던 그 밭에 무덤을 만들었다. 그러니 성묘가 따로 없다. 오며 가며 문안을 드리고, 벌초한다.

정성희 청산면장(55)은 “여기 청산도에서는 ‘좌(左)택시 우(右)버스’가 지나는 길이 명당”이라고 말했다.

구장리 초분도 뭍에서는 생경한 장례문화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바로 묻지 않고, 1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땅 위에 모신 후 분묘를 만든다. 시신을 안치하는 바닥에도 구들장을 깐다. 그 위에 풀을 얹고 새끼로 이엉을 만들어 고정한다.

섬 일주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숨겨진 비경과 만난다. 도청항에서 당리마을을 지나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범바위가 있다. 산중턱에 자리잡은 범바위의 생김새도 볼만하지만 청산도에서 바다와 섬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섬의 일주도로는 17.5㎞. 걸어서 5시간 걸린다. 넉넉잡아 하루면 청산도 곳곳의 비경을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청산도/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경주 양동마을, 시간도 멈춰버린 선비촌
입력: 2006년 04월 05일 21:13:18
봄이다. 움츠렸던 몸과 마을을 활짝 펴고 자연을 찾아 떠나는 계절이다. 이왕 나서는 길, 역사와 문화유적이 깃든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천년 고도 경주는 신라역사의 발자취가 도처에 서려있다. 이중에는 600여년 전부터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한 마을이 그대로 보존된 곳도 있다. 경주시 강동면에 위치한 ‘양동마을’이다. 고택(古宅)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 옛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수백년의 숨결을 이어왔다. 시간이 멈춰버린 이곳은 어른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에게는 생생한 교육현장이 된다.

봄꽃이 만개하는 4월은 양동마을을 둘러보기 좋은 계절이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노란 봉우리를 터트린 개나리가 외지인을 먼저 반긴다. 매화, 산수유, 목련도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려 마을로 들어설수록 봄바람에 실린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양동마을은 경주시내에서 30분 거리. 불국토 경주에서 유일하게 유교문화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160여 가옥에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 등 두 씨족 400여명이 모여 산다.

마을은 주산 설창산의 문장봉에서 산등성이가 뻗어 내려 네 줄기로 갈라진 능선과 골짜기가 ‘물(勿)’자형을 이루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영락없이 자그마한 한촌(閑村)이다. 하지만 마을을 파고들수록 길은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진다. 고택은 골에 숨어 있듯 둘러싸여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능선을 지나면 집이 있고 길이 끊어질 듯한 곳에 정자가 있고 서당이 있다.

기와집과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가 하면 숲이 우거진 언덕 너머에는 집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 마을의 규모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양동마을은 삼현지지(三賢之地)로 불린다. 이곳에서 현인이 태어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 경주 손씨 종택(宗宅) ‘머리방(건너방)’이다.

서백당(書百堂)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평난간이 있고 오른쪽이 사랑마당이다. 그 사이에는 얕은 담이 안팎을 구분한다. 그 안쪽 방에서 태어나야 현인이 될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우재 손중돈·회재 이언적 선생이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다.

양동마을 안골에 자리잡은 서백당은 경주 손씨 종가다. 일부 서까래만 바꾼 채 552년째 후손이 살고 있다. 당호인 서백은 ‘하루에 참을 인(忍)자를 백번 쓴다’는 뜻이다. 사랑채 앞 향나무 수령도 500년이 넘는다.

양동마을의 가옥과 정원은 자연친화적이다. 이곳의 반가(班家)는 주로 언덕 위에 있고, 담장이 얕다. 집 주위의 모든 풍경을 아침에 빌려 저녁에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마을 초입에 있는 관가정(觀稼亭)이 대표적인 가옥이다.

보물 442호인 관가정은 우재 손중돈 선생이 지은 집이다. 격식이 있지만 간결하고, 규범적이지만 미의식 돋보이는 고택이다.

양동은 따뜻한 지역이다. 하지만 추운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口’자형 집이 대부분이다. 회재 이언적 선생과 퇴계 이황선생을 대표로하는 영남학파인 주리론은 원리원칙을 중시한다. 때문에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다. 가옥도 예외는 아니다.

손씨 문중의 서당은 성주산 중턱 마을 초입에 자리를 잡아 안락강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안락정 또는 성산재라 불린다.

조선초기부터 말기까지의 다양한 전통가옥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양동마을은 고건축의 전시장이다. 마을에는 국보 1점을 비롯해 보물 4점 등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중 보물 411호인 무첨당은 546년 된 여주 이씨 종가다. 무첨당이란 당호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맏손자 호에서 따왔다. 이곳에는 대원군이 집권 전 방문해서 죽필로 쓴 ‘좌해금서(左海琴書)’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마을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가옥은 향단(香壇)이다. 보물 412호. 회재 이언적 선생이 경상도관찰사로 부임할 때 중종 임금이 지어준 집이다. 당시는 ‘흥(興)’자 모양의 99칸이었으나 6.25전쟁 중 일부 소실돼 지금은 56칸만 남았다.

1560년께 지어졌다 화재로 손실된 후 1917년에 중건한 심수정을 비롯해 수운정, 영운정, 대성헌 등도 둘러볼 만하다. 물봉동산은 초가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이언적 선생의 17대손이자 문화유산해설사인 이지휴씨(58)는 “마을 내에서 유일하게 서양건축물인 양동교회가 이전하고, 전선을 매립하고 나면 이곳은 그 옛날 선조들이 살았던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곳에 와서 단순히 사진만 찍어갈 것이 아니라 가옥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함께 담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윤대헌기자〉
 
 
 
[여기 어때!] 사이판 월드리조트, 남국의 낙원서 ‘한국’을 즐긴다
입력: 2006년 03월 29일 21:21:42

사이판은 신혼여행은 물론 가족여행과 직장인들의 주말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옥빛 바다와 백색 모래해변, 열대식물이 어우러진 이국적 정취가 남다르기 때문. 게다가 타 관광지에 비해 상업적으로 덜 물들어 느긋한 휴식을 보장받는 것도 매력적이다. 특히 한곳에 눌러앉아 ‘원스톱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이판 월드리조트’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더불어 휴식과 재미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하루에도 그 빛깔이 일곱 번 변한다는 사이판의 바다를 벗삼아 천혜의 휴양지 월드리조트에서 일상의 찌든 때를 벗어보자.

북마리아나제도의 14개 섬 중 가장 큰 섬인 사이판은 서울에서 4시간 거리. 비행시간이 짧은 만큼 오가는데도 부담스럽지 않다.

사이판은 남북 21km, 동서 8.8km의 작은 섬이지만 다양한 즐거움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특히 산호초가 바다 위로 솟아올라 형성된 탓에 풍광 또한 뛰어나다.

공항에서 15분 거리인 수수페 지역에 위치한 월드리조트는 코앞에 아름다운 비치를 갖춘 특급 리조트. 2003년 월드건설이 다이아몬드호텔을 인수해 100% 한국자본으로 운영된다. 지상 10층, 연면적 3만8천829평에 265개의 객실을 갖춘 이곳은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55가지 인터내셔널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월드 레스토랑과 최고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 로얄타카홀, 한국음식전문 명가레스토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곳에선 30여 가지의 레저·스포츠시설 이용은 물론 스포츠강사 자격증을 갖춘 ‘프리모아’로부터 받는 강습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 구차한 옵션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객실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조성된 테마 워터파크 ‘웨이브 정글’은 월드리조트의 백미. 워터파크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물놀이시설이지만 남국의 이국적 정취가 어우러져 짜릿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국의 캐리비안 베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웨이브 정글은 2m 높이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파도풀’을 비롯해 ‘레이지풀’ ‘키즈풀’ ‘온천풀’ 등 6개의 테마풀과 3개의 최신 슬라이드를 갖췄다.

튜브를 타고 250m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마스터 블라스터’는 국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워터코스트. 제트스키를 타는 듯한 속도감에 함성이 절로 나온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 원형통 안에서 물회오리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블랙볼’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이지풀’에선 튜브를 타고 워터파크 곳곳을 누빌 수 있고, 독수리 형상에서 물이 쏟아지는 ‘키즈풀’은 아이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 외에 미니골프장, 윈드서핑 강습용 풀 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여유부릴 틈을 주지 않는다.

웨이브 정글을 한껏 체험했다면 해변과 맞닿은 뒷문으로 나가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카약, 카누, 워터바이크, 워터텀블링, 스노클링 등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가 지천이다.

물놀이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호텔 부대객장도 다양하다. 휘트니스 및 사우나 시설인 ‘짐&스파’를 비롯해 네일아트숍, 마사지숍, 기프트숍 등의 부대시설이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사이판 월드리조트 박병규 총지배인은 “그동안 사이판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어왔지만 성수기에는 일본 관광객들에 비해 호텔예약 등 불리한 점이 많았다”면서 “한국기업 소유의 첫 종합리조트로서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관광과 휴식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월드건설은 현재 사이판 월드리조트와 연계할 수 있는 골프장 인수를 추진 중이며, 전세기 운항도 계획하고 있다. 북마리아나제도관광청 한국사무소 (02)752-3189

〈사이판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경북 고령, 무덤은 말하네, 대가야의 비밀을
입력: 2006년 03월 22일 20:50:50

역사는 패자에 냉정하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대가야도 예외는 아니다. 대가야는 고대 철기시대를 주도했고, 토기문화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록은 극히 미미하다. 현존하는 유물과 유적으로 추측할 뿐이다. 천재 악성 우륵은 왜 대가야를 저버리고 신라를 택했을까. 4세기경 고구려, 백제, 신라와 대적했던 대가야는 왜 신라에 의해 힘없이 스러졌을까. 경북 고령으로 향하는 길은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없이 사라진 대가야의 미스터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고령은 옛 가야연맹 중 가장 강성했던 대가야의 도읍지로 일찍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때문에 고령에서 대가야의 흔적을 만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령에는 왕들의 무덤인 지산리고분군을 비롯해 쾌빈리고분군, 본관리고분군, 고진리고분군 등 총 40여곳에 고분군이 있다. 또 신라의 공격을 막기 위해 쌓아올린 산성은 주산성, 노고산성, 운라산성, 도진산성 등 10곳.

이중 지산동고분군은 북쪽에서 흘러내려오는 대가천과 서쪽에서 흘러오는 안림천이 합류하는 고령의 서쪽 구릉에 위치해 있다. 구릉의 북쪽 능선 산 정상부에는 주산성이 있고, 구릉 동쪽 기슭에는 옛 대가야 왕궁지가 위치해 있다. 산 위에 무덤을 세울 만큼 명당이라는 얘기다.

고령읍을 병풍처럼 둘러싼 주산(311m) 남동쪽 능선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왕과 귀족들의 무덤은 당시 대가야의 막강했던 권력을 실감할 수 있다. 바닥 지름이 20m가 넘는 무덤 5기를 비롯해 봉토가 확인된 무덤만 200여기. 여기저기 흩어진 무덤까지 합하면 2,000기가 넘는다.

고분은 주산 정상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작아진다. 고분은 아래쪽부터 만들어져 위쪽으로 갈수록 말기에 형성됐다. 562년 신라 장군 이사부에 의해 멸망되기 전까지 대가야의 세력이 말기로 갈수록 커졌다는 증거다.

이중 직경 20m의 47호 고분은 금림왕릉(錦林王陵)으로 구전되어 오고 있다. 국보 138호인 가야 금관을 비롯한 6,500여점의 유물이 이곳에서 출토됐다.

또 44호분에는 32개의 순장곽 가운데 18기의 순장곽에서 22명의 순장자가 발굴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장무덤이다. 순장은 죽은 뒤에도 살아 있을 때처럼 영혼의 삶이 지속된다는 계세(繼世)사상에서 행해졌다. 이는 대가야국의 왕권의 성장과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왕과 함께 순장됐던 순장자의 신분과 나이는 다양하다. 8살 여자아이에서부터 할아버지까지, 시녀에서 호위무사까지. 그러나 순장에 참여한 이들은 자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발굴된 일부 시신에는 두개골에 구멍이 나 있어 죽여서 묻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산동 44호분은 구릉 꼭대기에서부터 열을 지어 늘어선 5개의 대형분 가운데 남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경사면에 솟아있다. 봉분 지름 27m, 높이 6m. 악성 우륵에게 가야금을 만들고, 12현에 곡을 붙이라고 명했던 가실왕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실왕은 대가야 말기 왕으로, ‘가보(嘉寶)왕’으로도 불렸다. 가실왕은 우리 민족 특유의 악기로 민족의 얼을 담아 음악을 구상한 ‘문화적 성군’으로 칭송받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던 악기를 가야금의 형태로 통일시켰고, 우륵으로 하여금 각 지역의 음악적 특성을 담은 12곡을 짓게 했다.

지산동고분군으로 오르는 초입에는 44호 고분을 본떠 만든 ‘대가야 왕릉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총 274평의 전시관은 발굴 당시 무덤 내부를 그대로 재현해 놨다.고분에서 발견된 토기, 갑옷, 귀걸이 등 700점의 유물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고령에는 이 외에도 대가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 많다. 가야와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알 수 있는 고천원고지(高天原故地)가 있고, 고령읍 장기리에 위치한 양전동 암각화에서는 선사시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고령읍 쾌빈리 야산에는 우륵을 기념하는 탑과 영정을 모신 비각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인 정정골은 우륵이 제자들과 함께 가야금을 연주했던 곳이다. 가야금 소리가 정정하게 들렸다 해서 ‘정정골’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오는 31일 개관하는 우륵박물관이 있다.

고령읍 연조리 고령초등학교 내에 대가야 왕들이 마셨던 것으로 추정되는 ‘어정(御井)’까지 둘러보면 어느덧 대가야의 역사가 어렴풋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고령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샘솟는 고을’ 정읍 역사탐방
입력: 2006년 02월 22일 22:43:22

전국이 영상이다. 가는 겨울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오는 봄을 마중 나가기도 조금은 때이르다. 이럴 땐 테마여행이 제격.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정읍으로의 ‘시간여행’, 역사탐방 길에 나서보자. 동학농민혁명, 정읍사·상춘곡의 발원지 등 정읍에는 둘러볼 문화유적지가 많다. 게다가 임진왜란 당시 태조 영정과 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용굴이 내장산에 있다. 서쪽 동진평야가 곡창지대를 이루고 동남쪽 내장산국립공원이 자리한 정읍은 역사와 문화·교육의 현장이다.



호남평야의 유서 깊은 고을 정읍은 내장산의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유명하다. 하지만 볼거리는 내장산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의 연원지인 정읍은 그 옛날 역사와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다.

정읍 관광은 동학농민혁명유적지권, 정읍사문화권, 호남지방에서 선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태산선비문화권, 내장산문화권 등 4대 권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게 좋다. 시간이 절약될 뿐만 아니라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적지를 빠짐없이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여정은 동학농민혁명문화권. 신태인에서 이평으로 가는 약 4㎞ 지점, 정읍천과 태인천을 건너는 다리 아래 보(洑)를 쌓은 흔적이 있다. 여기가 한국사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 만석보터다.

이 터에는 당시 동학농민의 울부짖음을 담아 만석보유지비를 세웠다. 가까이 다가서면 어디선가 그때 그 외침과 서러움이 몰려들 것 같은 만석보유지비. 그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배들평야가 보인다. 지평선이 아득히 보이는 넓디넓은 평야는 호남 최대의 곡창지대임을 실감케 해준다.

만석보터에서 조금 떨어진 이평에는 말목장터가 있다. 동학농민군이 예동마을에 집결해 고부관아로 진격한 곳으로, 고부 점령 후 농민군의 진지가 됐다. 면사무소 맞은편에는 전봉준 장군이 일장연설을 하고 기대어 쉬었다는 아름드리 감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고사돼 폐목을 방부처리해 동학농민기념관에 전시 중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 장군이 살았던 고택을 비롯해 황토현전적지, 동학농민기념관 등도 동학 관련 유적지다.

정읍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가요 정읍사(井邑詞)의 고장이기도 하다. 정읍사는 장사를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부른 노래. 훗날 이 여인이 서 있던 자리의 바위를 망부석이라 불렀다.

정읍시내에서 전북과학대 앞을 지나면 정읍사 발원지다. 이곳에 6만7천여평 규모로 조성된 정읍사공원에선 망부상을 비롯해 정읍사여인 일대기 조각상, 사우, 노래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절절한 부부의 정을 읊은 정읍사는 후세에 귀감이 돼 그 뜻을 기리는 행사가 매년 이곳에서 열린다.

정읍시 북동부에 자리한 칠보는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賞春曲)의 마을. 불우헌 정극인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칠보로 내려와 후학을 가르치며 ‘불우헌곡’ ‘불우헌가’ ‘상춘곡’ 등을 지었다. 또 1475년에 마을 친목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행된 고현향약이다. 마을 뒷산에는 그의 묘소가 있다.

칠보는 정극인과 더불어 최치원·이항·최익현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해 낸 인재의 고을이기도 하다.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잡은 무성서원은 합천군수로 떠나는 고은 최치원을 흠모한 나머지 생사당을 세우고 태산사라 부른 것이 시초.

인근 산외면 오공리에는 김동수 고택이 있다. 아흔아홉 칸의 집으로 불리는 조선상류층 가옥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에 터를 잡은 이 가옥은 김동수의 6대조인 김명관이 1784년에 건립했다. 바깥행랑채,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호젓이 서있는 오래된 향나무가 가옥의 역사를 대변해 준다.

최치원 선생이 태산태수로 재임 중에 풍월을 읊었던 정자로 알려진 피향정을 비롯해 옥정호 섬진강수력발전소 등도 태산선비문화권의 대표적 볼거리다.

정읍의 마지막 여정인 내장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산. 내장산은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유명하지만 때가 아니라고 섭섭해할 필요가 없다. ‘용이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용굴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용굴은 내장사에서 신선봉 방향으로 가다 까치봉으로 오르는 산벽 위에 있다. 굴이라 하기엔 그리 크지도 넓지도 않은 용굴의 역사는 임진왜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군이 금산에 침입해 오자 태인현 출신의 손홍록과 안의 두 선비가 참봉인 오희길과 함께 조선 태조의 영정과 왕조실록을 전주에서 옮겨 1년간 난을 피했던 곳이 바로 용굴이다. 당시 이름도 남기지 않은 주민 100여명이 합세해 밤낮으로 영정과 왕조실록을 지켰다 하니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왕조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용굴을 코앞에 두고 오르는 가파른 철제 계단이 옛 선조들이 이곳을 ‘보물창고’로 택한 이유를 짐작케 해준다.

용굴 인근에는 볼거리가 많다. 선녀들이 금선폭포에서 목욕을 하는데 속인들이 볼까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기름을 발라서 미끄럽다는 ‘기름바위’가 있고, 신선들이 신선봉에서 천신제를 올린 후 등천했다는 ‘신선문’이 등산객을 반긴다.

또 용굴에서 100m를 더 오르면 태곳적 신선들이 목욕을 했다는 금선폭포가 있다. 높이 18m에서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까지 후련해진다.

〈정읍|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미리 떠나는 봄 여행지
입력: 2006년 02월 15일 20:57:40

봄이 코앞이다. 여전히 꽃향기를 시샘하는 동장군은 거센 바람으로, 수은주를 뚝 떨군 추위로 횡포를 부리지만, 오는 계절의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꽃향기를 타고 오는 봄기운이 조만간 남해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저기 오는 봄처녀의 화사한 미소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잡아끈다.

▲동백명소=여수 오동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백꽃 명소다. 빼어난 바다풍광을 배경으로 동백숲 산책로가 일품이다. 섬을 한바퀴 도는 일주도로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이 아름답고 섬 제일 높은 곳에 전망대와 등대가 있다. 동백과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화살을 만들었다는 해장죽으로 유명하다.

보길도의 동백꽃은 이른 겨울부터 피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섬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고산 윤선도로 대변되는 보길도의 동백은 고산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세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령만큼이나 큰 키의 동백나무는 노란 꽃술과 진홍빛 꽃잎이 어우러져 수줍은 새색시를 연상시키며, 동백꽃이 질 때면 세연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온통 붉은 물결로 채색돼 마치 뱃놀이하듯 바람에 떠다니는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다.

고창 선운사 동백은 3월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까지 절정을 이룬다. 선운사 경내로 들어가면 유달리 색감이 진하고 꽃송이가 탐스러운 동백이 꽃병풍을 이룬다. 천연기념물 제184호. 절 주변에 수령 500년의 동백 5,000그루에서 꽃이 핀다.



▲거문도∼백도(녹동항)=전남 고흥 녹동항과 여수 거문도 간을 1시간에 주파하는 초고속 여객선이 거문도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남해 먼 쪽빛바다에 떠 있는 거문도는 동백과 그림 같은 등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한데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안겨준다. 섬 전체가 천혜의 비경이고 곳곳에 역사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특히 거문도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거문도는 동도·서도·고도로 이루어졌고, 백도를 거느린 섬으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 새빨간 동백꽃과 샛노란 유채꽃, 겨울에도 따뜻한 거문도. 2월 말께 가면 좋은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섬들이 삐쭉삐쭉 솟은 섬 백도는 100개에 가까운 섬이 있어서, 혹은 색깔이 하얗기 때문에 백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백도는 섬 하나하나가 방향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솟구치게 한다.



▲통영 소매물도=소매물도는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남해안의 진주’ 같은 섬이다. 한려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소매물도는 절벽 해안이 아름다운 섬. 파도에 깎이고 바람에 부서진 벼랑은 기기묘묘하다. 소매물도의 명물은 등대섬이다. 푸른 초원의 경사면에 세워진 등대는 영화와 CF에도 많이 등장했으며 관광사진이나 포스터에도 곧잘 소개됐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까지 80m 정도 떨어져 있다. 물이 빠지면 하루 2번은 걸어서도 건널 수 있다. 2,000평 남짓한 규모의 등대섬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야생 들꽃들이 철마다 피고 지는 ‘꽃섬’이다.



▲섬진강 매화마을=해마다 봄이 되면 섬진강은 강변을 찾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고향의 안온한 정취를 되살려준다. 그곳에는 하얀 매화와 노란 산수유, 연분홍 벚꽃이 줄지어 피었다 진다. 온 동네를 하얗게 물들인 매화는 인근 야산과 강변까지 없는 데 없이 들어차 가히 꽃나라를 이룬다. 1930년대부터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12만평이나 되는 매화 천국을 만들었다. 매화꽃이 만발한 청매실농원에 가면 매실식초, 매실장아찌, 매실김치, 매실절임 등 이곳 특산물을 살 수 있다.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하얀 비경’ 무주구천동
입력: 2006년 02월 01일 20:56:10

무주구천동은 설천면 소천리에 있는 나제통문, 즉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었던 석굴문에서 덕유산 상봉에 이르는 25㎞의 계곡으로, 나제통문을 제1경으로 하여 덕유산 상봉을 제33경으로 하는 빼어난 절경들이 줄지어 선 곳이다. 33경 모두가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구천동 계곡은 온갖 숨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4계절 끊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덕유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백련사는 구천동 골짜기에 있는 유일한 사찰로, 주변 경치가 매우 수려하다.

- 곤돌라 창밖 ‘순백의 황홀경’ -

▲설천봉 상제루=운해를 넘어 설천봉으로 향하는 곤돌라의 창 밖 풍경은 눈부신 설경의 연속적인 보고서를 접하는 듯하다. 하얀 눈가루를 쓴 크고 작은 나무들이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풍광은 꿈속 도원세계를 보는 듯 환상적이다. 설천봉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높고 웅장한 상제루가 눈에 띈다. 빼어난 조형미와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눈덮인 고목과 상제루의 아름다운 풍경을 어느 정도 접해 보았다면 상제루 휴게소 뒤편에 펼쳐진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보길 꼭 권한다.

◇찾아가는 길=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대전IC)~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구간 중 무주IC~무주IC 좌회전~적상면 로터리에서 좌회전~서산삼거리(마산삼거리)에서 좌회전~치목터널~구천동터널~무주리조트~관광 곤돌라~상제루

- 길 옆에 줄선 ‘흰옷입은 나무’ -

▲상고대=상제루를 뒤로하고 향적봉을 향해 오르면 또 다른 설국으로 들어서게 된다. 나무마다 벚꽃처럼 활짝 핀 아름다운 상고대(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것)는 길 양 옆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덕유산 상고대는 각양각색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데,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활짝 핀 순백의 눈꽃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호숫가나 고산지대의 나뭇가지 등에 밤새 뭉쳐진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상고대는 해발 1,000m 이상에서 볼 수 있으며 해가 뜨면 어느새 녹아 없어지므로 동절기 해뜨는 시각을 미리 파악해 둘러보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 길=구천동터널 가는 길까지 동일~무주리조트~관광 곤돌라~상제루~등반로~향적봉

- ‘돛대모양 기암’ 고고함 자랑 -

▲일사대=구천동의 3대 경승지 중 하나로 손꼽히며 수성대라고도 불리는 제6경 일사대는 구한말의 학자 연제 송병선이 이곳에 은거하며 서벽정을 짓고 호를 동방일사라 하고는 푸른 바위의 깨끗함과 의젓함을 일컬어 ‘일사대’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서벽정 서쪽에 우뚝 솟은 기암이 배의 돛대 모양을 한 절경지로 그 풍광이 세속을 떠나 홀로 고고함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물속에 불쑥 솟은 한 바위에는 연제 선생의 친필이 새겨져 있다.

◇찾아가는 길=구천동터널 가는 길까지 동일~설천 방향 좌회전~37번 국도~일사대

- 겨우내 ‘감동의 설화’ 감상 -

▲향적봉=보기 드문 감동의 물결, 겨울 설경지로 빼놓을 수 없는 덕유산. 그중에서도 겨우내 설화를 감상할 수 있는 향적봉은 단연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봉우리 주변엔 고산 식물인 주목과 구상나무가 눈꽃 군락을 이뤄 겨울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해발 1,640m 정상에서 바라보는 운해의 신비로움과 겹겹이 포개어진 능선의 아득한 풍경은 덕유산을 오를 때 느꼈던 힘겨움을 단박에 날려준다. 때로는 눈가루가 바람에 날려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지만 덕유산 정상에 서본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을 모두 가질 수 있다.

◇찾아가는 길=상고제 가는 길과 동일

자료제공 뷰엣(www.viewette.com)

〈강석봉기자〉

 

 

 

 

 

[여기 어때!] 2월에 가볼만 한 곳
입력: 2006년 01월 25일 21:02:18

겨울여행의 묘미는 체험을 통한 감동이다. 한파 등을 뛰어 넘으면 자연이 빚은 장관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이색 겨울여행지로 ‘겨울 눈꽃 트레킹의 묘미, 선자령 - 강원 평창’, ‘충무공의 호국혼 가득한 청정해역 - 경남 통영’, ‘겨울, 그 호젓한 산사속으로 - 전북 정읍’, ‘제주도의 바람을 보여드립니다, 섭지코지와 김영갑 갤러리 - 제주’ 등 4곳을 ‘2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 한려수도 물길 따라 역사기행 -

▲경남 통영 청정해역=예부터 한려수도의 물길은 한국의 8경으로 꼽힐 정도로 자연경관과 풍치가 뛰어난 곳이다. 시작점인 통영은 청정해역의 맑은 남해 바닷물과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로 멋지게 어우러져 보는 이의 탄성을 절로 자아낼 만큼 뛰어난 절경이 일품이다.

무공해 자연경관을 마음껏 즐기며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는 여행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이라면, 멋진 자연 경치와 더불어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의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역사기행 여행도 통영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운 여행이 아닐까. 통영시청 관광진흥과 (055) 645-0101

- 백두대간·동해안 한눈에 감상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선자령=겨울철 눈꽃트레킹 코스로 인기 있는 선자령(1,157m)은 백두대간 주능선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웅장한 백두대간과 강릉시내와 검푸른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눈 많기로 소문난 대관령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겨울철이면 화려한 눈꽃을 피어내고 있고 등산로 역시 완만하기 때문에 겨울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풍력발전의 원리와 재생에너지 등을 알기 쉽게 전시하고 있으며 태양전지 벌레, 물자동차 등 미래에너지를 활용한 체험공간까지 갖추고 있어 아이들 교육체험장으로 그만이다. 양떼목장에서는 설원산책과 천연눈썰매를 즐길 수 있으며 영화 속 배경지로 명성이 높은 삼양대관령목장에서는 웅장한 풍력발전단지를 만날 수 있다. 대관령 ‘스노파크’에서는 눈놀이와 얼음판 놀이 등 전통놀이체험을 할 수 있으며 양·소·토끼 등 동물농장을 갖추고 있다.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53

- 산사 뒤덮은 雪山 호젓한 낭만 -

▲전북 정읍시 내장산 산사=호젓함 속에서 찾은 벽련암 일대는 뒤로는 서래봉을 지붕처럼 떠받들고, 앞으로는 겨울 설산의 풍광을 한없이 펼쳐낸다. 9개의 암벽이 솟아 있는 사이사이로 패어 들어간 협곡과 내장사, 우화정 일대의 풍경들. 암자 뒤편으로는 소나무의 푸르름과 새하얀 숲 능선 위로 비죽비죽 하늘을 향해 솟은 암봉이 그리는 아름다움은 비록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보는 사람들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맑은 날은 새하얀 눈꽃이 반짝여 마치 작은 거울들이 온 산을 덮은 듯하고 흐린 날은 암봉을 가리는 바람의 구름몰이가 신비롭기 그지없다. 정읍시청 문화관광과 (063) 530-7165·7140

- 기지개 켜는 유채 봄기운 만끽 -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섭지코지와 김영갑 갤러리=2월부터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 가는 길가에도 샛노란 유채꽃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TV드라마 ‘올인’의 촬영지였던 섭지코지는 이제 제주 동부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가 됐다. 섭지코지 언덕에 서면 한결 따사로워진 바닷바람 속에서 가녀린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도 섭지코지와 마찬가지로 근래에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명소다. 제주도의 자연을 자신보다도 더 사랑했던 사진작가 고 김영갑씨의 사진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 오름의 기슭에 홀로 서서 바람결에 온몸을 내맡긴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남제주군청 관광진흥과 (064) 730-1720

〈강석봉기자〉
 
 
 
 
 
[여기 어때!] 단양팔경
입력: 2006년 01월 18일 20:29:55

단양팔경은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옥순봉, 구담봉을 이른다. 이곳은 퇴계와 단원 등 선인들의 애정과 경탄을 끌어냈던 곳이다. 특이하게도 단양을 대표하는 8경은 모두 충주호를 끼고 있다. 겨울철 잔설이 남아있는 단양팔경을 호젓히 돌아보는 맛은 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의 용틀임이 눈 앞에 펼쳐지는 단양8경 여행은 정중동을 깨닫게 하는 오감여행이다.

- 천태만상 종유석·석순 ‘경탄’ -

▲단양 온달동굴=온달동굴은 석회동굴이다. 석회동굴은 석회암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동굴로 ‘동굴의 꽃’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온갖 형태의 종유석과 석순이 빚어내는 광경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단양에는 온달동굴을 비롯해 고수동굴, 천동동굴, 노동동굴 등의 유명한 동굴들이 있다. 그러나 다른 동굴들을 다 제쳐두고 단양군에서 이 온달동굴을 깨끗하게 정비해 놓았다. 동굴 안의 통행로를 새로 만들어 놓고, 조명시설을 새로 설치해 온달동굴은 이제 명실상부한 단양 최고의 동굴로 다시 태어났다.

온달동굴로 들어서면 종유석과 석순이 빚어놓은 기묘한 형상들을 만나게 된다. 극락전, 인삼, 삼봉바위, 500나한 등. 이런 기묘한 형태의 종유석과 석순에 재미있는 이름표까지 달아 놓아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동굴의 길이는 약 760m로 동굴을 천천히 돌아보는 데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간중간에 좁은 협로가 있어 몸을 잔뜩 굽히고 지나야 하는 구간이 몇 곳 있지만 통행로 정비가 비교적 잘 돼 있어 돌아보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 절개있는 선비 모습 연상케 -

▲구담봉·옥순봉=구담봉과 옥순봉은 단양팔경이다.

구담봉은 기암절벽 암형이 흡사 거북을 닮아 구봉이며,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무늬를 띠고 있어 구담이라 이름 붙여졌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 이지번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했는데,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넝쿨을 구담의 양안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옥순봉은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 순 모양으로 1,000여척이나 힘차게 우뚝 치솟아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신비한 형상의 봉우리다. 옥순봉은 원래 청풍군에 속해 있었는데 조선 명종초 관기 두향이가 단양 군수로 부임하는 퇴계 이황 선생에게 단양군으로 속하게 해달라고 청했으나 청풍군수가 이를 허락지 않아 퇴계 선생이 석벽에 ‘단구동문’이라는 글을 암각해 이곳이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고 전한다. 옥순봉은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의 비경으로, 여지승람에 의하면 연산군 때 문신 김일손도 이곳을 탐승하면서 절경의 협곡을 극찬했다고 한다.

- 수면위에 우뚝…장군 보는듯 -

▲도담삼봉(嶋潭三峰)=삼봉 중 가장 큰 봉우리가 장군봉(남편봉)이다. 충주댐 만수위 때 6m나 우뚝 솟아 장군처럼 위엄있는 자태를 하고 있어 그렇게 불린다.

그러나 다른 이름인 남편봉은 삼봉의 전설을 담고 있다. 그 곁에 아름다움과 희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봉이 첩봉이며 이를 외면하고 점잖고 얌전히 앉아 있는 듯한 북봉이 처봉이라 전해 내려오고 있다.

단양팔경 중 으뜸이며 정도전 선생이 유년시절을 여기서 은거하며 이곳의 경치를 즐겨 선생의 호를 삼봉에서 땄다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강폭이 150m 정도이며 충주댐 만수위 때는 강폭이 200여m나 된다. 중봉 중턱에 영조 42년(1766) 가을 116대 단양 군수였던 조정세 선생이 능영정을 창건했었는데 폐허된 것을 삼도정이란 이름을 붙여 복원해 놓았다.

〈강석봉기자〉
 
 
 
 
[여기 어때!] 겨울축제 6選
입력: 2006년 01월 11일 21:41:01

겨울이라고 이불 뒤집어쓰고 절절 끓는 방에만 숨어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하다. 추위에 맞설 수 있는 작은 용기만 있으면 겨울 엄동의 즐거움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추우면 추운 대로 즐기는 얼음축제며, 동장군축제·고드름축제와 폭설이라야 제맛인 눈축제도 겨울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지역색이 그대로 담긴 산천어 축제는 입맛까지 잡아당긴다.

- 산천어 체험등 겨울낭만 진수 -

▲화천 산천어축제(~1.30)=지난 7일 시작한 화천 산천어축제는 산천어 체험, 눈얼음 체험, 문화이벤트, 먹거리 등이 조화를 이룬 축제다. 낚시하고, 놀고,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올해는 구멍가게며 다방 등 추억의 거리가 새롭게 관광객을 맞는다. 산천어낚시 체험료가 5천~1만원이어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산천어 체험은 얼음낚시, 루어낚시, 맨손잡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눈얼음 체험도 얼음썰매장, 봅슬레이, 얼음축구, 빙상장, 눈사람마당, 썰매열차 등 다양하게 운영된다. 1688-3005

- 국내 최대규모 즐길거리 천지 -

▲대관령 눈꽃축제(~1.15)=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눈축제 중 하나다. 행사는 삼양목장 가는 길에 있는 횡계2리에서 펼쳐진다. 아이들이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는 눈썰매장, 이글루 등이 있다. 가족여행객을 위해 팽이치기, 콩볶아먹기, 앉은뱅이 썰매타기, 양떼목장 체험, 감자 구워먹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또 조랑말 승마 체험, 스키교실, 눈꽃산책로 걷기, 옹달샘 마시기, 황태덕장 체험, 섶다리 걷기 등도 축제의 맛을 더하게 한다. 지역색이 담긴 이벤트도 열린다. 썰매 타고 멧돼지를 사냥했다는 황병산 사냥놀이가 축제 참가자의 ‘혼’을 쏙 빼놓고, 만설제 등의 제례를 통해 겨울축제의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등산애호가는 선자령 등반코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이밖에 풋살대회, 빙등조각전시회 등도 마련된다. (033)330-2399

- 형형색색 얼음조각 환상 연출 -

▲양주골 얼음축제(1.14~22)=경기도 양주시 장흥관광지와 기산유원지에서 펼쳐진다. 우선 볼거리가 화려하다. 높이 10m의 대형 얼음궁궐을 비롯해 탑, 남대문 등 다양한 모양의 빙등(氷燈)이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며 축제의 흥을 더한다. 얼음동굴과 얼음폭포, 눈조각, 이글루, 얼음미끄럼틀에서 추위를 잊고 겨울을 즐기는 체험이 가능하다.

행사가 열리는 곳이 워낙 유원지로 이름이 난 곳이라 심심할 틈이 없다. 대장금 테마파크, 장흥자동차공원, 일영허브랜드, 조명박물관 등에서 겨울을 맞아 얼음축구, 눈썰매, 얼음볼링, 에스키모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지역특산물인 양주골한우, 양주골바이오쌀, 양주딸기 등 지역 특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 (031)820-2121

- 얼음기둥·고드름 터널 이색적 -

▲백운계곡 동장군축제(~1.30)=인근에 이동갈비 원조집이 있는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이 축제는 행사 이름에 걸맞게 높이 30m에 달하는 대형 얼음기둥과 8~15m의 육중한 얼음기둥 30여개가 행사장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 기둥은 밤이 되면 아름다운 조명이 비춰지며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뛰운다. 행사는 길이 30~100m의 계곡 눈썰매장과 산천어·송어 등을 낚을 수 있는 얼음낚시터, 50m 길이의 고드름 터널도 축제의 흥을 더한다. (031)536-8814

- 썰매타기 경연 동심의 세계로 -

▲전통 썰매타기축제(1.14)=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에서는 양평군 강상면 교평리 남한강변 강상체육공원 내 얼음썰매장에서 전통 썰매타기 축제를 연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대표가 참가하는 경연인 만큼 축제를 즐기는 맛이 여유롭기 보다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1,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경연은 썰매타기, 썰매타기 릴레이, 윷놀이 등 3개 종목에서 치러진다.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들을 위해 행사장 주변에서 연날리기, 연 제작 체험, 팽이치기, 제기차기, 널뛰기, 투호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031)774-5444

- 세계유명 눈조각 예술미 물씬 -

▲태백산 눈축제(1.14~23)=눈꽃축제의 눈조각 조형물은 예술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캐나다·일본·네덜란드 등 세계 유명 눈조각가들도 행사에 참여해 눈조각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행사는 눈사람 많이 만들기, 눈썰매타기, 개썰매타기, 추억의 겨울마당 등 풍성하다. 너무나 알려진 축제라 눈꽃축제 전세열차도 운행된다. 눈꽃축제 안내는 홈페이지(snow.taebaek.go.kr) 참조.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속초 겨울바다
입력: 2006년 01월 04일 21:09:11

겨울바다로 가자!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과 수많은 인파을 뒤로하고, 소스라치듯 놀라게 하는 스산한 한설을 머금은 외롭고 고독에 젖은 겨울바다로 가자. 푸르던 대지는 얼기설기 엮은 누런 벙거지를 둘러쓰고, 한파에 포위당한 바다는 추위에 떨다 못해 시퍼렇게 사레가 들렸다. 사랑에 멍들고 세월에 난타당한 여린 가슴 안은 사람들을 닮은 겨울바다가 세상사에 지친 영혼 간직한 이들을 불러세운다. 겨울바다의 고향 속초로 떠난다. 너른 바다와 한 사람이 서로를 위로하며 희망을 얘기한다.

- 어선 불빛·해안 야경 환상적 -

▲넋을 잃게 하는 동명항 야경=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동명항 방파제에서 설악산 울산바위 뒤편으로 떨어지는 일몰과 해넘이를 끝낸 뒤 이어지는 속초 시내의 야경은 보는 이가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다. 이곳의 야경은 청호대교의 불빛이 점화를 마치는 순간 절정을 맞이하는데 이는 다시 반대편 망망대해의 또 다른 야경으로 이어진다. 수평선 위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낸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띄엄띄엄 새로운 점화를 시작하며 만드는 야경이 그것이다. 또한 특이한 모양의 부표 위에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사색에 잠겨 있는 갈매기들의 모습은 동명항에서 종일토록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속초 8경의 1경에 속하는 등대전망대가 동명항 바로 뒤에 있으나 현재는 공사 중이다. ◇찾아가는 길=서울 6번 국도~양평~용두리에 이르러 44번 국도~미시령 방면 46번 국도~용대3거리 우회전~466번 지방도로~미시령~미시령을 넘어 계속 직진~시외버스터미널4거리에서 우회전~수복탑공원에서 좌회전~동명항

- 바다·호수의 만남 이색 풍경 -

▲속초의 아름다운 관문 청초호=청초호는 바다와 연결된 하구를 넓혀 속초시와 바다를 잇는 관문 형태로 만들어진 동해안의 대표적 항구이자 호수다. 설악산을 병풍 삼아 소가 누워 있는 모양으로 속초시 한가운데에 펼쳐진 청초호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답고,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밤이 되면 낮과 달리 화려한 야경으로 탈바꿈하는 이곳은 여신의 몸매를 형상화한 엑스포 전망대와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수면 가득 수놓아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화려한 조명으로 갈아입은 청호대교의 야경은 동명항에서 바라본 모습과 사뭇 다른 풍경을 선사하며 속초의 밤하늘을 밝혀주고 있다. 그밖에도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청초호는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함께 속초를 찾는 사람이면 꼭 한번 들러야 할 아름다운 곳이다. ◇찾아가는 길=서울 6번 국도~양평~용두리에 이르러 44번 국도~미시령 방면 46번 국도~용대3거리 우회전~466번 지방도로~미시령~속초시~엑스포행사장~청초호

- 전망대서 속초시가지 한눈에 -

▲그 신비함이 열리다, 외옹치=속초시 대포동 끝자락에 위치한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인 외옹치는 장독처럼 생긴 고개의 바깥에 있다고 해 ‘밧독재’라고 불린다. 외옹치는 아직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 청정바다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속초8경으로 선정되면서 조성된 전망대는 아직 주변 조성이 마무리되지 않아 전망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정상(전망대)에서 본 속초 시가지와 이어지는 등대 및 조도 그리고 백사장에 밀려드는 파도의 경관이 환상적인 곳이다. 군부대가 있던 곳으로 그동안 부분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관광지로의 개발이 확정되면서 지금은 전망대로 개방돼 있다. ◇찾아가는 길=서울 6번 국도~양평~용두리에 이르러 44번 국도~미시령 방면 46번 국도~용대3거리 우회전~466번 지방도로~미시령~대포항~7번 국도 이용~대포언덕~첫 교차로에서 우회전~외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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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한국관광공사 추천 1월에 가볼만한 곳
입력: 2005년 12월 28일 21:00:54

한국관광공사는 2006년 1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속초 겨울바다에서 즐기는 해맞이-강원 속초’, ‘대변항 일출과 겨울 해안 드라이브-경남 부산’, ‘때 묻지 않은 동해안의 자연미-경북 영덕’, ‘덕유산 눈꽃과 구천동 계곡의 설경-전북 무주’ 등 4곳을 각각 선정했다.

- 설악산·동해 해돋이 환상궁합 -

▲강원 속초=신년이 되면 장엄한 해돋이를 보며 묵은 때를 훌훌 털어 버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속초에는 바다 위에 세워진 해상정자인 영금정 해돋이정자, 속초해수욕장, 대포항, 설악해맞이공원 등 4군데의 일출 포인트가 있다. 백두대간의 등줄기에 우뚝 솟아 있는 명산 설악산의 설경과 해맞이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쪽빛 겨울바다가 있으며, 세계적 석호인 영랑호와 청초호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겨울 여정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는 척산온천까지 갖춰 겨울여행지로는 최적이다. 이밖에 실향민의 애환이 담긴 아바이마을의 갯배와 흙으로 빚은 예술혼이 서린 석봉도자기미술관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정이다. 속초시청 관광과 (033)639-2545

- 기장~해운대 드라이브 명소 -

▲부산=끼룩거리는 갈매기떼, 백사장 위에 하얗게 부서지는 흰 파도, 옥빛보다 더 맑은 바닷물이 넘실대는 남해와 동해의 푸른 물결을 감싸고 있는 부산.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장군의 대변항∼해동 용궁사∼수산전시관∼송정해수욕장∼달맞이공원∼해운대를 잇는 해안길은 1월의 최상 겨울 해변 드라이브 길이다. 무엇보다 대변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죽성리 월전마을까지 잇는 3.5㎞ 해안 길. 대변항 방파제는 영화 ‘친구’ 촬영지로 알려져 있고, 더 가면 고산 윤선도가 7년 간 유배생활을 하며 시 6편을 남긴 두호마을을 만난다. 대변항의 활기찬 난전에서도 삶의 활력을 찾고 동해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절집인 해동 용궁사, 그리고 송정해수욕장∼청사포∼달맞이동산∼미포항∼해운대를 잇는 겨울 해변길에서 만나는 일출은 힘찬 한해를 점지해 준다. 부산 관광안내소 (051)888-3527

- 호젓한 겨울바다 낭만 가득히 -

▲경북 영덕=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뚫고서라도 찾아갈 만한 명소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영덕이다. 대게잡이가 한창인 지금 강구항 앞바다에서는 살이 실하게 오른 대게들이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가득 잡힌다. 뜨거운 찜기 속에서 갓 나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의 부드럽고 고소한 속살을 한입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그 향에 취할 수밖에 없다. 삼사해상공원에서 펼쳐지는 해맞이 축제도 가 볼 만하다. 보다 조용하게 새해 소망을 빌고 싶다면 해맞이공원에 가서 혼자만의 새해 설계를 꾸며보는 것도 좋겠다. 해맞이공원 바로 위쪽에는 영덕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24기의 풍력발전기가 바닷바람에 일제히 돌아가는 풍경은 보는 이에게 시원한 눈맛을 선사한다. 근처의 대진해수욕장에서 겨울바다의 호젓한 느낌을 만끽해 보는 것도 영덕만이 주는 또 다른 특혜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514

- 덕유산일대 33景 장관 연출 -

▲전북 무주=전북 동북부에 위치한 무주·진안·장수군은 ‘무진장’이라 불린다. 백두대간의 고봉들이 우뚝해서 전라북도의 지붕이나 다름없다. 무진장의 세 군 가운데서도 무주군은 높은 산이 가장 많고 산세도 험준하다. 특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유산은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비롯해 두문산, 무룡산, 남덕유산, 적상산, 깃대봉, 시루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게 솟아 ‘덕유산맥’이라 일컬어지는 작은 산맥을 이룬다. 그리고 덕유산의 대표적 계곡인 구천동에는 33경의 절승이 유명하다. 제1경인 나제통문에서 제32경인 백련사까지 장장 28㎞에 이르는 계곡에는 기암괴석, 폭포, 소, 못 등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주구천동의 제33경인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서면 수많은 산봉우리가 겹겹이 드리워진 장관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봄꽃보다 더 곱고 화사한 눈꽃(설화)과 상고대(서리꽃)가 날마다 피고 진다. 덕유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3)322-3473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철원 두루미 축제’ 31일 개막
입력: 2005년 12월 21일 20:25:07

재미와 학습을 겸한 에듀테인먼트 겨울축제가 벌어진다. 우리나라 대표적 혹한지이자 세계적인 희귀조 두루미의 겨울 안식처인 강원도 철원에서 겨울 축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펼쳐지는 ‘2005-2006 철원 두루미축제’(www.cranefestival.or.kr)가 그것. 한탄강을 끼고 있는 고석정 국민관광단지를 주행사장으로 해 철원 일대에서 열린다. 또한 사파리 버스, 홍보관 등을 마련해 천연기념물(제202호) 두루미를 실제로 보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철원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단 세 곳에만 서식하는 두루미는 멸종 위기에 있어 국제적인 협약으로 보호받고 있다. 올 마지막 날, DMZ 백마고지서 열리는 타종식으로 이색적인 해넘이 체험도 할 수 있다. 가수 남진, JK김동욱, 마야 등의 공연과 함께 진행되는 이번 타종식은 철원 백마고지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겨울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눈썰매와 스케이트를 비롯해 눈싸움 대회, 얼음조각 대회, 빙판 위 축구 대항전 등 풍부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겨울철 여행객을 맞는다.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추위로 한탄강도 꽁꽁 얼어붙어 이곳에서 이색적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구명조끼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스틱 등을 사용해 얼어붙은 한탄강을 횡단하는 ‘한탄강 트레킹’은 한탄강의 절경을 제대로 구경하는 데 제격일 뿐 아니라 아슬아슬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트레킹 시작 지점인 직탕폭포는 폭 80m에 높이 3m로 국내 폭포 중 가장 폭이 넓다. 겨울엔 낙수가 반쯤 얼어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임꺽정이 숨어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한탄강 중간의 고석정은 철원 제1경이다. 한탄강 한가운데서 20m나 솟아오른 고석암이 강변과 어울러지는 호젓한 정취를 느껴볼 수도 있다. 문의 철의삼각전적지관리사무소 (033)450-5558

철새 탐조 후에는 따끈따끈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온천욕을 노천에서 즐길 수 있다. 국내 유일의 화산 온천이 철원에 있는데, 고석정 국민관광단지 내 철원화산온천(033-455-1234)이 바로 그곳. 온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이곳 온천수는 지하 850m 현무암 암반에서 발견된 것으로 인체에 유익한 게르마늄의 비율이 일반 온천보다 6~7배나 많다. 고석정의 절경을 내려다보며 건강에 좋은 온천욕을 즐기며 왕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인근 맛집은 직탕 초입의 서울식당(033-455-7404)이 유명하다. 오징어를 얼려서 채를 쳐 배와 무쳐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원래 군부대가 몰려 있는 갈말읍 내대리에 있던 식당이 이쪽으로 이사한 것으로 군 시절 맛을 못 잊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

▲찾아가는 길=서울~의정부(43번국도)~포천~38휴게소~운천~신철원~고석정. 소요시간은 1시간40분 정도. 인근에 직탕폭포, 도피안사 등이 있다.

〈강석봉기자〉

[여기 어때!] 가을이 가는 ‘순천만’
입력: 2005년 11월 09일 20:47:09

순천 여행길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전경은 경탄스럽다. 널리 알려진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성곽 유적으로 옛사람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선암사 역시 순천의 자랑거리다. 바다와 인접한 개펄은 가을의 끄트머리에 여운을 남긴다. 가는 가을 속 순천을 돌아본다.

▲순천만=아름다운 초원처럼 펼쳐진 넓은 갈대밭과 붉은 칠면초의 조화. 순천만은 해룡면 용산에서 보이는 풍광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용산을 조금씩 오를 때마다 서서히 베일을 벗는 순천만의 아름다운 비경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율까지 느끼게 된다. 정상에서 보이는 S자 수로와 노을빛 속에 순천만을 가로지르는 통통배는 순천만에서만 볼 수 있는 비경이다. 순천만 탐사선 이용 가능(5,000원).

◇찾아가는 길=순천IC~여수방향17번 국도~해룡면 소재지 사거리에서 우회전~지방도 863번 도로 직진~농주마을 버스정류장의 순천만 S자사진촬영장소 표지판에서 우회전~농주수산~음식물처리공장~새우양식장~오리사육장(현재 폐쇄)에 주차~용산 정상까지 20분 소요~S자 촬영지

▲화포마을=새벽녘 바다를 향하는 어부의 모습과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바다널을 타고 개펄로 나오는 아낙들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은 화포마을. 화포해변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순천만의 유일한 곳이며, 해안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다.

◇찾아가는 길=순천IC~17번 국도~팔마종합운동장에서 2번 국도로 우회전~청암대학 사거리~벌교방면 직진~별량면 소재지 입구에서 좌회전~장산리~화포마을

▲금천=화포해변의 아름다움을 잇는 또 하나의 절경으로, 화포마을을 감상한 뒤 10여분쯤 언덕을 내려가면 두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금천이란 곳이 있다. 물이 빠지면 웅장한 펄이 나타나고, 곳곳에 쳐진 그물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회화적이다. 끝없이 펼쳐진 개펄과 해변을 가득 메운 그물의 조형미, 그물 사이로 석양이 지는 모습 등은 일대 장관이다. 그물 주위에는 억새풀과 칠면초, 그리고 크고 작은 물길들이 가지를 치고 있어 사진 마니아들이라면 꼭 찾아봐야 할 곳이다. 초행일 경우 이곳이 화포해변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금천’ 이름이 새겨진 버스정류장을 반드시 확인한 뒤 접어들어야 한다.

◇찾아가는 길=순천IC~17번 국도~팔마종합운동장에서 2번 국도로 우회전~청암대학 사거리~벌교방면 직진~별량면 소재지 입구에서 좌회전~장산리~화포마을~금천(버스정류장)

▲와온해변=여수와 경계를 이루는 와온해변은 저물어 가는 일몰만큼이나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질 무렵 넓은 개펄은 온통 노을이 되고 펄배로 조개와 꼬막 등을 잡는 어민들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이곳의 숨은 비경을 찾는다면 솔섬의 일몰을 들 수 있다. 솔섬의 낙조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순천만의 작은 S자 포인트로도 불리는 이곳은 붉은 칠면초와 개펄 사이로 기다란 해룡이 바다를 향해 춤을 추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찾아가는 길=순천IC~여수방향 17번 국도~해룡면 소재지 사거리(좌측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우회전~지방도 863번도로 직진~해안도로 따라 진행~와온해변

자료제공 뷰엣(www.viewette.com)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가을 미각여행 3선
입력: 2005년 11월 02일 20:15:01

다이어트 열풍이 가을여행의 입맛을 날리기에는 힘이 부친 모습이다. 전국 산천이 풍성한 오곡백과로 넘쳐나고, 여행객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선조들의 말씀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까닭이다. 가을단풍이 우리 눈을 유혹하는 것처럼 입맛까지도 확실하게 잡아당기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벌교 꼬막=전남 보성군 벌교에서 4~6일 ‘벌교꼬막축제’가 열린다. 청정해역인 개펄과 어우러진 꼬막은 이 지역 자랑거리다. 벌교 꼬막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를 만큼 예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다. 이와 함께 개펄은 이곳에 장뚱어 등 특산물을 선사했다. 이외에 인체 면역성을 높이는 약초인 어성초도 유명하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소설을 열어가는 현부자네 집, 하대치의 아버지가 등이 휘도록 돌덩이를 져 날라 쌓았다는 중도방죽, 포구를 이어주는 소화다리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의 특산품으로는 ‘징광옹기’와 징광산 야생차인 ‘징광잎차’, 그리고 염색물이 있다.

◇ 찾아가는 길=호남고속도로 광주톨게이트를 지나 서순천IC~17번 국도~2번 국도~벌교.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24

▲상주 곶감=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즐겁게 하는 것은 ‘감’이다. 감은 종류도 다양하고 먹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추억이 묻어 있는 곶감은 경북 상주에 풍성하다. 이곳에서는 곶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체험여행을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곶감 생산지인 상주에서 10일 이전까지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남장마을에서 실컷 감 구경을 한 뒤 낙동강 하류를 조망할 수 있는 경천대를 둘러보면 눈맛도 달콤하다. 아름답게 단풍지는 가을 숲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상주시 북서쪽에 자리한 성주봉 자연휴양림에서 가을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다.

◇찾아가는 길=경부고속도로~김천 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상주IC, 중부고속국도~호법분기점~영동고속국도~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국도~상주. 문의 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530-6062

▲고흥 유자=순천과 고흥읍내를 잇는 4차선 도로가 생겼다고 하나 여전히 남녘 끝 고흥반도는 여행하기에 먼 거리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근 6시간을 족히 달려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고흥의 11월은 여행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가는 곳마다 만날 수 있는 노란 유자 열매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새콤한 향내가 코끝을 간질이며, 팔영산의 붉디붉은 단풍꽃이 손짓한다. 산정에 서면 다도해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서녘을 향해 기울어가는 해넘이는 한해를 마감하는 회한에 눈물짓게 한다. 또한 아직까지 오지로 남아 있는 용암∼남열리로 이어지는 해안길에서 만나는 일출이나 고흥을 빠져 나올 때 만나는 중산리의 낙조는 아쉬움이 겹쳐 가는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찾아가는 길=대전∼진주간 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로 진입해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순천시내를 거쳐 벌교 쪽으로 난 15·27번 공통국도 이용~고흥으로 들어가는 외길 이용, 호남고속도로 승주IC(857번 지방도)~벌교(15, 27번 국도)~고흥(15번 국도). 문의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224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지리산 피아골
입력: 2005년 10월 26일 20:31:18

설악을 물들이던 단풍이 남으로 내달려 지리산에 이르렀다. 지리산 원시림과 낙엽이 흩뿌려져 절정의 단풍을 선사한다. 가을 설악을 울리던 탄성은 지리산에 이르러 감동이 된다.

지리산의 단풍은 예부터 삼홍(三紅)이라 했다. 지리산이 붉게 불타니 산홍(山紅)이요, 붉은 단풍이 비치는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다. 여기에 지리산의 품에 안긴 사람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 보이니 이는 인홍(人紅)이다.

‘지리산 피아골단풍축제’(전남 구례군 주최)가 28~30일까지 3일 간 열린다. 행사의 주무대는 토지면 외곡리 기촌솔밭 일대. 공식 행사인 단풍제례를 비롯해 단풍길 걷기, 단풍사생대회, 지리산등반체험, 민속공예체험, 전통쑥떡만들기, 섬진강나룻배타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재미를 더한다.

피아골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오래도록 남아 추억하는 것조차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피아골의 유래는 이런 선입관과는 다르다. 피아골은 예부터 고대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가꾸던 곳. 자연히 피밭골로 부르게 됐고, 그것이 피아골로 변한 것이다. 지금도 피아골 입구에 직전(稷田)이란 마을이 있다.

피아골에는 연곡사·삼홍소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발길 닿는 곳이 모두 명소다. 정유재란 때 왜병과 싸우다 산화한 7인의 의병장을 모신 석주관칠의사묘와 문수사, 조선시대 99칸 양반가옥인 운조루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화엄사, 장수촌 당몰샘, 일제시대 인력으로 축조한 대지제, 천은사 등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명소들이 많다. 가을여행의 맛을 더하는 지리산게르마늄 온천, 지리산테마파크 등 온천 여행지도 들러볼 만하다.

여행보따리를 풀고 지리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잘 갖추어진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관광호텔, 콘도, 여관 등이 46개소나 있다. 여관 평균요금은 3만원, 호텔·콘도 평균요금 15만원 선이다. 170호에 이르는 민박은 2만5천원.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지리산이라고 다를 리 없다. 산채정식, 흑염소구이·탕, 토종닭, 섬진강 민물매운탕, 참게탕, 지리산버섯전골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축제인파로 길이 복잡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광주공항에서 구례터미널까지 1시간30분 거리로, 택시요금은 7만원 선. 여수공항에서는 1시간20분 거리로, 택시요금은 4만원 선. 기차는 전라선을 이용해 구례구역(서울발 새마을호 기준 3만300원)에서 내려 구례터미널로 이동한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터미널까지 3시간50분 거리(1일 6회 왕복운행, 2만900원). 다시 구례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피아골까지 30분 거리다. 문의 (061)780-2312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억새 명소 4선
입력: 2005년 10월 12일 20:53:05

황금들판, 억새밭이 갈색의 여울을 만든다. 가을산은 오색 단풍으로 신비를 뽐내고 억새와 갈대로 마무리한다. 바람이 지나는 자리, 떠나간 것에 흐느껴 우는 억새 명소를 소개한다.

- 명성산 억새밭 -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의 접경에 있는 명성산. ‘울명(鳴)’자에 ‘소리성(聲)’자를 써 ‘울음산’으로도 불리는 이 산은 궁예가 도망치며 산과 함께 울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눈물을 흘린 곳도 여기다. 비극의 변주곡은 한국전으로 이어진다. 인근 산정호수에 김일성 별장이 남아 있는데, 이곳을 잃고 그 역시 진한 눈물을 흘렸다 한다.

명성산 남쪽의 삼각봉은 안덕재에서 내려오는 분지에 억새풀밭이 장관이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암봉·절벽과 초원 등이 다양하게 전개되며, 좌우 시야가 탁 트인 조망이 장쾌하다. 억새는 정상까지 이어지나 화전민터 일대에서 군락지를 이룬다. 명성산은 한반도 남쪽에서 억새철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정상 삼각봉 부근에 수만평에 달하는 회백색 억새 물결이 너무 서글퍼, 여행객의 작은 시름쯤은 바람에 섞여 날려 보낼 수 있다. ◇찾아가는 길=의정부∼43번 국도∼포천읍∼38선 휴게소 삼거리(우회전)∼검문소 삼거리(좌회전)∼문암리 삼거리(우회전)∼산정호수 주차장.

- 밀양 사자평 -

경남 밀양의 사자평 고원은 재약산 수미봉에서 사자봉까지의 100만평에 걸쳐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자평 고원은 일명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남한 최대의 억새군락지이다. 해발 800m 고원에 140만평의 사자평이 솟아 있는데, 표충사에서 홍룡폭포·고사리마을을 지나면 정상을 향하는 억새밭이 시작된다. ◇찾아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동대구IC∼25번 국도∼밀양∼24번 국도∼1044번 지방도∼표충사입구

- 제주 교레리·산굼부리 -

제주도는 전역에 걸쳐 억새가 많다. 그중 특히 유명한 억새군락지는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생수 공장 옆 5만평의 억새평전과 분화구인 산굼부리, 남조로 등이다. 대부분의 억새군락은 해안도로와 한라산 자락을 통과하는 길가마다 있다. ◇찾아 가는 길=남원∼조간간 도로(남조리), 우도∼고성리∼1119번 도로∼성읍민속마을∼동부산업도로∼1112번 도로∼송당승마장(산굼부리), 1112번 도로(교래리)

- 정선 민둥산 억새평원 -

강원도 정선 민둥산의 정상에 오르면 반짝이는 은빛물결에 황홀감이 찾아든다. 해발 1,118m 산꼭대기에 하얗게 펼쳐진 은빛평원은 장관이다. 계곡이나 암벽, 소나무 한그루 없이 밋밋하게 생긴 볼품없는 민둥산에 절경이 숨어 있다. 억새는 정상을 지나는 가르마 같은 능선길을 따라 20만평에 걸쳐 자태를 뽐낸다. 이중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억새는 10∼20%. ◇찾아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5번국도∼영월 방면 38번 국도∼석항리∼59번 국도∼별어곡∼증산초교

▲그밖의 억새 명소=신불산(1,059m·울산시 울주군), 화왕산(7,56m·경남 창원시), 지리산의 만복대(1,433m·전북 남원시),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809m·전남 영암군), 천관산(723m·전남 장흥군) 등이 억새로 유명한 산이다.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안면도 덜 알려진 명소
입력: 2005년 10월 05일 20:29:13

안면도의 가을은 대하처럼 통통하게 살이 올라 풍요롭기 그지없다. 군침을 돋우는 먹거리와 은은히 퍼지는 낙조의 감동은 여행객의 발목을 잡는다. 안면도엔 롯데오션캐슬, 꽃지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등 알려진 여행 코스 외에도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백사장 포구 야경=안면도의 가장 큰 포구이자 대표적 먹자골목이기도 한 백사장 포구. 저녁이 되면 포구는 전혀 다른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바다 위에 투영된 무지개 같은 불빛들로 여느 포구와는 다른 야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철이면 축제가 열릴 만큼 많은 대하가 모인 이곳은 싱싱한 대하를 먹을 수 있는 다채로운 여행지이기도 하다. ◇찾아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홍성IC∼안면도 연륙교를 건너 첫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백사장 이정표∼백사장 포구

▲바람아래해수욕장=용이 승천하면서 큰 바람과 조수 변화를 일으켜 형성됐다는 바람아래해수욕장은 잘 알려지지 않아 조용히 휴가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동해 못지않은 푸른 물결과 이름 없는 아름다운 섬들을 볼 수 있다. 물이 빠지면서 형성된 백사장의 큰 S자 물길은 장관을 이룬다. ◇찾아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홍성IC∼갈산∼서산A.B방조제∼원청∼안면∼안면도 이정표를 따라 고성이란 간판을 보고 쭉 내려오다 오른쪽에 바람아래해수욕장 이정표 확인∼우회전한 뒤 20분쯤 들어오면 바람아래해수욕장

▲삼봉해수욕장=봉우리가 3개인 야산이 있어 삼봉이라 불리는 삼봉해수욕장은 광활한 백사장과 해변의 소나무숲이 아름다운 곳이다. 일몰시 사랑이 넘치는 연인들과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풍경 및 실루엣으로 촬영하기에 좋다. 물이 빠지면 갯바위가 드러나 조개·고둥·게·말미잘 등 자연생태를 관찰할 수 있고, 풍부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찾아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홍성IC∼부석A.B지구∼원청삼거리∼안면도∼백사장사거리에서 우회전∼삼봉해수욕장

▲안면암=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안면송이 손님을 맞이하는 안면암은 바닷가에 위치한 사찰이다. 안면암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제2의 꽃지를 연상케 하는데, 특히 천수만을 바라보는 안면암에서 여우섬까지 오렌지색 부표를 엮은 부잔교(浮棧橋)가 매우 인상적이다. 안면도에서는 드물게 황홀한 일출·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꼭 찾아봐야 할 곳이기도 하다. ◇찾아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홍성IC∼부석A.B지구∼원청삼거리∼안면도(안면대교)∼안면대교를 지나 계속 77번 국도 직진∼안면암 입간판∼좌회전 후 포장도로와 비포장 길을 따라 15분 정도 진행 후 안면암 자료제공:뷰엣(www.viewette.com)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국내 답사여행지 4선
입력: 2005년 09월 28일 21:05:01

가을이 깊어가면서 여행을 떠나는 발걸음도 풍성해진다. 축제와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여행지가 여행객의 마음을 잡아끈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알찬 여행지를 소개한다.


안면도 대하축제=충남 태안반도 안면도에 대하가 넘쳐난다. 제6회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가 다음달 15일까지 안면도읍 창기리 백사장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큼직한 왕새우는 예로부터 저지방·고단백·저칼로리의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초강목’에서는 “대하를 먹으면 신장을 좋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양기(陽氣)를 왕성하게 돋워 준다”고 했다. 1등급 정력제인 셈. 특히 안면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하는 싱싱하고 쫄깃한 맛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붙잡고 있다. 문의 태안군청 (041)670-2544.

◇강산여행 10월2·3·6·8·9일 당일 일정으로 꽃지해변, 안면도휴양림, 간월암도 함께 돌아본다. 참가비 3만5천원 (02)3426-3211

▲안동국제탈춤축제=이 축제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낙동강변 탈춤 축제장, 하회마을 등 경북 안동시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에서는 국내외 전통탈춤 공연과 400여개에 달하는 다채로운 민속축제가 요일별로 나눠 열린다.

행사 가운데 500여명이 참가하는 차전놀이와 하회마을에서 열리는 선유줄불놀이가 하이라이트. 하회마을과 지례예술촌 등에서는 온돌방에서 전통음식을 먹고 전통놀이도 체험할 수 있는 ‘고가옥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가족이나 단체 모임이 잇따르고 있다. 문의 안동시청 (054)851-6398

◇옛돌여행 참가비 9만5,000원 (02)953-1313. 강산여행 10월1·2·3·8·9일 당일 일정 참가비 3만9천원, (02)3426-3211.

▲보길도=온통 쪽빛으로 펼쳐진 다도해 중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가 가득하다. 보길도의 명소는 고산이 심혈을 기울여 꾸며낸 세연정과 무희가 춤을 추면 세연정에 그림자가 비친다는 옥소대, 산중정원인 동천석실, 예송리 해변의 깻돌, 동백숲 등이다.

보길도와 연계된 여행지로는 해남 땅끝마을과 해남의 녹우당 등이 있다. 해남 한성정은 떡갈비와 홍탁삼합이 유명하다. 영암 독천식당 등에서 즐기는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은 별미로 꼽힌다. 해남 동샘전복집은 전복죽 맛이 그만이다.

장흥의 한정식집 ‘신녹원관’은 남도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각종 생선회와 한우육회, 해산물, 젓갈, 나물 등 전라도 특유의 다채로운 상차림으로 언제나 별미를 즐길 수 있다.

◇화요문화답사회 10월4~5일(1박2일) 참가비 1만8,000원 문의 (02)2275-4333

▲거문도=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거문도 간을 1시간에 주파하는 초고속 여객선이 취항해 거문도 여행이 손쉬워졌다. 거문도는 동백과 그림 같은 등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이국정취를 안겨준다.

거문도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거문도등대다. 동양에서 가장 큰 등대다. 등대까지 가는 길이 일품이다. 석란 풍란 유채꽃 후박나무 등 온갖 아열대식물이 자란다. 거문도의 생태를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는 3.5㎞ 산책길이다.

◇국토문화회 10월1~2일 1박2일 일정. 소록도와 보성차밭도 돌아본다. 참가비 160,000원 (02)924-3311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풍악에 ‘얼쑤’ 관악에 ‘절쑤’
입력: 2005년 09월 21일 20:50:43

풍성한 가을, 높아진 하늘만큼 넓어진 가슴을 안고 해맑은 볼거리와 청아한 들을거리를 찾아 체험여행을 떠나보자. 지자체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며 준비한 행사가 즐비하다. 눈과 귀가 즐거운 것은 물론 ‘지역의 맛’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가을 축제 3가지.

▲경기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10월5~9일)=올해로 5회째인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접시를 깨뜨린 버나잽이’란 주제로 경기도 안성시 레포츠공원과 안성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예인이라 불리는 바우덕이를 기리고 안성의 문화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열리는 행사.

이번 축제에서는 남사당놀이 여섯마당을 배워볼 수 있는 체험 코너와 유명 해외공연단 공연 등 풍성한 무대가 준비됐다. ‘버나’는 남사당 여섯 가지 놀이 중 둘째 놀이로 가죽 접시를 뜻하는 은어다. 한마디로 ‘접시를 깨뜨린 버나잽이’란 조선후기 천민으로 구성된 남색집단인 남사당의 비밀을 깨자는 의미와 함께 일반인들도 버나 돌리기를 따라 할 수 있다는 축제를 뜻하는 말이다. 문의 안성 바우덕이 축제위원회 (031)676-4601

▲강원 원주 따뚜(9월10일~10월1일)=강원도 원주에서 관악축제인 원주 따뚜가 개막됐다. 관악을 중심으로 클래식, 재즈, 전통, 퍼포먼스, 군악 등 다양한 음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공원 내 따뚜클럽에서는 오픈재즈클럽이 열려 재즈캄보밴드, 전통창작풍물 등의 무대를 감상하며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24일 ‘젊은이여 관악으로 춤추자’ 코너에서는 원주청소년관악합주단 등의 연주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토요일 밤 젊음의 열기를 충전할 수 있는 퍼니밴드와 여성금관 5중주 부니의 연주가 이어진다. 따뚜클럽에서는 흑인적인 필링, 감각, 선율적 특색을 제대로 표현한 펑키한 사운드의 ‘얼스’의 무대가 펼쳐진다. 문의 (033)741-2725

▲경남 김해 가야세계문화축전(10월1~16일)=낙동강 하류의 고대국가 가야의 문화를 조명하는 축제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고 가야국의 고도인 김해를 새롭게 조명해보자는 취지다. 가야세계문화축전은 오는 30일 저녁 김해시 수릉원 특설무대에서 풍물단 등의 길놀이, 불꽃놀이와 해외 초청공연단의 공연 등 전야행사로 시작된다.

축전에서는 ‘루미나리에 특별설치전’과 빛 설치작품 및 조명이벤트 등이 펼쳐진다. 축전테마공연인 ‘가락국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7일에는 연주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가야금 프로젝트’도 열린다. 이 외에도 가야와 교류했던 지역들의 세계무형유산 지정 공연단체들을 초청해 다양한 볼거리도 준비된다. 모든 전시와 공연은 무료다. www.gayafestival.com, 문의 (055)330-6841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태양이 잠드는곳 강·화·도·
입력: 2005년 09월 07일 21:22:13

수많은 역사의 굴곡을 넘나들면서도 깨지거나 무너지지 않은 섬이 있다. 선비처럼 곧고 장수처럼 강직한 섬 강화도가 그곳이다.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군사문화만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여겼던 섬은, 그러나 아련하고 목가적인 풍경을 속살처럼 조용히 간직하고 있었다.

▲장화리 낙조마을=장화리의 끝없이 펼쳐진 개펄과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철새들, 그리고 그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맨발로 개펄을 걸을 때 발가락 사이로 살며시 비어져 나오는 개펄의 부드러운 감촉은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물 빠지는 길로 작은 생물들이 오가는 모습들도 정겹기 그지없다. 가족과 연인들이 호미를 들고 광활한 개펄로 들어가 옹기종기 앉아 개펄체험을 하는 모습은 작은 평화와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찾아가는 길=강화대교→해안도로→초진진에서 우회전→전등사 지나→함허동천→동막해수욕장→여차리 지나→장화리 환경수련원 이정표→장화리 낙조마을

▲ 길상면 길=길상면 길은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배경 삼아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이다. 아기자기한 예쁜 꽃들과 나무가 어우러진 이 길은 마니산 줄기의 수려함을 배경에 두고 있어 그 아름다움이 빼어난 것은 물론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김포시(48번 국도)→강화대교→강화읍(84번 지방도)→덕포리→선두리→온수리로 향하는 내륙도로

석모도행 카페리호=석모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까지 1.5㎞ 바닷길을 카페리호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1.5㎞ 바다 위에서는 짧지만 즐거운 갈매기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건널 때 뱃전으로 날아드는 수백 마리의 갈매기 떼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이 던져주는 과자에 길들여져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갈매기 떼는 재미있는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카페리 운항은 여러 척이 수시(평일 30분, 휴일 및 성수기 약 15분 간격)로 왕복한다. ◇찾아가는 길=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김포시(48번 국도)→강화대교→강화읍(84번 지방도)→냉정 삼거리(우회전)→외포리항→석모도 페리호

▲ 민머루 해수욕장=활처럼 길게 휘어진 백사장, 큰 조수 간만의 차가 만든 넓고 아름다운 개펄, 서해의 3대 일몰 조망지 중 하나인 이곳은 석모도에서 꼭 찾아봐야 할 곳이다. 이곳의 넓은 개펄과 모래는 원적외선 방출량이 많고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각종 부인병과 신경통,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연환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전되어 있어 각종 희귀조류가 관찰되며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저어새의 서식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철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찾아가는 길=석포리 선착장→직진 50m 삼거리에서 좌회전(이정표 매음리, 보문사)→해명초등학교→삼거리에서 ‘민머루해수욕장’과 ‘어류정’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염전→아스팔트 포장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민머루 해수욕장

장구너머항=민머루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작은 포구로 산에서 내려다보면 장구처럼 보인다 하여 장구너머항이란 이름이 붙었다. 어선이 드나드는 자그마한 포구이지만 일몰의 아름다움만은 그 어떤 포구보다 크다.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장구너머항의 낙조는 장엄하고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곳은 초보 낚시꾼들의 낚시터로도 유명하며, 일몰 시간에 맞춰 그 아름다움에 동화돼 있는 낚시꾼과 연인들을 배경으로 풍경촬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찾아가는 길=민머루 해수욕장 입구에서 계속 직진→언덕 →장구너머항

자료제공 뷰엣(www.viewette.com)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당일치기’ 개성관광시대 활짝
입력: 2005년 08월 31일 20:22:22

지난달 26일부터 개성시범관광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6시 관광단은 서울 경복궁 주차장을 출발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이동해 출경수속 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개성시내의 고려박물관, 선죽교 및 박연폭포 등 유적지와 개성공업지구 등을 둘러본 후 당일 오후 6시에 입경수속을 마치고 서울로 이동했다. 관광객들은 점심식사를 자남산여관, 민속여관, 통일관, 영통식당 등 북측 식당에 나뉘어 개성정식(반상기), 개성보쌈김치, 개성약밥 등 북측의 민속요리를 맛보았다. 현대아산은 “개성시범관광은 9월 2일, 9월 7일에 실시되며, 인원은 각 회당 500여명”이라고 밝혔다. 관광요금은 왕복교통비, 중식비 등을 포함해서 1인당 195,000원이다. 금강산에 이어 우리에게 개성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개성의 속속을 살펴본다.



▲ 고려박물관=개성시 방직동에 있는 고려시기의 역사와 경제, 과학문화의 발전모습을 보여주는 1,000여 점의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는 박물관. 고려성균관의 명륜당, 대성전, 동재 서재등 18동에 해당하는 건물들과 그 주변에 역사 유물들을 진렬함으로써 이 일대가 관내 및 야외 전시를 겸한 특색 있는 박물관으로 꾸려지게 됐다. 박물관의 국보유물로는 청자봉항구름무늬박이대접·청자학꽃무늬박이접시·불일사5층탑 내의 5층과 9층짜리 금동탑·청자접시·청자보시기 등이 있다.

▲ 선죽교=자남산 남쪽, 숭양서원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돌다리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가 방원에 의해 살해된 곳으로 처음 1216년 이전에 다리를 만들었을 때는 선지교라 불렀다가 사건 후 다리에 핏자국이 없어지지 않고 주위에 충절을 뜻하는 대나무가 돋아 선죽교로 개칭됐다. 다리의 길이는 6.67m이고 너비는 2.54m인데 원래는 난간이 없었으나, 1780년 정몽주의 후손들이 난간을 둘러 보호하고 옆에다 돌다리를 하나 더 놓았다.

▲ 박연폭포=개성에서 북으로 24㎞지점 박연리 대흥산성 안에 있으며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이 북쪽 계곡을 따라 흐르다가 못을 만들고 그 아래로 37m 높이의 폭포를 이루고 있다. 폭포 위에는 박연이란 연못이 있고, 폭포 아래에는 직경 40m의 고모담이란 바위연못이 있다. 북한 천연기념물 지리부문 제388호이다. 폭포 옆에는 법사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전망이 매우 좋다.

▲ 공민왕릉=개성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개풍군 해선리 봉명산 문선봉 아래에 있는 이 무덤은 쌍분으로 왼편이 고려 31대 공민왕의 현릉이고 오른편은 사랑하는 부인 노국공주의 정릉으로, 풍수지리상 명당에 위치하는 고려시대의 대표적 능표이다. 북한 국보급문화재 제39호이다.

▲ 왕건왕릉=개성시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6㎞지점 고속도로 옆 해선리의 만수산 자락 고속도로 왼편에 있는 고려 건국시조 왕건과 왕비 신혜왕후 무덤은 자신의 뜻대로 검소하게 만들어졌다. 이 왕릉은 1994년 김일성의 지시로 왕건탄생 1117돌을 기념해 새롭게 단장됐다. 무덤 안을 직접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능 앞의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점이다.

▲ 영통사=1027년(현종 18) 창건됐으며, 고려 왕실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인종을 비롯한 여러 왕들이 자주 행차해 분향했으며, 인연이 있는 왕들의 진영(眞影)을 모시는 진영각이 있었다. 대각국사 의천(義天)도 이곳에서 교관(敎觀)을 배웠으며, 입적한 후에는 그의 비가 이곳에 건립됐다.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여기 어때!] ‘초록 파노라마’ 대관령
입력: 2005년 08월 10일 21:55:59
영화 ‘반지의 제왕’에 배경이었던 뉴질랜드의 마타마타(Matamata) 초원을 연상시키는 대관령은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여행지다. 대관령 앞에 서서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천천히 더듬어가다 보면, 새로운 의욕과 열정으로 재충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삼양목장=동양 최대 규모의 삼양대관령목장은 600만평에 이르는 고산 유휴지를 초지로 일군 곳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보는 낭만적 사랑의 장소인 이 곳은 마치 초원 위에 동화세상을 펼쳐놓은 듯하다. 목장 정상의 황병산 동쪽으로 강릉 경포대, 주문진, 연곡천, 청학동, 소금강 계곡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목장 대초원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찾아가는 길=경부(중부)고속도로-호법(신갈)IC-영동고속도로-횡계IC 통과 후 시내방향으로 진행-횡계시내 로터리까지 직진-로터리 좌회전-약 6㎞ 대관령목장 이정표를 따라 진행

▲싸리재=드넓은 초원과 바람이 느껴지는 싸리재 언덕.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초록이 더해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또한 겨울철 한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이곳은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물론 다른 계절이라도 그 매혹적 절경으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이 곳에 서면 마치 커다란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찾아가는 길=영동고속도로-횡계IC-진부·오대산방향으로 좌회전, 2.2㎞ 가량 진행-한우시험장-용평리조트 방향으로 좌회전-싸리재 언덕

양떼목장=양떼목장은 대관령 능선에 자리잡고 있어 아름다운 구릉 위로 펼쳐진 초지가 인상적인 곳이다. 양떼들이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 또한 지형적 특성으로 자주 생기는 안개도 환상적이고 구름의 운치도 그만이다.

◇찾아가는 길=영동고속도로-횡계 IC-바로 나오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후 직진-대관령 옛길 이정표가 나오면 좌회전해서 10분 정도 진행-대관령 휴게소에서 풍력발전소를 끼고 서울방향으로 고가도로를 타고 진행-대관령 양떼목장 이정표-비포장 길을 따라 300m 진행-양떼목장

▲한국자생식물원=오대산 국립공원 내 3만여 평에 조성한 식물원. 이곳에는 약 8백여 종의 자생식물이 재배되고 있는데 각시취, 쑥부쟁이, 벌개미취, 매발톱 꽃, 원추리, 기린초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계절별로 무리 지어 피는 야생화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형형색색의 꽃들이 1.2㎞의 산길을 따라 조성된 등산로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카페와 식물원을 가로지르는 개울가는 아이들과 더불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찾아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진부IC-오대산 월정사 방향(인터체인지에서 좌회전)-오대산 호텔-오대산 청소년 수련원-한국자생식물원

자료제공 뷰엣(www.viewette.com)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출처 : 매혹된 영혼
글쓴이 : 지 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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