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간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曾島). 33.54㎢의 면적에 주민 수는 2,000여명. 신안군에 속한 73개의 유인도 중 규모로 따지면 중간급이다. 다소 이름이 낯설지만 ‘신안의 보물섬’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75년 송(宋)·원(元)대 유물 2만3천여점이 이곳 앞바다에서 발견된 까닭에 별칭이 붙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증도의 또 다른 ‘보물’이 뭍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개펄과 금빛 해변, 갯벌휴양타운과 염전이 바로 그것. 연도교 개통으로 가는 길이 한층 편해진 증도는 한적한 섬 여행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30년 전 ‘보물섬’으로 한 차례 유명세를 탔던 증도는 이후 세인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섬이 됐던 게 사실. 당시만 해도 워낙 교통이 불편했던 까닭에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지도와 송도, 사옥도 사이에 연륙교와 연도교가 이미 개통됐고, 2010년 사옥도와 증도 사이에 연도교가 개통되면 앞으로는 배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통이 편리해진다. 증도의 대표적 명소는 우전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갯벌생태공원과 갯벌생태전시관, 북쪽으로 짱뚱어다리, 해저유물발굴기념관, 독살체험장 등. 때묻지 않은 청정해역의 한적한 섬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태평염전=증도 버지선착장에서 차를 타고 우전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염전이다. 단일 염전회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은 1백4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소금밭이 지평선과 맞닿을 정도.염전을 따라 길게 늘어선 60여채의 소금창고에는 눈꽃처럼 새하얀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육지의 평야를 보는 듯한 소금밭과 어우러진 소금창고는 지난 세월을 증거하듯 낡고 헐겁지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련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연간 1만6천톤. 전국 생산량의 5~7%를 차지한다. 염분을 머금은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는 20여일. 최고 24단계를 거치는 이곳 천일염은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최상품으로 쳐준다. 염전은 기다림의 작업이다. 고무래로 바닥을 훑어 시간이 만들어낸 앙금을 건지는 염부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염전 바닥을 고무래로 긁는 염부들의 손끝에서 무릇 소금의 으뜸이 만들어진다. ▲우전해수욕장&짱뚱어다리=염전 샛길로 20여분을 가다보면 순간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 우전해수욕장. 뻘과 모래가 섞인 국내 유일의 해수욕장이다. 9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해수욕장 앞바다에 알알이 떠있는 이곳은 길이 4㎞, 폭 100m의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모래의 질이 곱고 썰물 때 개펄이 드러나 해수욕뿐 아니라 개펄마사지를 즐길 수 있어 매년 게르마늄갯벌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해수욕장 북쪽 끝에 위치한 송림은 50여년 전 바람막이를 위해 조성된 인공숲.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한반도 해송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전해수욕장 북쪽 끝은 1백30여만평의 갯벌과 조우하는 곳. 이곳에는 우전해수욕장과 면소재지인 증동리를 잇는 나무와 철재로 만들어진 예쁜 다리가 있다. 일명 ‘짱뚱어다리’. 갯벌을 가로지르는 470m의 짱뚱어다리는 다리 아래에 짱뚱어가 많이 서식해 붙여진 이름이다. 관광객들의 갯벌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짱뚱어다리 아래는 말 그대로 짱뚱어와 농게가 지천이다. 짱뚱어는 뻘 바닥에서 미끄러지듯 민첩하게 움직였다가 제 키보다도 높게 펄쩍 뛰는 ‘해괴한’ 물고기. 생긴 모양새나 움직임은 ‘쌩뚱’맞지만 여름철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8시께 다리를 장식하는 조명이 불을 밝혀 운치를 더해주는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갯벌휴양타운=우전리 해변 남쪽에 조성 중인 증도갯벌휴양타운은 전국 최대 갯벌을 보유한 신안군이 ‘갯벌’을 테마로 한 섬 휴양관광지 조성 프로젝트. 2003년 착공해 총 386억원의 공공 및 민자 사업비를 투입, 현재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문을 연 증도갯벌생태전시관은 1층에 갯벌 전시관과 영상실, 2층에 갯벌체험학습실로 구성됐다. 갯벌의 탄생에서부터 세계의 갯벌, 한국의 갯벌, 갯벌생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갯벌전문전시관이다. 한백R&C가 총 2백50억원 들여 지난달 오픈한 엘도라도리조트는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남해안관광벨트 민자유치 사업의 첫 성공사례. 15~83평형까지 21개 동 121개 객실을 보유한 리조트는 해수 온천스파, 야외수영장,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과 요트 크루즈, 제트스키, 바나나 보트, 땅콩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양레포츠 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엘도라도가 자랑하는 명소 중 명소인 골든힐은 서해안 낙조로 가득한 레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최고의 휴식과 안락함을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다. 〈증도(신안)|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전남 무안 회산 백련지, 순백의 연꽃바다 낭만이 넘실넘실 |
입력: 2006년 08월 09일 22:04:03 |
진흙탕에서 꽃을 피워 청결하고 고귀하게 살다 지는 꽃. 연꽃이다. ‘순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연꽃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고,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는 ‘꽃 중의 군자’라 칭했다. 7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는 연꽃의 절정은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순백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다. 분홍빛 홍련, 오전에 꽃피워 오후에 봉오리를 닫는 수련, 가시가 독특한 가시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중에 으뜸은 백련(白蓮)이다. 전라남도 무안군 회산 백련지는 백련의 집단 서식지. 절집 인근에서도 보기 힘든 백련이 지천이다. 무릇 깨달음을 얻기 위함일까, 한여름 뙤약볕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꽃은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도 재배한다. 7월부터 피고지기를 시작해 9월 첫 서리를 맞고서야 마지막 꽃잎을 떨구는 연꽃은 붉은 빛의 홍련이 대부분. 그만큼 백련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일로읍 복용리 회산(回山)마을은 아시아 최대의 백련 자생지다. 회산은 ‘온 세상의 기운이 돌고 돌아서 다시 이곳에 모인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 매년 8월, 백련축제가 열리는 이곳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조상의 안목 때문일까.
회산 백련지는 일제 강점기 때 마을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저수지다. 이곳에 백련이 뿌리를 내린 것은 70여년 전. 저수지 인근에 살던 한 노인이 백련 12주를 구해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었고, 마을 사람들이 정성과 노력으로 가꿨다.
이후 영산강에 둑이 건설되면서 저수지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자 수면이 점차 낮아지면서 백련이 서식하기에 딱 좋은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연꽃은 진흙에서 맑은 꽃을 피워 불교에서는 깨달음·극락정토·생명의 근원으로 상징된다. 특히 불교국가인 인도·스리랑카·베트남은 연꽃을 국화로, 이집트·카메룬·캄보디아·태국에서는 수련이 국화다.
백련지의 총 면적은 10만여평. 3㎞의 둘레에 탐방로 길이는 3.8㎞. 천천히 둘러보면 족히 1시간 이상 걸린다.
김선옥 시인은 ‘연꽃예찬’에서 ‘연꽃은 연꽃끼리 모여 산다. 운명의 연줄, 그 인연으로 뒤엉켜 산다….’고 했다. 백련지의 연꽃은 ‘모여 산다’는 표현보단 ‘떼를 지어 산다’는 것이 더 어울릴 듯싶다.
연꽃 감상의 출발점은 ‘연풍연가’. 백련지 초입에 조성된 목조 탐방로다. 연인들이 연꽃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란다. 멸종 위기의 희귀종인 ‘가시연꽃’의 집단군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백련만 있는 게 아니다. 홍련, 수련, 어리연, 왜개연…. 여기에 부래옥잠, 물배추, 물창포, 물아카시아 등 50여종의 수생식물 감상은 덤이다.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은 홍련과 달리 한꺼번에 피지 않는다. 7월부터 9월까지 차례로 핀다. 때문에 10만평에 달하는 백련지에서 순백의 물결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짙푸른 백련 잎이 무성한 연못 탐방로를 걷다보면 마치 전설 속의 선경을 대하듯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최근 문을 연 500평 규모의 수상유리온실은 백련지의 또 다른 볼거리. 연꽃모양의 온실 1층에는 연꽃을 바라보며 차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어와 수련전시관이 있고, 2층은 열대식물과 기타 수생식물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이곳에서 짙푸른 연밭을 감상하며 즐기는 연향차(蓮香茶)의 맛 또한 일품.
야간에는 수상유리온실의 조명과 연꽃 탐방로의 환상적인 야간조명이 관광객의 발길을 묶어 놓는다.
탐방로 끝에 조성된 보트탐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4인승 배를 타고 직접 노를 저어 연꽃 사이를 헤치며 지나가는데, 정글탐험에 나선 듯 코앞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오래 전 이곳을 둘러본 법정스님은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 두근거림을 느끼고 살아있는 기쁨을 누렸다”고 예찬했다. 수줍은 듯 한 마리 학처럼 고아하게 꽃을 피우는 백련, 범부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꽃이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여기 어때!] 홍천강&검룡소, 물살 헤치고 ‘은빛 여름’ 낚아볼까 |
입력: 2006년 08월 02일 22:02:41 |
장마가 걷힌 8월,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여름휴가는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생활의 재충전의 이미가 크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여행만한 것도 없다.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과 함께 더위를 식히고, 원기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강원도는 산 좋고 물 좋은 청정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홍천군과 태백시에 위치한 홍천강과 검룡소는 강원도 내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하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맑은 물이 삼박자를 이뤄 해마다 이곳을 찾는 피서객이 적지 않다. 다행히 수해를 피해간 홍천과 태백을 다녀왔다.
- 홍천강 -
총 길이 143㎞. 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해 홍천시내를 거쳐 청평호로 흘러든다. 수심이 낮고 수온이 따뜻해 매년 피서객으로 붐비는 곳이 바로 홍천강이다.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가 지천인 까닭에 강태공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때문에 홍천강 줄기는 어느 곳에서나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맛이 짭짤하다. 그중에서도 마곡에서 모곡, 개야리, 팔봉산, 화양강 등이 낚시 포인트다.
유원지 또한 강줄기를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어 맘 내키는 곳에 피서지를 정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굴지리유원지는 홍천강 상류에 위치한 까닭에 한적하고, 팔봉산유원지는 수심이 얕고 팔봉산이 코앞에 있어 산행까지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또 밤벌유원지는 자갈과 모래가 강변에 드넓게 펼쳐져 풍광이 아름답고, 청평호로 이어지는 마곡유원지는 수심이 깊어 수상스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자연을 벗삼아 유원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홍천강의 백미는 역시 견지낚시다.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연줄 풀 듯 낚싯줄을 강물에 드리우면 피서가 따로 없다. 한여름 땡볕에 몸이 뜨거워졌다 싶으면 강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으면 된다.
천년고찰 수타사를 코앞에 둔 홍천군 동면 덕치리 단봉교 아래는 홍천강 상류다. 하류에 비해 한적하고 물살도 부드럽다. 게다가 수심이 얕고 자갈밭이 운동장처럼 넓어 낚시와 물놀이,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서울에서 견지낚시를 즐기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김성환씨(38) 일행이 물 속에 허리까지 몸을 담근 채 견지낚시에 한창이다. 낚싯대를 물 속에 드리운 지 채 10분이 지났을까, 손가락만한 피라미가 낚싯줄에 매달려 파닥거린다.
이어 동행한 김유영씨(23)도 낚싯줄을 풀기가 무섭게 짜릿한 손맛을 봤다. 이번엔 모래무지다. 오늘 저녁에는 얼큰한 민물매운탕을 먹을 수 있겠다며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다.
견지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할 것이 많지 않다. 3,000원짜리 견지채와 깻묵을 담는 설망, 이를 물 속에 매다는 수장대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짙게 푸른 강변 나무들, 소박한 시골풍경을 벗삼아 어른들은 낚시를 즐기고, 아이들은 다슬기를 잡으며 휴가를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주변 볼거리 : 공작산, 수타사, 팔봉산, 가리산자연휴양림,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용소계곡, 살둔계곡, 가칠봉삼봉약수, 비발디파크 등. 홍천군 경제관광과 (033)430-2544
- 검룡소 -
백두대간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싼 태백은 해발 800m의 고원도시다.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19℃를 넘지 않아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피서에 성공한 셈.
검룡소는 514.4㎞에 이르는 한강의 발원지. 금대봉 기슭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한강 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태백역을 지나 노인회관 앞에서 좌회전한 후 하장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지나 안내판에서 좌회전하면 검룡소. 물이 솟아오르는 굴 속에 검룡이 살고 있다 해서 ‘검룡소(儉龍沼)’라 이름 붙였다.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는 20여분 거리. 검룡소에 이르는 금대봉 끝자락 오솔길에는 형형색색의 여름꽃이 외지인을 반긴다. 비비추, 개망초, 동기꽃, 노루오줌, 꿀풀, 벌개미취….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초도 지천이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꽃 이름을 하나 둘씩 읊조리다보니 나무터널이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전나무가 터널을 만들었다. 높고 짙게 푸른 나무터널은 햇볕조차 쉽사리 들어오지 못해 한기가 느껴진다.
200여m에 이르는 나무터널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집채만한 거대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 위쪽 자그만 폭포 아래가 검룡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소(沼)에서는 사계절 9℃를 유지하는 지하수가 하루 2,000t씩 석회암반을 뚫고 나와 폭포를 이룬다. 억겁의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가 만들어낸 깊이 1∼1.5m, 넓이 1m 내외의 구불구불한 암반의 모습이 장관이다. 용트림폭포다.
비스듬히 경사진 골을 따라 흐르는 폭포소리는 세상의 근심이 털어질 정도로 장쾌하고, 발밑에 흐르는 폭포수는 속세에서 묻어온 티끌까지 씻겨져 내려가는 느낌이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란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려 손을 담그니 순간 얼음을 만지는 듯 온몸이 시려온다.
금대봉 일대는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계보호구역이다.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물놀이나 야영 등을 금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숲 해설가를 운영하며, 숲 해설가와 함께 4시간 동안 생태탐방에 나설 수 있다.
▲주변 볼거리 : 태백석탄박물관, 태백체험공원, 금대봉, 황지연못, 용연동굴, 고원자생식물원 등.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550-2081
〈홍천·태백 글·사진 윤대헌기자〉 |
[여기 어때!] 산은 여름 품고, 섬은 사람 품고 |
입력: 2006년 07월 26일 21:20:43 |
한국관광공사는 ‘8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경남 산청을 비롯해 전북 위도, 전남 비금도, 충남 태안 등 4곳을 선정, 발표했다.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기는 피서지’가 이달의 주제다.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경남 산청=지리산을 비롯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까닭에 곳곳에 때묻지 않은 계곡이 많다. 이중 백운동계곡은 조선시대 은거 처사였던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너른 바위와 기암, 낙류와 연못 등이 끝없이 이어져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계곡 입구 바위에는 남명 조식 선생이 썼다는 ‘백운동(白雲洞)’, ‘용문동천(龍門洞天)’이라는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고, 계곡 곳곳에는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등 10여 개가 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이 사망할 때까지 후학을 양성했던 산청은 덕천서원, 산천재, 남명기념관, 남명선생 묘소 등 역사유적지가 많다. 특히 남명이 61세 이후 후학을 지도했던 산천재에는 현판 위에 선비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 소가 쟁기를 끄는 모습 등 3개의 벽화가 남아 있어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산청의 또 다른 인물은 삼우당 문익점 선생. 백운동계곡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10여분 정도 가다 우회전하면 목면시배지다. 이곳에서는 목화를 재배하는 모습뿐 아니라 목화재배 및 목면 제조과정 등을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의 체험장소로 유익하다.
이 외에 드라마 ‘주몽’ 촬영지인 황매산 정상 인근 평원을 비롯해 남사예담촌, 대원사계곡, 돌무지무덤, 전 구형왕릉 등이 산청의 대표적 관광지다.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0-6422
▲전북 위도=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항까지는 여객선으로 40분 거리. 위도에는 7년여에 걸쳐 완성했다는 해안도로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여객선에 차를 실으면 운전자 뱃삯을 포함해 2만4천원.
자동차로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넉넉잡아 1시간 정도 걸린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해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경관이 천차만별인 위도는 해안선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뛰어나지만 낚싯배를 타고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맛도 쏠쏠하다.
고슴도치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위도해수욕장은 밀물 때면 해수욕을, 썰물 때면 개펄체험을 할 수 있다. 샤워장과 화장실 등은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깨끗하고, 이곳 사용료가 모두 무료라는 데 솔깃해진다.
파장금항에서 섬을 반 바퀴쯤 돌다보면 눈에 띄는 것이 위도띠뱃놀이 전수관. 위도의 대리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사흗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고, 이 염원들을 지푸라기로 만든 배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내는 풍어제를 지낸다. 이 풍어제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위도띠뱃놀이’라 부르게 됐다.
위도는 팔도의 강태공들에게 꽤 유명한 섬이다. 그 유명한 영광굴비도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데, 이는 과거 위도가 영광군에 속해 있었기 때문.
위도는 섬 크기에 비해 낚시, 등산, 개펄체험, 해수욕 등 가족단위로 피서를 즐길만한 곳이 지천이라 민박집만 130여개가 넘는다. 위도 면사무소 (063)583-3804
▲전남 비금도=목포항에서 비금도는 2시간 거리. 쾌속선을 타면 50분 걸린다. ‘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띄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비금도는 남북으로 긴 모양을 하고 있으며, 수대선착장은 섬 동남쪽에, 가산선착장은 북쪽에 위치해 있다. 특히 수대선착장은 바로 이웃한 도초도의 화도선착장과 마주하고 있고, 서남문대교가 두 섬을 이어준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비금도는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경관이 뛰어나다. 특히 밝은 모래(明沙)가 십리(十里)나 펼쳐져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유명하다. 서해를 바라보며 해수욕과 백사장을 즐기는 것도 괜찮지만 배를 빌려 인근 무인도를 찾아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비금도의 대표적인 산은 그림산과 선왕산(255m). 두 산 모두 안전하고 깔끔하게 잘 정비돼 있고, 높거나 험하지 않아 절경을 감상하며 오르기에 더없이 좋다. 선왕산 하산길에 서산사에 들러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산 아래 나지막한 돌담길로 둘러싸인 서산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60
▲충남 태안=태안의 작은 어촌마을인 ‘노을지는 갯마을’은 풍수지리학자들이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 곳.
소근만 해협에서는 트랙터를 개조해 만든 ‘개펄버스’를 타고 20여분 정도 들어가 조개와 낙지를 잡을 수 있다. 1시간이면 바구니 하나를 조개로 가득 채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낙지도 잡을 수 있다.
개펄 마사지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고, 한밤 중 랜턴을 이용해 칠게를 잡는 체험도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채소심기, 감자·고구마 수확 등 농촌체험과 염전·소금창고도 견학할 수 있다.
태안은 해수욕장공화국. 북쪽 만대부터 남쪽 안면도 영목항까지 1,300리 해안을 따라 30여개가 넘는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꾸지나무해수욕장과 청포대해수욕장에서는 전통어로 방식인 독살체험을 할 수 있고, 신두리에서는 60여만평의 사막에 자라고 있는 사구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파도리해수욕장에서는 멋진 해안풍경과 돌에 원색을 입힌 해옥을 감상할 수 있고, 소나무가 빼곡한 몽산포는 텐트 야영장으로 좋다.
한적한 해변에서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구름포와 방주골해수욕장을 권한다. 갈음이해수욕장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지. 의항해수욕장 인근 세트장에서는 현재 드라마 ‘연개소문’을 촬영 중이다.
이 외에 오키드타운 식물원을 비롯해 팜카밀레, 청산수목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433, 노을지는 갯마을 (041)672-5947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여기 어때!] 고성 ‘건봉사’, ‘길없는 길’ 끝에도 석가모니 숨결이··· |
입력: 2006년 07월 19일 21:29:46 |
속초를 지나 7번 국도를 따라간다. 짙푸른 녹음, 쪽빛 바다가 출렁이는 길 끝은 북동쪽 최북단 마을 고성이다.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이곳에 사찰이 있다. 금강산 건봉사(乾鳳寺). 금강산 자락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한 까닭에 한국전쟁 이후 통행이 제한되다 1989년부터 출입이 자유로워졌다. 35년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다 보니 세속의 때가 덜 묻었다. 인적이 뜸해 한적하기가 그지없는 이곳은 사명대사의 사리와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를 모셔 의미가 특별하다.
간성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거집읍 냉천리에 위치한 건봉사는 국내 4대 사찰 중 하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 연꽃을 닮은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5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해 원각사라 이름 붙였다.
이후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중수해 서봉사라 개칭했고, 공민왕 7년(1358년) 나옹화상이 중수하면서 다시 건봉사란 이름을 되찾았다. 세조 10년(1464년)에는 어실각(御室閣)을 짓고 역대 임금의 원당(願堂)으로 삼았다.
규모나 사찰의 내력으로 보아 건봉사는 한국불교의 대성지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당시엔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등 강원도 일대 대부분의 사찰들을 말사로 거느린 3,183칸의 대찰이었다. 하지만 1878년 산불에 사찰은 전소됐고, 이후 복원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또다시 폐허가 돼 현재는 신흥사의 말사가 된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다.
교동천 제방도로를 따라 홍예교를 건너면 고승들의 영혼이 봉안된 부도밭이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건봉사 관문인 불이문. 사찰 입구에 ‘금강산 건봉사’라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시작되는 금강산자락 초입에 자리잡은 까닭에 금강산이란 이름이 덤으로 붙었다.
1920년에 세운 불이문은 한국전쟁 당시 피해를 입지 않아 온전한 형태다. 불이문 현판은 해강 김규진의 글씨. 금강산 구룡폭포 암벽에 새져진 ‘미륵불’을 쓴 주인공이다.
‘두 마음을 가지지 말고 오직 불심 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의 이곳 불이문은 타 불이문과 달리 기둥이 4개다. 기둥에는 전쟁 때 맞은 총탄 자국이 선명하고, 앞 기둥 두 개에는 금강저가 새겨져 있다. ‘예리한 지혜의 칼’로 불리는 금강저는 사찰 수호를 의미한다.
건봉사가 과거 번창했던 대찰이었다는 중거는 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승병을 일으켰고, 일제 때인 1906년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이곳에 봉명학교를 세워 항일운동과 계몽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불이문 앞 사명당승병기념관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비는 이를 기념한 것이다.
불이문을 뒤로하고 개울을 따라 걷다보면 길은 두 갈래. 맞은 편 길은 적멸보궁으로 통하고, 오른쪽 능파교를 건너면 대웅전이다.
보물 제1336호인 능파교는 건봉사 대웅전과 극락전 지역을 연결하는 무지개 모양의 다리. 숙종 30~33년(1704~1707년)에 축조됐으나 영조 21년(1745년)과 고종 17년(1880년)에 무너진 것을 최근에야 복원했다.
속세의 번뇌를 계곡물에 씻어버리고 다리를 건넌다. 대웅전에 이르려면 십바라밀을 거쳐야 한다. 두 개의 돌기둥에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방편, 원, 력, 지 등 피안의 세계로 가기 위한 수행법이 담겨 있다.
십바라밀과 봉서루를 지나면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오른쪽이 염불원이 있다. 염불원에는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가 봉안돼 있다.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인 건봉사는 한국전쟁 당시 건물과 국보급 보물들이 모두 소실돼 안타깝지만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오던 길을 되돌아 능파교를 건너 적멸보궁으로 간다. 건봉사의 옛 절터였던 이곳에는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 3과가 보관돼 있다.
건봉사에 들러 꼭 가볼 곳은 등공대. 건봉사 대웅전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간다. 왕복 50분 거리다. 굳게 잠겨진 두 곳의 철문을 통과하는 길은 사람의 발길을 타지 않은 전형적인 오솔길. 길 양쪽은 지뢰밭이다.
이곳은 과거 민통선 지역으로 묶였으나 10여년 전부터 건봉사 종무실에 사전 통보하면(10명 이상) 안내를 받아 갈 수 있다.
등공대는 신라 경덕왕 17년(758년) 발징화상이 신도 정신·양순 등과 함께 최초로 염불만일회를 개설한 곳. 기도결사에는 31명의 승려와 1,820명의 신도들이 참여했다. 당시 기도에 참여한 염불승 31명은 극락왕생했다. 1920년 돌무덤이었던 이곳에 한 신도가 100원을 보시해 탑을 세웠다.
탑 표면에는 무수한 총탄자국이 남아 한국전쟁 당시 이곳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짐작케 해준다.
지금은 주춧돌만이 옛 번창했던 시절을 증거하고 있지만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면 금강산 남쪽 너른 자락에 대가람을 이루었을 당시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고성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여기 어때!] 전남 신안 무공해섬 비금도&우이도 |
입력: 2006년 07월 05일 14:23:33 |
휴가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에 빠지기 마련. 북적이는 피서인파와 바가지요금,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길을 나서기가 두렵다. 하지만 매년 이렇게 시달릴 수는 없는 법. 올해는 좀더 색다르고 여유로운 휴가를 계획했다면 남도의 섬 비금도와 우이도를 찾아보자.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은 기본.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까닭에 드넓은 모래사장을 가진 청정 해수욕장이 널려있다. 저렴한 가격에 자연산 해산물도 맘껏 즐길 수 있고, 마을 주민들의 푸근한 인심 또한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한반도 서남부 끄트머리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827개의 섬을 거느린 ‘섬의 왕국’. 섬 곳곳에 숨겨진 수려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모래 해변은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이중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 무공해 섬인 비금도와 우이도의 비경은 신안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 비금도 ‘봄의 왈츠’ 촬영 하트해변 장관 -
섬의 형세가 날아가는 새의 형국과 같아 ‘비금(飛禽)’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목포에서 54.5㎞ 거리. 쾌속정으로 50분, 페리호를 타면 2시간~2시간30분 걸린다. 사방을 둘러싼 크고 작은 섬이 마치 산맥을 이룬 것처럼 보여 ‘섬 속의 섬’인 셈.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만큼 해안뿐 아니라 내륙의 산들도 절경이다. 비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원평해수욕장. 백사장 길이가 4.3㎞, 폭이 30m(간조 때는 100m).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십리쯤 펼쳐졌다고 해서 ‘명사십리’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모래는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곱고 단단해 차가 지나가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행여 점토가 아닌가 싶어 만져보니 부드럽기가 실크와 같다. 곳곳에 만개한 붉은 해당화가 하얀 모래사장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이곳은 해넘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선착장에서 오른쪽 2번 국도를 따라가면 하누넘해수욕장. 서남쪽 해안의 절경을 끼고 있는 이곳은 드라마 ‘봄의 왈츠’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산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임도 위에서 내려다 본 해변이 꼭 하트모양이다. 이른바 ‘하트해변’. 사랑을 고백하기에 딱 좋다. ‘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 산과 섬들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비금도의 대표적 특산물은 천일염과 섬초(시금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일염이 나온 곳이다. 섬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10~11월 파종한 후 3월까지 수확하는 섬초는 잎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전국에서도 특품으로 쳐준다.
이 외에 선왕산(해발 255m)과 용이 승천하기 전 살았다는 용소마을, 바둑천재 이세돌의 고향인 도고마을이 유명하다. 예까지 왔으니 서남문대교로 이어진 도초도도 들러봄직하다. 1996년 비금~도초간 연도교가 개통돼 비금도와는 하나의 생활권이다. 모래사장이 반원형으로 둥글게 펼쳐진 시목해수욕장이 유명하다.
- 우이도, 은빛조개·80m 모래산 탄성 절로 -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에 좋을 만큼 아담한 섬이다. 몇몇 사진작가에게나 알려졌을 뿐 일반인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곳이다. 그러나 한 번 가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는 ‘신비의 섬’이다.
우이도는 도초도에서 배로 1시간, 목포에서 3시간30분 거리다. 섬의 모양이 소의 귀처럼 생긴 이곳에서 여행객을 가장 먼저 놀라게 하는 것이 섬 냄새. 산 정상에 빼꼭히 들어선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에서 풍기는 은은한 나무향은 뭍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이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우이도에는 모래가 많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사구(모래언덕). 섬 서쪽 돈목마을에 있다. 80여m 높이로 우뚝 솟은 모래산이다. 바닷바람에 조금씩 그 모양을 달리해 신비롭기 그지없고, 억겁의 세월동안 자연이 빚어낸 신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모래산 아래는 비단결 같은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돈목해수욕장. 이곳에는 ‘은빛조개’가 산다. 전국에서 은빛조개가 사는 곳은 이곳 뿐. 갈고리로 해변 모래사장을 긁어대면 은빛조개가 지천이라 아이들과 함께 조개체험을 하기에 좋다.
껍질 표면에 은빛이 돌아 이름 붙여진 은빛조개는 국물을 내거나 조려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우이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체험은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건지는 것. 이곳 박화진 면장이 앞바다 제일 좋은 목에 그물을 놔 배를 타고 나가 자연산 농어, 우럭, 광어, 줄돔 등 고급어종을 건져 올리는 맛이 쏠쏠하다. 자연산 활어회 한 접시가 4만원. 여기에는 맑은탕과 은빛조개, 고사리, 바닷물에 우려낸 두부가 밥상에 올라온다.
우이도는 정약전 선생이 9년간 유배살이를 했던 곳. ‘자산어보(玆山魚譜)’ 초고를 이곳에서 만들었고, 가장 높은 상상봉(358.6m)에 오르면 최치원 선생이 바둑을 즐겼다는 바둑판 흔적을 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서울→서해안고속도로→목포/서울→호남고속도로→광주→1번 도로→목포. (KTX)서울↔목포 1일 8회. (고속버스)서울↔목포 1일 24회. 목포에서 비금도와 우이도는 목포항여객터미널(061-240-6060)에서 배편으로 이동.
▲배편 : 목포 북항→비금 가산(07:00, 11:00/비금농협카페리호/차량 2만7천~3만2천원/1시간50분), 목포→비금 가산(07:20, 13:20, 15:00/대헝페리/승객 7,200원/2시간30분), 목포→비금 수대(07:50, 13:20/남해 프린스 쾌속선/승객 1만4천900원/50분). 목포→우이(12:10/섬사랑호/승객 1만3천100원/3시간)
▲특산품&먹을거리 : 비금도는 천일염과 섬초가 유명하고, 우이도에서는 자연산 활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숙박 : 오란다민박(비금도, 061-275-4620), 다모아민박(우이도, 061-261-4455)
▲여행상품 : 솔항공여행사(02-2279-5959)는 우이도 2박3일 상품을 판매 중이다. 목포항에 집합해 우이도에서 각종 체험을 즐기고 함평으로 이동한다. 13만9천원.
▲문의 :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7
〈신안|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여기 어때!] 자연 휴양림 4곳, 숲처럼 짙구나, 여름의 속눈썹은 |
입력: 2006년 06월 28일 22:36:07 |
한국관광공사는 ‘7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강원 태백 고원자연휴양림을 비롯해 전북 완주 고산자연휴양림, 경남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제주 절물자연휴양림 등 4곳을 선정했다. ‘숲속에서 빗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7월의 주제다. 휴양림은 각종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친구끼리 삼림욕을 즐기며 오붓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 고원자연휴양림 -
철암동 금광골 골짜기 깊숙하게 자리잡은 고원자연휴양림은 태백시가 총사업비 45억6천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6월 개장했다. 매표소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길은 양 갈래. 곧바로 직진하면 13개의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을 비롯해 숙박시설인 숲속의 집(10평형) 8동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이 외에 야영장, 취사장, 매점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이곳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시설을 자랑한다. 휴양림이 조성된 금광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에 이르는 청정지역으로, 산막 앞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계곡에서는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토산령(950m)을 잇는 3.5㎞의 트레킹 코스도 즐겨봄직하고, 여울과 소가 연이어진 계곡에서는 울창한 낙엽송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용요금은 5만~10만원선.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으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입장객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다. (033)550-2849
- 고산자연휴양림 -
1998년 문을 연 고산자연휴양림은 안수산(553.6m)과 서방산(671.7m) 등이 빚어낸 청정계곡 내 시랑천을 따라 조성돼 있다. 계곡물은 상류에 민가나 오염원이 없어 맑은 편. 계곡물을 막아 조성한 물놀이장만 7개나 되고, 120m 길이의 물썰매장을 운영해 아이들과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다양한 평형대의 숙박시설(40실)과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으며, 하루 최대 5,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숙박시설은 산막권(7평형)을 비롯해 산림문화휴양관권, 기타 평형권 등. 2층으로 지어진 산림문화휴양관에는 14평형 객실이 6개 들어서 있다.
숲속에는 7평형 18실, 10평형 12실, 14평형 3실, 18평형 1실 등이 있으며, 각 객실의 난방은 전기온돌을 사용한다. 또 각 실에는 TV(10평형은 TV 없음), 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가 구비돼 있고, 수도에서 나오는 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
숙박시설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오토캠핑장을 이용해 볼만하다. 주차공간 바로 옆에 야영데크가 40개 마련돼 있고, 휴양림에서 텐트를 설치해 준다. 인근에 2동의 취사장과 화장실을 갖춰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휴양림 계곡 최상류는 저수지가 조성돼 통행을 제한한다. 물썰매장은 유료로 운영되며, 현재 전화로만 신청을 받는다. (063)263-8680
- 절물자연휴양림 -
제주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절물자연휴양림은 산책로, 놀이시설, 약수터, 등산로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크고 작은 숲속의 집은 총 16실. 가장 작은 6평형은 2개실이 한 건물에 있어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식기류, 취사도구, 전자기기, 수건 등은 넉넉하게 준비돼 있다. 가족단위로 머무를 수 있는 숲속의 집 외에 20~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숲속수련장과 강의동이 마련돼 있어 단체방문도 가능하다.
휴양림 곳곳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과 놀이시설, 휴식공간이 조성돼 있고,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조성된 삼나무숲에 들어서면 숲향기에 취해 피로가 절로 풀린다.
건강산책로 위쪽에는 연못이 있고, 이곳을 지나 갈림길 왼편으로 접어들면 약수터 가는 길과 절물오름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곳 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절물오름 정상에선 맑은 날이면 성산일출봉, 제주시가지, 한라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휴양림 밖 볼거리도 풍부하다. 백사장이 완만한 이호해수욕장을 비롯해 용두암, 신비의 도로, 산굼부리, 김녕미로공원까지 둘러보고 한화리조트 테라피센터에서 피로를 풀면 여행이 더욱 알차진다. (064)721-7421
- 편백자연휴양림 -
삼동면 금산 동쪽에 위치한 편백자연휴양림은 현재 1가족동으로 구성된 20개의 숲속의 집과 2가족동인 4개의 숲속의 집이 있다.
복층형으로 만들어진 1가족동 숲속의 집은 다락방이 있어 8평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책로, 전망대, 야영장의 편의시설을 갖춰 조용한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안성맞춤.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푸른 바다와 함께 시원하게 펼쳐지고, 편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온몸을 정화시켜 준다. 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휴양림 인근 내산저수지를 찾으면 된다.
남해는 ‘보물섬’이라 불릴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휴양림에서 나와 ‘봉화마을’이라고 적힌 돌비석 왼편은 영화 ‘밀애’를 촬영했던 곳. 이곳을 거치면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드렸다는 보리암이다. 눈여겨볼 곳은 쌍홍문과 장군암. 쌍홍문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일주문으로 2개의 굴이 뚫려 있고, 그 굴을 통과해서 들어갈 때는 자연히 허리가 굽어져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이 외에 해오름예술촌과 독일마을, 원시어업죽방렴,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 용문사 등도 욕심내볼 만하다. (055)867-7881
〈윤대헌기자〉 |
[여기 어때!] 6월 가볼만한곳, 푸른 숲 마시고, 푸른 숨 내쉬고 |
입력: 2006년 05월 31일 20:57:12 |
여름의 길목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신록을 맞으러 길을 나서기에
좋은 때다. 한국관광공사는 6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경기 가평 대금산과 강원 횡성 치악산, 충북 제천 금수산, 경남 울산 신불산 등 4곳을 선정, 발표했다. ‘신록과 계곡 속을 걷는 야생화 트래킹’이 이달의 여행 주제다. 산과 계곡에 널려 있는 신록에 취해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 대금폭포수에 산행피로가 싹~ -
▲경기 가평/대금산 대금이골
대금산(704m)은 가평군 하면 대보리와 가평읍 두밀리의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수도권 당일 등반코스로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
대금산 등반코스는 두밀리와 대보리에서 올라가는 두 가지. 두밀리 코스는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고 등산로가 짧아 등반객이 많이 이용하는 반면 대보리 코스는 등산로가 긴(3km) 까닭에 인적이 드물다.
이 때문에 대보리의 대금이골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계곡을 잘 간직하고 있다. 아홉 개의 깊은 못을 거느리고 있는 대금이골은 맑은 물이 끊이지 않는 시원한 계곡과 울창한 숲 속에서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대금이골 입구에서 40여분을 오르면 오른쪽 계곡에 대금이골의 으뜸 비경인 대금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5m의 높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시원함은 당연 산행인의 몫.
산행 후 대금산 자락에 위치한 ‘꽃무지 풀무지 야생수목’원이나 대보리에서 서울 방향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아침고요 원예수목원’에도 들러봄직하다.
가평군청 문화관광과 (031)580-2065
- 인적 뜸한 비경 ‘호젓한 낭만’ -
▲강원도 횡성/치악산 부곡지구
원주시 치악산에 비해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횡성군 동치악산 부곡지구는 치악산 여느 코스보다 경사도가 낮아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이곳은 특히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하얀 속살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새색시처럼 천혜의 비경을 도처에 품고 있다.
안흥찐빵촌과 강림을 지나 부곡지구 마을로 가는 초입 도로변에는 ‘노고소’라는 팻말이 있다. 이 노고소는 태종 이방원과 그의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 사이에 얽힌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
수달래를 보면서 조금 더 오르면 부곡마을이고, 마을길을 비껴 오르면 매표소다. 매표소부터 곧은재까지는 4.1km 거리다. 등반 초입은 두 사람이 어깨를 비비며 걷는 작은 길이지만 울창한 숲 그늘과 계곡의 물줄기가 더위를 잊게 해준다.
10여분 정도 걸으면 계곡 왼쪽에 부곡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숲에 가려져 있어 놓치기 쉬운 부곡폭포는 기암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다.
횡성에는 도예방을 비롯해 천문대, 나비체험 생태학교, 허브농원, 휴양림, 온천, 숯가마 등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거리도 풍부하다. 치악산국립공원 부곡관리사무소 (033)342-7640
- 여름에도 얼음 자연신비 만끽 -
▲충북 제천/금수산 용담폭포
제천시 수산면에 위치한 금수산은 청풍호반을 끼고 올라가는 산길도로와 전망대, 그리고 정상에서 펼쳐지는 전경까지 그 풍경 하나하나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금수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비경 중 하나가 바로 용담폭포다. ‘세수를 하다가 그릇에 비친 폭포를 본 옛날 주나라 왕이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고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선녀탕과 용담폭포였다.
금수산은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로 유명하다. 30m 높이의 용담폭포에서 쏟아지는 폭포소리와 더불어 얼음같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한여름 더위도 잊어버릴 정도다. 용담폭포 왼쪽 뒤로 이어진 암릉을 지나 쪽두리 바위에 오르면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한눈에 들어온다.
망덕봉에서 금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얼음골재다. 얼음골재부터는 철계단과 가파른 암봉이 이어진다.
금수산 정상에서는 청풍호반과 호반 위의 유람선, 청풍문화재단지, 월악산, 대미산 등과 금수산의 지봉인 신성봉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30분.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043)640-5681
- 천연林·기암괴석 한폭의 그림 -
▲경남 울산/신불산 자연휴양림
신불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산들 중에서 두 번째(1,209m)로 높은 산이다.
배내고개를 넘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곳이 석남사다. 석남사는 신라 때 도의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조계종 산하 80여개의 선원 중 문경 봉암사와 더불어 종립특별선원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의 도의국사 부도(보물 369호)와 삼층석탑(824년)이 유명한 이곳은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석남사를 지나 영남 알프스를 감상할 수 있는 배내고개를 넘으면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상·하단으로 나뉘어진 신불산 자연휴양림은 상단에는 파래소 폭포가 있고, 하단은 백련계곡과 청석골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울산 12경 중 하나인 파래소 폭포는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하얀 물보라가 장관이다. 폭포 중심에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깊고 푸르다.
울산시청 문화체육국 관광과 (052)229-3853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여기 어때!] ‘불교성지’ 미얀마…2500년 佛밝힌 ‘신비탐험’ |
입력: 2006년 06월 07일 18:02:59 |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서북부에 위치한 미얀마(구 버마)는 인도, 중국 등 5개국과 국경을 접한 불교국가다. 지난 50여년간 국문을 닫아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까닭에 동남아시아에 남아 있는 유일한 오지다. 미얀마의 불교는 부처의 계율을 원칙대로 고수하는 ‘테라바다’. 흔히 남방불교 또는 상좌부불교라 부른다. 이곳 국민에게 불교는 이미 종교를 뛰어넘어 생활이 된 지 오래다. 때문에 미얀마에서 불심의 흔적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베일에 숨겨져 더욱 신비롭고,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미얀마는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여행자나 성지순례를 위한 불신자에겐 더없이 매력적이다. 찬란했던 옛 불교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수천년의 숨결을 이어온 양곤과 바간을 찾아봤다.
- ‘동방의 정원’ 양곤 -
미얀마의 수도 양곤은 도시의 40%가 공원과 호수, 파고다(불탑) 등으로 조성돼 ‘동방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양곤은 ‘전쟁의 종결’이라는 뜻. 1755년 버마족의 알라웅파야왕이 몬족의 다곤을 정복한 후 더 이상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 붙였다.
양곤 시내는 1960년대 서울의 모습과 흡사하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미얀마 전통의상인 ‘론지’(치마)를 둘러 입은 모습이 낯설지 않고, 밥통을 하나씩 꿰차고 탁발나온 스님들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양곤의 대표적 불교유적지는 시가지 북쪽 언덕에 자리한 쉐다곤파고다. 99.6m 높이의 황금탑이다. 2,500년 전 타부사·발리카란 두 상인이 부처의 머리카락 8개를 가져와 오칼라파왕에게 전했고, 이를 모시기 위해 탑을 세웠다. 최초의 탑 높이는 27m. 그러나 지진으로 형태가 없어진 것을 15세기에 들어서 신소부 여왕이 자신의 몸무게만큼 금을 보시해 중건했다. 이후 이를 계기로 역대 왕과 국민이 오늘날까지 금을 보시해 증축되면서 지금의 높이가 됐다. 현재 탑에 덧칠된 금의 양은 70t. 4년에 한 번씩 덧칠한다.
탑의 일산(탑 꼭대기의 우산 모양)에는 보시받은 각종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이 매달려 있고, 중앙에는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7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1901년 조성된 차욱탓지파고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이곳에는 길이 67m, 높이 18m의 2,000년 된 와불상이 모셔져 있다. 발바닥에 욕계, 무색계, 색계를 뜻하는 108개의 문양이 새겨진 것이 이채롭다.
이 외에 6차 경정결집이 열렸던 칠엽굴과 동굴사원 마하파사나, 세계 평화의 탑인 카바에파고다, 민속마을, 세계에서 가장 큰 옥불을 모신 로카찬다사원 등이 놓치기 아까운 불교유적지다.
- ‘불탑의 도시’ 바간 -
‘불탑의 도시’라 불리는 바간은 미얀마 남북을 종단하는 이라와디강 중부에 위치한 미얀마 최대의 성지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르보드르와 더불어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꼽히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곳에 불교문화가 싹튼 것은 11세기 아노라타왕이 타톤국을 점령, 마누하왕과 왕비를 포로로 데려온 후부터다. 당시 이곳에는 5,000여개의 파고다가 있었으나 지진과 전쟁 등으로 훼손돼 현재는 42㎢에 2,500여개의 파고다와 사원이 남아 지난 세월을 증거하고 있다.
바간의 크고 작은 파고다를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쉐간도파고다. 특히 해질 무렵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황금빛 파노라마의 출렁임은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감동에 흥분을 감출 수 없다.
바간 내 2,500여개의 파고다와 사원 중 상징적인 것은 이곳에서 제일 높은(61m) 탑빈뉴사원을 비롯해 가장 아름다운 아난다사원, 유일한 미완성 파고다인 담마양지, 제일 먼저 만들어진 쉐산도파고다 등.
이중 1059~1090년 사이에 만들어진 쉐지곤파고다는 부처의 앞머리뼈와 앞니를 봉안해 참배객이 끊이질 않는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파고다와 사원답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도 많다. 유일하게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담마양지는 1163년 나라투왕이 조성한 파고다로, 슬픈 사연이 전해진다.
나라투왕은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아버지와 동생, 아내까지 살해한 후 왕위에 올랐고, 이를 참회하기 위해 파고다를 만들었다. 파고다를 조성할 당시에도 나라투왕의 잔혹함이 엿보인다.
나라투왕은 당시 벽돌과 벽돌 사이에 바늘이 들어가면 노역자의 팔을 잘랐으니, 기우는 달빛 아래서 고뇌하며 벽돌을 다듬었을 노역자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나라투왕은 인도의 왕이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당했고, 결국 파고다는 미완성으로 남게 됐다. 이곳에서 가장 웅장함을 자랑하는 담마양지의 실내에 박쥐가 많고, 악취가 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일까.
미얀마 전체에서 가장 강수량이 적은 곳이 바간. 메마른 땅이 한눈에 봐도 고단한 살림살이를 짐작케 해주지만 이곳 주민들의 맑고 순수한 눈빛은 미얀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항공 : 대한항공에서는 현재 미얀마(양곤) 직항노선 전세기를 주2회 운항중이며, 오는 11월부터는 주4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비행시간은 6시간10분.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30분 늦다.
▲환전 및 환율 : 환전은 국내에서 달러로 바꿔가는 게 좋다. 환율은 1,000원이 1,260차트 정도.
▲기후 및 옷차림 : 열대성 몬순기후로 연평균 섭씨 30도 내외. 5월 하순~10월까지가 우기이며, 7~8월에 강수량이 가장 많다. 최적의 날씨는 11월부터 2월까지. 긴팔 옷과 선크림, 선글라스, 슬리퍼나 샌들은 꼭 챙겨갈 것.
▲치안 : 외국인이 택시를 이용해도 괜찮을 만큼 양호하다.
▲출입국관련 : 서울 주재 미얀마대사관(02-792-3341) 또는 제3국 주재 미얀마대사관에서 사전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상용비자는 10주, 관광비자는 4주간 체류가 가능하다.
▲가볼만한 곳 : 천년고도 만달레이, 물의 도시 혜호, 몬족의 수도 바고 등.
▲숙박 : 트래더스호텔(95-1-242-828, 양곤), 트래저리조트(95-1-513-300, 바간)
▲여행상품 : 하나투어(02-2127-1000)에서는 ‘미얀마 문화탐방’ 상품을 판매 중이다. 양곤과 바간 등지를 둘러보고, 쉐다곤파고다 야간관람과 이라와디 강변 레스토랑에서 특식을 즐긴다. 공항세, 여행자보험, 전 일정 호텔(식사 포함) 투숙 등을 포함해 74만9천원부터. 혜호까지 방문하는 코스는 94만9천원부터다.
〈미얀마|글·사진 윤대헌기자〉 |
[여기 어때!] 돌담길 3곳, 주름진 돌담사이 추억이 뚜벅뚜벅 |
입력: 2006년 05월 24일 21:14:47 |
돌담길은 추억이다. 한적한 산골 풍치와 어우러진 돌담길 한편으로 물동이를 이고 나르는 아낙네, 마실가는 촌로, 자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정감어린 모습이 아련하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시멘트와 벽돌에 밀려 이제는 그 흔적만이 옛 자취를 증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의 흔적을 송두리째 지울 수는 없는 법. 고택과 감나무, 담쟁이 넝쿨이 어우러져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돌담길이 ‘추억의 명소’로 되살아나고 있다. 문화재청이 최근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기 때문이다. 옛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돌담이 이제서나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경북지역 돌담길 3곳을 찾아가 봤다. 돌담길. 오랜 세월 풍화로 깎이고 패였건만 보는 것만으로도 잊혀진 고향을 떠올리게 만든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마을 담장들은 대부분 자연석을 이용한 돌담이나 토석담이다. 짧게는 700m에서 길게는 10㎞에 이르기까지 길이와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마을의 오랜 역사와 함께 고택과 어우러진 돌담길은 한 가닥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다.
- 군위 한밤마을 -
한밤마을은 예부터 밤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 마을에는 최초로 신천 강씨가 살았는데, 신라시대 950년께 홍란이 이 마을에 이주해 부계 홍씨 일족이 번창했다. 팔공산을 등진 마을은 사방으로 경치가 수려하고, 마을 전체의 집들이 북향으로 배치된 것이 특이하다.
마을의 주택은 대부분 전통 한옥구조로, 대부분 초가지붕으로 돼 있던 것을 70년대에 슬레이트지붕으로 개량했지만 군위대율리대청 등의 지정문화재가 남아 있어 전통마을로서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마을의 담장은 여느 마을과 달리 대부분 둥글둥글한 돌담이다. 마을 전체를 감싼 돌담은 모두 냇돌을 사용했고, 원형을 잘 지녔다.
그 많은 냇돌을 과연 어디서 구했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대율리대청에 마실 나온 촌로에게 물으니 경오년(1930년) 대홍수로 떠내려 온 돌들을 주워다 담장을 쌓았다고 말했다. 슬픈 역사를 지닌 채 주변 경관을 거스르지 않은 담장은 아름다운 돌담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 담장의 축조방법은 막돌허튼층쌓기. 하부가 넓고 상부가 좁은 모양새다. 넓은 곳은 1m가 넘는 곳도 있다. 담장은 냇돌을 촘촘히 쌓아올려 마치 성벽과 같다.
둥글둥글한 냇돌처럼 곡선형으로 이어진 돌담길은 전통가옥과 조화를 이뤄 예스러움을 더해준다.
-찾아가는 길 : 대구시내→팔공산순환도로→한티재→삼존석굴→부계면 남산리→대율리
-주변 가볼만한 곳 : 삼존석굴(제2석굴암), 팔공산도립공원, 동화사
-문의 : 군위군 새마을과 (054)380-6062
- 성주 한개마을 -
한개마을은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가 처음 입향해 개척했다. 현재는 이정현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66호가 남아 있다.
마을은 북쪽 영취산(335m)을 주산으로 동남쪽으로 뻗어 내린 청룡등과 서남쪽으로 뻗어 내린 백호등 중앙 구릉지에 포근하게 들어섰다.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가옥은 ‘북비고택’을 비롯해 총 9동. 대부분 원형이 잘 보존돼 돌담길과 더불어 둘러보기에 좋다.
이곳 담장은 대부분은 토석담이다. 크게 외곽담과 내곽담으로 나뉘는데, 그 규모와 동선이 남부지역의 특색에 맞게 전통가옥과 잘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담장은 아래위 색깔이 다른 것이 많다. 아래쪽은 지난 세월을 증거하듯 이끼가 가득하고, 그 위쪽은 새로 얹은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의 돌담은 마을 공간을 그물처럼 나눠주고, 이어준다. 무엇보다 담을 맞대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따사로운 햇볕과 푸른 신록이 어우러진 돌담길은 걷는 동안 시간을 초월해 조선시대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왜관IC→33번 국도 성주군→월항면→한개마을
-주변 가볼만한 곳 : 세종대왕자태실, 독용산성, 회연서원, 가야산국립공원
-문의 : 성주군 새마을과 (054)930-6063
- 대구 옻골마을 -
태동공 최계의 아들 대암 최동집이 광해군 8년(1616년)에 이곳에 터를 잡은 이래 400여년간 경주 최씨 집성촌이 됐다. 현재 경주 최씨 20가구 이 외에 타 성을 가진 10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에는 67명이 산다. 마을 뒤 주산인 능천산(357m)이 병풍처럼 둘러싼 옻골마을은 마을 남쪽에 옻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마을 초입 느티나무를 지나면 360년 된 회화나무가 마을 입구에 버티고 서있다. 그 오른편이 정려각. 돌담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옻골은 상징적으로 숲안과 숲밖의 두 공간으로 분할된다. 숲안은 동계와 서계의 합류지점 밖에 조성된 숲을 경계로 그 안을 말한다.
마을의 가옥은 대부분 전통한옥이다. 대도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시골냄새를 물씬 풍길 정도로 예스러움을 잘 간직하고 있어 전통마을로서 손색이 없다. 특히 둔산동 경주최씨 종가와 보본당 사당은 꼭 들러봄직하다.
종가로 이르는 안길은 정려각을 지나 두 번 직각으로 꺾인 후 두 번 더 방향을 튼다. 때문에 안길에서는 대문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곳의 모든 가옥이 다 그렇다.
담장은 대부분 돌과 흙이 섞인 토석담이다. 전통가옥들과 어울려 자연스런 동선을 만들어 내고 있는 돌담길은 전형적인 반촌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열십자형으로 만나는 길은 찾아볼 수 없고, 모두 ‘T’자형으로 조성된 것이 눈길을 끈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동대구IC→대구공항→방촌역 지나 우회전→옻골마을
-주변관광지 : 팔공산도립공원
-문의 : 대구시 문화예술과 (053)803-3758
〈경북|글·사진 윤대헌기자〉 |
[여기 어때!] 경남 하동 야생차밭, 차 한잎에 지리산·섬진강이 담겼네 |
입력: 2006년 05월 17일 20:56:41 |
경남 하동군 ‘화개(花開)’는 꽃피는 마을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10리길은 봄이면 동백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이 피고진다. 목련이 꽃을 떨구면 봄은 다 간 것. 지천으로 피어난 봄꽃은 간데없고, 골짜기마다 연둣빛 새순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신록의 5월, 녹차의 계절이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 시배지. 쌍계사에 이르는 골짜기마다 차밭이 빼곡하다. 섬진강 한줄기 바람에 실린 햇차의 그윽한 향기가 하동의 산야를 뒤덮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하동은 전남 보성, 구례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차 생산지이자 차 시배지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천태산자생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이곳에 심었고, 830년 진감선사가 차를 번식시켰다고 삼국사기는 전하고 있다. 차 시배지 기념비 바로 옆 ‘도심다원’에는 수령 1,000년이 넘는 야생 차나무가 아직도 연둣빛 새순을 돋아내고 있다. 그 새순으로 만든 ‘천년차’가 이번 야생차축제기간(18~21일) 중 경매에 붙여진다. 최저 경매가가 무려 1천만원이란다.하동의 차생산 농가는 2,000여 가구. 악양과 화개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차밭만 836ha에 이르고, 70여개의 다원이 있다. 전국 녹차의 1/4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하동이 차 시배지가 된 것은 타고난 기후 덕분. 야생차밭이 늘어선 화개면 일대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13.8도, 강수량은 1,400㎜다. 땅심이 깊고 자갈이 섞인 하동땅은 차나무가 땅속으로 깊게 뿌리를 내려 온갖 좋은 성분을 빨아들이기에 좋다. 게다가 섬진강과 지리산에 인접한 까닭에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것도 좋은 차를 내는 데 한몫을 거든다. 하동의 녹차는 대부분 야생차다. 치약을 길게 짜놓은 듯 가지런한 보성차밭과 달리 하동 차밭은 경사진 골짜기와 바위틈에 뭉게구름 피어나듯 낮게 깔려 있다.봄볕에 깨어난 여린 새잎이 산야를 온통 엽록소로 물들이는 요즘 찻잎을 따는 작업이 한창이다. 찻잎은 곡우(올해는 4월20일)를 전후해 따기 시작해 여름까지 이어진다. 마대를 하나씩 꿰차고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이렇게 딴 찻잎을 말리는 과정이 ‘덖음’. 차의 독성을 제거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건조하는 과정이다. 차맛은 이 덖음과정이 좌우한다. 그날 딴 차는 그날 덖음질해야 제맛이 난다. 덖음질 뒤에는 멍석에서 비비는 작업이 이어진다. 볶아진 찻잎에 상처를 내는 이 작업은 찻물로 우려낼 때 더욱 진한 향을 얻을 수 있다. ‘구증구포(九蒸九曝)’. 덖고 비비는 과정이 9차례 반복된다. 이 과정을 거친 차는 수제차 중 으뜸으로 친다. 차는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뉘고, 녹차는 기계로 채취해서 기계로 찌는 증제차와, 손으로 따서 가마솥에 덖는 수제차 두 가지다. 하동의 야생차는 손으로 덖는 수제차다.하동 차의 맛과 향의 뛰어남은 예부터 인정받고 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는 그의 저서 ‘동다송(東茶頌)’에서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50리에 걸쳐 자란다. 차는 골짜기의 난석에서 자란 것이 으뜸인데 화개의 차밭은 모두 골짜기이며 난석”이라고 말했다. 또 추사 김정희는 “화개차는 중국 제일의 용정이나 두강보다 질이 좋고, 인도 유마거사의 주방에도 없을 것”이라고 화개차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하동은 밤낮의 기온차가 심한 까닭에 이슬이 많고 대나무도 많다. 차나무는 대나무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란다. 여기서 나온 차가 ‘죽로차(竹露茶)’다. 일명 ‘작설차’로도 불리는 이 차는 하동의 명품으로, 화개에서 신흥까지 12km에 걸쳐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화개면 운수리 차 시배지에도 차밭을 삥 둘러 대나무밭이다. 대나무는 차밭에 있고, 대문 밖에도 들에도 절에도 널려 있다. 죽로차와 더불어 으뜸으로 치는 차가 우전차다. 곡우를 전후해 돋은 첫잎으로 만든다. 맛과 향, 효능이 뛰어나 명차로 불린다. 매년 이맘때면 하동군에서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연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화개면 운수리 차 시배지 일원과 진교면 백련리 찻사발 도요지에서 열린다. 차 재배지 다례식, 시대별 다례시범 및 찻잎 따기, 차 만들기, 녹차 시음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돼 있다.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식품인 차를 제대로 맛보고 경험하는 기회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여기 어때!] 공주 공산성, 어둠도 눈부시구나, 백제의 밤은 |
입력: 2006년 05월 10일 21:32:50 |
공산성(公山城). 백제의 도읍지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산성(山城)이다. 1,5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다 보니 그 세월만큼이나 사연도 많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잠시 거쳐간 이곳은 나당 연합군에 대항한 거점이었고, 김헌창의 난(822년)을 이곳에서 평정했다. 1623년 이괄의 난 때는 인조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산성이 지닌 역사는 애닯프고 강건하다. 그러나 피고 지는 수많은 왕조 속에서 무심한 세월의 격변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마다 새잎으로 피어나는 산성의 숲은 여전히 푸르다. 1,500년 전 백제의 신비를 엿보기 위해 녹음 우거진 공산성을 찾았다.
충청남도 공주시 산성동을 마주하고 금강을 따라 이어진 공산성은 안팎으로 숲이다. 연둣빛 새순이 눈이 시리도록 푸른 날 오후에도, 별들이 비오듯 떨어지는 해저문 저녁에도 산성의 숲은 높고 푸르다.
공산성은 백제 문주왕 원년(475)에 서울 한산에서 웅진으로 천도한 후 성왕16년(538) 부여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5대 64년간 웅진시대의 방어거점 역할을 담당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렸던 이름도 다양하다. 웅진성이란 백제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 공주가 웅진으로 불릴 때의 이름이고, 고려 초기 때는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가 공주에 파천한 이후 왕에게 쌍수의 이름을 받아 쌍수산성이라 불렸다.
공산성은 원래 토성이었으나 조선 초기에 석성으로 개축됐다. 하지만 토축 부분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토석혼축(土石混築)인 셈이다. 표고 85m와 110m 두 개의 산봉우리를 품은 공산성은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00m에 성곽의 길이가 2,660m인 포곡식 산성이다. 산성을 둘러보는 데는 방식에 따라 30분에서 3시간까지 걸리지만 굳이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주차장과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금서루. 산책로와 성곽을 따라 걷는 흙길 두 갈래로 나뉜다. 숲은 산책로가 좋고, 조망하기에는 산성 위가 제격이다. 길이 어둠에 묻혀 흩어지는 저녁 무렵, 야경을 감상하며 걷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백제의 옛 향기를 맡기는 매한가지다. 금서루 왼쪽 전망대를 향해 성곽 위에 올랐다. 능선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 길은 밀림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길이다.
전망대를 지나 급하게 내려서는 길 끝에 공북루가 있다. 공산성의 북문으로, 금강을 바로 통하는 문이다. 만하루와 더불어 금강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곳은 조선시대 대표적 문루(門樓)로 꼽힌다.
금강을 발 아래 두고 만하루로 간다. 공주사람들이 공산성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꼽는 곳이다. 만하루와 연지, 영은사가 금강을 바라보며 일직선상에 놓였다.
조선 세조대왕의 사액으로 국가에서 창건한 영은사는 광해조 7년 승장(僧將)을 두고 전도사찰을 통관했다고 공산지에 기록돼 있다. 산새소리와 어우러진 영은사 불경소리가 아득하다.
만하루를 지나 명국삼장비부터는 토성을 밟는다. 옛 흙냄새를 맡으며 걷는 산책길이다. 명국삼장비는 선조31년(1598) 가을 공주에 주둔하면서 공주민을 왜로부터 보호해준 명나라의 장수 제독 이공, 위관 임제, 유격장 남방위의 업적을 기린 사은 송덕비다. 본래는 공주 금강변 남안에 세워졌던 것을 공산성으로 옮겨왔다.
광복루를 지나 동문루, 진남루, 금서루까지 돌아오는 길은 호젓한 산책길이다. 상록수의 숲은 짙게 푸르고 차분해 옛 선조들을 생각하며 사색에 빠지기에 좋은 길이다.
금서루에서 시작하는 산책길은 쌍수교까지 꼬불꼬불한 오솔길이다. 공산성 최고봉인 쌍수정에서 그 옛날 이괄의 난을 걱정했던 인조대왕을 생각해 볼만하고, 추정왕궁지도 상상해봄직하다.
공산성에는 조선 인조에 얽힌 얘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괄의 난을 피해 이곳에 온 인조에게 성안 마을사람 임씨가 떡을 해 바쳤는데, 그 맛이 하도 좋아 임금이 ‘임절미’로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인절미가 됐다고 한다.
공산성은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예쁜 길이 앞에 펼쳐져 계절마다 또 다른 느낌이고, 매일매일 올라도 새롭다. 산책길 코스도 발길 닿는 대로라 공주토박이들조차도 모든 코스를 다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금서루에서 주말에 열리는 수문병 근무교대식도 볼만하다. 백제군사 분장을 한 사람들이 1,500년 전 교대식을 재현하고, 기념품만들기·문화체험 등의 행사가 열린다.
〈공주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여기 어때!] 전남 함평, 엄마는 해수찜···나는 조개잡이! |
입력: 2006년 05월 03일 21:29:04 |
대지의 푸른 때깔이 하루가 다르다. 한창 무르익은 늦봄의 정취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 엉덩이가 들썩인다. 5월은 가정의 달. 부모자식간 정을 나누기에 여행만한 것도 없다. 전라남도 함평은 ‘나비’의 고장. 하지만 이곳에는 나비만 있는 게 아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지가 다양하다. 1년 중 나들이하기에 가장 좋은 5월,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남도를 찾아보자. 자연을 벗삼아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가는 봄이 아쉽지 않다.
- 궁산리 해수찜 -
돌머리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인 손불면 궁산리 일대는 정통 해수찜 원조마을이다. 해수찜은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유황석을 쑥, 삼못초, 뱀딸기풀 등의 약초가 담긴 해수탕에 넣어 데워진 물로 찜질하는 것.
뒤뜰 아궁이에서 갓 구워낸 유황석을 넣은 탕의 온도는 70~80도. 때문에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수건에 물을 적셔 찜질한다.
이곳의 돌은 유황과 알칼리 장석이 많이 함유된 산성암맥이다. 불에 구우면 서로 엉겨붙을 정도로 유황성분이 많고, 가열된 돌은 알칼리염을 생성하고 게르마늄 용출을 도와 살균작용, 피부질환, 신경통, 당뇨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피부가 끈적해지게 마련. 하지만 해수찜 후에는 오히려 피부가 매끈해진다. 찜질 후에는 샤워를 하지 말아야 효과가 오래간다. 4인 기준 2만5천원. 신흥해수찜(061-322-9900)
- 민예학당 -
함평군 신남리에 폐교된 학교를 개조해 만든 시골체험공간이다.
‘사랑해’ ‘꽃반지 끼고’ 등 70년대 초 통기타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가수 은희(55)가 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아 지난달 오픈했다. 뉴욕에서 패션과 메이크업, 특수미용술 등을 공부한 그는 디자이너로 변신, 고향인 제주도에서 천연염색과 인연을 맺었다.
민예는 ‘민초들의 예술’이란 뜻. 천연염색을 비롯해 공예, 도예, 농예, 대체의학 등을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다. 천연염색은 8~9월에 열리는 땡감을 원료로 만든 갈색 염료 등을 사용한다. 감물에서 우러난 갈천색을 그는 ‘코리아브라운’이라 이름 붙였다.
천연염색은 바람, 햇볕, 달빛, 이슬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작업. 특히 바닷가에서 1km 이내가 최고의 장소라고 한다. 건물 뒤편은 새싹밭. 점심으로 나오는 무공해 새싹비빔밥이 일품이다. (061)323-4745
- 자연생태공원 -
함평읍에서 영광방면 10km 지점에 위치한 공원은 12만평의 공간에 8개의 온실, 야외식물원, 반달곰사육장, 산삼밭, 전망대 등을 갖췄다.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전망대. 팔각정 모양의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공원은 물론 ‘함평천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전망대 뒤편에는 산 전체를 벌겋게 물들인 안연홍이 지천이다. 반대편 내려오는 길에는 무궁화동산과 수목원을 만난다. 산책로 양쪽을 가득 채운 야생초와 봄꽃은 길동무다. 공원 오른쪽에 자리잡은 반달가슴곰관찰원에서는 지리산반달곰 7마리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만들어진 수변데크 주변은 수련재배장이다. 재배장을 따라 연둣빛 잎새를 물 위로 올린 꽃창포가 가지런하다.
물 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군락도 장관이다. 연중 나비를 볼 수 있는 이곳은 6월 정식 개장되기까지 주말에만 개방한다. (061)320-3514
- 돌머리해수욕장 -
함평읍 서쪽 바닷가 끝자락 석두마을에 자리잡은 해수욕장이다.
서해안을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스럽다. 깨끗한 바닷물과 백사장, 수천 평의 솔숲을 자랑하는 이곳은 타 지역에 비해 간만의 차가 심하다. 그래서 생긴 것이 해수풀.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둑을 쌓아 만들었다. 2,500평에 달하는 해수풀은 밀물 때 받아낸 물을 썰물 때 내보내 항상 물이 맑아 ‘청정호수’ 같다.
마을을 넉넉하게 품은 갯벌은 살아있는 것들의 터전. 3km를 훌쩍 넘는 갯벌에는 게·조개·해초류가 많고, 요즘엔 막바지 석화(石花) 채취가 한창이다. 석화 채취장 바로 옆은 갯벌생태체험장. 물 빠진 갯벌 위에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까지 나무다리를 놨다. 650m에 이르는 다리는 기찻길 모양새다. 다리 위를 건너며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이곳에서 갯벌생태를 체험한다. 석두어촌계 (061)322-9339
〈함평|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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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문경 봉암사, 하루 열린 山門 사이로 천년을 엿본다 |
입력: 2006년 04월 26일 21:34:01 |
봉암사(鳳巖寺). 1년 중 사월초파일 딱 하루만 개방하는 사찰이다. 1982년 조계종에서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한 까닭에 산문(山門)을 닫았다. 이곳 선원은 수행자들이 법맥을 이어가고 참선하는 곳. 해탈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외지인은 불심을 흐트러뜨리는 대상이다. 하지만 ‘득도’하지 못한 속인들은 감춰진 곳에 더욱 미련이 남고 마음이 가게 마련. 때마침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니 사찰을 엿볼 기회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문경 나들이를 핑계 삼아 산사의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이날만큼은 외지인의 산사체험이 불경스럽지 않을 듯 싶다.
경북 문경의 희양산을 등지고 골짜기에 터를 잡은 봉암사는 조계종 8교구의 말사다.
헌강왕 5년(879년)에 지증대사는 “이 땅을 얻었다는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다. 이곳은 승려들이 살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다”며 절을 세우니, 이것이 봉암사 창건의 유래다.
1,0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몇 번의 소실 끝에 중건을 거듭한 봉암사는 보물 5점을 비롯해 유형문화재 2점, 문화재자료 3점 등이 잘 보존돼 둘러볼 유적이 적지 않다.
봉암사로 향하는 길은 일주문을 코앞에 두고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일주문으로 곧장 이어지는 구길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만든 포장도로다. 구길로 간다.
사월초파일이 코앞이라 연등을 달아놓은 길은 도열해 있는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고, 물소리가 끊이지 않아 발걸음이 가볍다. 일주문을 지나 200여m를 오르면 침류교. 봉암사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다리 위로 탐스럽게 핀 벚꽃이 가지를 내려 외지인을 반긴다.
계곡물 위에 놓인 다리는 부처의 세계와 속세를 갈라준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음이 새롭다.
침류교를 지나 남훈루를 거치면 대웅보전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위엄이 느껴진다. 대웅보전을 뒤로하고 극락전으로 간다.
봉암사 1,0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극락전은 기단이 탑과 같은 모양새다. 기단 바닥에 장방형 판석을 깔았고, 그 위에 중층목탑을 만들었다. 법주사 팔상전과 더불어 유존하는 목탑이다. 원형을 잘 지닌 건물의 자태가 반듯하다.
극락전에서 금색전으로 가다보면 지증대사적조탑과 지증대사적조탑비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지증대사적조탑은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부도다. 여러장의 판석으로 짜여진 방형의 지대석 위에 각 부의 장신 조각이 섬세하다.
지증대사적조탑비는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공적을 찬양한 부도탑비. 신라 경애왕 원년(924년)에 세운 석비다. 비문은 신라시대 대문호인 고운 최치원이 글을 지었고, 분황사의 혜강 노스님이 글을 쓰고 새겼다.
희양산을 배경으로 마당 한가운데 들어앉은 3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석탑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륜부가 완전하게 보존돼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하고, 단조로우면서도 세련미가 넘쳐 보는 이의 발걸음을 한동안 붙잡아 놓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침류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700m를 오르면 백운대다. 마애보살좌상을 만난다. 두 사람이 간신히 오갈 수 있는 계곡길은 세상과 절연한 길이다. 혼자 걸으면 외롭고 호젓해 지난날을 되씹어보게 된다.
계곡을 따라 10여분을 오르자 순간 가슴이 확 트인다. 집채만한 바위 한쪽 면에 마애보살좌상이 조각돼 있고, 그 앞 너럭바위 위로는 얼음보다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른다.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문경 찻사발축제에 즈음해 이곳에선 차공양이 열리는데, 올해는 사월초파일에도 개방하지 않아 아쉽다.
고려 말기 또는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보살좌상은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가슴에 얹어 두 손으로 연꽃을 든 형상이다. 봉암사를 굽어보듯 희양산을 쳐다보듯 미소 지으며 그렇게 수백년을 앉아 있다.
돌아오는 길, 봉암사가 왜 그토록 산문을 개방하지 않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경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3층석탑 뒤 금색전은 대웅보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봉암사 대웅전이었으나 지금은 건물 뒤편에 ‘대웅전’ 편액만 걸어놓은 채 ‘새집’에 자리를 내줬다.
경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석종형부도와 정진대사의 사리탑인 정진대사원오탑, 정진대사원오탑비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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